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로 나를 찾아가는 시간, 나_관찰일기
글 쓰는 습관 만들기
생각과 경험을 포함한 일상을 기록하는 일은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사실 기록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저기에 흩뿌려서 적어두었기에 의미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꾸준하지 못해 조금 쓰다만 oo노트가 너무 많다는 것이 스스로 부끄러울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예전부터 생각만 해온 온라인에 글로 기록하기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게를 할 때에는 식물리에 블로그나 브런치에 개인적인 것들을 남기는 것을 굉장히 꺼렸는데, (실상은 아무 게시글도 올리지 않으면서 걱정만 했다. 참, 웃기다) 내가 식물리에인데 나의 일상이 공유되더라도 딱히 나쁠 것이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글을 써서 기록해두고 싶은 의욕이 넘쳐났다.
우리 집 네발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더 많이 정성스럽게 남겨두고 싶고, 산책하다가 만나는 나무와 새들 그리고 작은 동물들도 관찰일기를 기록하고 싶어졌다. 남편과 즐겨보는 영화들과 독서모임의 책들, 깨작거리면서 읽는 책들도 짧게나마 기록하고 싶고, 야구에 대해서도, 일본어와 프랑스어 공부에 대해서도 언제나 가고 싶지만 언제 갈 수 있을지 전혀 모르겠는 프랑스 파리에 대해서도 마구마구 기록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언제나처럼 이것저것 하다가 곧 그만둘까 봐 살짝 두렵기도 하다. 지금은 시간과 의욕이 넘쳐나서 산책도 자유롭게 다니고 글도 써보려 하지만, 곧 가게를 다시 하거나 취업을 하게 되면 나에게 이런 여유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여유가 있어야만 기록을 할 생각을 하니 하루라도 빨리 '글쓰기'가 습관이 되면 좋겠다는 조급함도 생긴다. 습관이 되면 여유시간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없더라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이다.
이런 조급함에 나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어서 괴로워하고 있었는데, 오늘 산책길에 이 조급함이 해소되었다.
길가에 나무들 중 새싹이 막 피어올라 연둣빛을 가득 담고 있는 나무를 만났다. 무슨 나무인지 바로 알아보지 못해 나중에 찾아보려고 일단 사진을 찍다가 번뜩 생각이 들었다. 이 나무는 작년에도 싹을 피웠을 텐데 올해 또 이렇게 싹을 내고 있구나.
단순해 보이지만 참 꾸준하다.
딱히 조급해하지 않고 겨울 내내 에너지를 모아 기다렸다가 당연스럽게 찾아온 봄의 기운을 더해 싹을 내는 모습에 나도 그러면 되겠다 싶었다. 아, 나도 욕심부리지 말고 조바심 내지 말고 단순하게 꾸준하게 하자.
나무는 절대 급하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 않는다. 먼저 환경에 적응하고, 햇빛을 잘 받을 수 있게 키를 키우고 몸집을 늘려간다. 자신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도 충분할 만큼의 영양을 쌓을 때까지 매년 싹을 피우고 가지를 만들고 뿌리를 뻗어간다. 단순하지만 꾸준하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매일매일 햇빛과 온도, 바람의 찬 기운을 잘 살펴가며 천천히 그때에 맞춰해야 할 일을 한다. 그러다 보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때가 오기 때문이다.
당장에 뭔가를 짜잔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나무처럼 꾸준히 글을 써보자.
마음에 들지 않는 못난이 글이어도 일단 적어보자.
나무처럼 조급해하지 말자.
지난 보성여행, 녹차밭에서 만난 멋진 나무. 나도 언젠가 멋진 사람이 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