영어를 배우러 집 밖으로 서둘러 나서는 아침, 그 길은 언제나 교통체증으로 도로 위 정체 시간이 노래 세 곡 이상이다. 운전대를 잡고 서서히 익숙해져 가는 이웃 동네길을 두리번거리다 남의 집 앞뜰에 꽂힌 도널드 트럼프나 카멀라 해리스, 또는 테일러 스위프트를 지지하는 깃발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느 길에 들어서면 도로 확장을 반대한다는 문장으로 하나 된 수많은 푯말이 격렬하다.
고속도로를 완전히 벗어나 주택가를 통과해 학교 주차장까지 마지막 좌회전만이 남았다. 마주 오는 차가 다 지나갈 때까지 브레이크를 밟고 서서 기다린다. 그 차는 우회전 깜빡이를 켜는 것과 동시에 학교 주차장으로 차체를 꺾어 들어간다. 아니, 그런데 저 눈부신 차, 빛나는 호박색 람보르기니 우르스. 수업 시작 시간이 몇 분 남지 않았지만 저기서 내리시는 분은 과연 누구실지 심히 궁금하여 주차를 마치고도 바로 문을 열지 않는다.
람보르기니에서 나오신 분이 나와 같은 반이라니.
수업 시간 내내 그분을 틈나는 대로 힐끔거린다. 그러면 이 모든 것이 다 부질없단 느낌의 해맑은 웃음이 내 안에서 비어져 나온다. 내게 람보르기니가 있다면 이렇게 다시 영어를 배우러 다니진 않을 텐데. 하지만 나를 이루는 정치, 경제, 사회, 과학, 예술, 종교, 인문 그 외 모든 어느 한 분야에서라도 스스로 만족할 만큼 유창하고자 애쓰면 언젠가는 람보르기니, 아니, 어떻게 하면 지금 당장 당신처럼 될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