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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Sep 23. 2022

실패한 해장

키노지야의 맛없는 소바

2017년 5월 2일 화요일,

다이토구 우에노


아침에 깼더니 숙취가 있었다. 다행히 두통은 없었지만, 속이 더부룩했다. 입맛이 거의 없었다. 라면이나 소바, 혹은 우동이 먹고 싶었다.


그러나 구글맵으로 검색해보니 안타깝게도 대다수가 골든위크라 문을 닫은 상태였다. 우에노역 근처의 이치란 라멘은 연중무휴처럼 보여, 거기서 라멘을 먹고 도쿄 메트로를 타고 나카메구로로 가기로 했다.

호텔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던 요나키소바 안내문

사실 내가 묵는 도미인 호텔에서는 야참으로 국물이 있는 소바를 제공했다. 이 소바가 해장에 딱인데. 밤에만 주는 게 아쉬웠다. 더 안타까운 건, 5박 6일 동안 한 번도 저 소바를 먹어보지 못했다는 것. 저렇게 늦은 시간에 소바를 먹고 자면 얼굴이 퉁퉁 붓고 살이 찔게 확실해 먹지 않았다.


이치란 라멘은 구글맵 평점도 괜찮았다. 정상적으로 영업 중이었다. 그러나 밖에 있는 사진이 포함된 메뉴를 보니, 돈꼬츠 라멘만 파는 것 같았다. 보기만 해도 느끼해 속이 더 안 좋아질 것 같았다. 쇼유 라멘이나 시오 라멘이 필요한데.


내키지 않아 주변을 서성이다 맞은편에서 키노지야라는 소바 가게를 발견했다.

Kinojiya, Ueno, 2018

겉보기엔 괜찮은 가게였다. 선불형 식당으로, 직원에게 메뉴를 알려주고 결제 후 바로 옆의 주방에서 나온 소바를 받아 자리에 앉으면 된다.

Kinojiya, Ueno, 2018

영어 메뉴는 없어서 사진을 보고 튀김 가루가 뿌려진 냉소바를 주문했다.

Kinojiya, Ueno, 2018

결과는 참담했다. 국물을 무엇으로 내는지 모르겠는데, 비린 간장 맛이었다. 매우 짰고, 잔뜩 비렸다. 게다가 일본 식당답지 않게 지저분했다. 원래 투명했을 유리컵은 뿌연 우유빛깔이었다. 그리고 쟁반에는 짧은 머리카락이 있었다. 머리카락을 발견한 순간 더 입맛이 떨어져 젓가락을 놓아버렸다.

Kinojiya, Ueno, 2018

결국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 속이 쓰려왔다. 그냥 편의점에서 콜라나 한 잔 마시고 싶었다. 그런데 평소엔 그렇게 많던 편의점이 그땐 단 한 군데도 보이지 않았다.

JR 우에노역의 어느 꽃집

결국 JR우에노역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찾을 수 있었다. 콜라가 마시고 싶었으나, 꾹 참고 500ml짜리 생수병을 하나 사서 지하철을 타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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