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루에서 아침을 2
2019년 12월
일본을 여행하는 동안 알람시계는 항상 8시에 울리게 해 놓았지만, 실제로 그 시간에 일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매일 저녁에 술을 마셨기 때문에 아무래도 일찍 일어나는 건 쉽지 않았다. 기분 탓인지 뒤로 갈수록 기상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여행은 2박 3일이 아닌 4박 5일짜리라 느지막이 하루를 시작해도 될 만큼 여유가 있었다. 오늘은 10시 40분쯤 밖으로 나갔다.
여행을 온 게 아니라 그저 전시회를 보러 왔다는 마음가짐으로 왔으니, 다른 때와 달리 상대적으로 일정이 여유롭다. 덕분에 아침 겸 점심 식사를 오래 할 수 있게 되었다.
혼자 여행할 때는 카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아침을 먹으며 글도 쓰고, 책을 가지고 왔을 땐 책도 읽는다. 그럼 내가 여행자가 아니라 거주민이 된 것 같다.
숙소와 가장 가까운 거리의 카페, 도토루 오카치마치점을 방문했다. 2년 반 전처럼 양상추 핫도그를 시켰다.
2년 반에 이곳에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나 그때의 글을 다시 읽어보니 그때는 무려 5박 6일을 도쿄에서만 있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여유가 넘쳐 보였다. 그때도 무리하게 돌아다니지 않고 카페에서 글을 쓰는 시간을 좋아했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니 지금보다 양상추가 더 파릇파릇하니 맛있어 보인다. 핫도그 빵은 바삭하면서도 질기지 않은 바게트 빵 그대로인데, 양상추가 달라서인지 그때 먹었던 핫도그가 더 맛있었던 느낌이다.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도 아니고 체인점인데 카드를 안 받는 건 정말 신기하다. 교통카드인 스이카로 결제를 할 수는 있는데, 안타깝게도 잔액이 부족해 1,000엔짜리 지폐를 내고 동전을 만들었다.
2년 전 글을 보면 이곳에서 아침을 먹는 한국인을 봤다고 쓰여있는데, 요즘 한일 관계 때문인지 4일을 머무는 동안 한국사람은 어제 고흐 전시회에서 딱 한번 봤다.
옆 테이블에 등산복을 입은 중년 부부가 있길래 한국인이가 싶었는데, 말소리를 들으니 중국인이었다. 나처럼 바게트 핫도그를 먹었고 자리를 떠날 때 무수히 많은 빵가루를 테이블에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