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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Oct 14. 2020

이상하게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 갑자기 멍하다.      


며칠 회사일도 바쁘고 개인적인 일이 많이 겹쳤다. 어제도 바쁜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11시가 넘었다. 하루 중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한 장 내외 글은 쓰려고 한다. 자기 전에 조금이라도 쓰려고 책상에 앉았다. 노트북을 켜고 자판을 치려는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첫 문장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30분 동안 멍하게 앉아 있다 졸려서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      


*그래도 책상에 앉아라      


얼마 전 본 이메일에서 인용한 글이 생각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일정량의 원고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도 잘 써지는 날이 있고, 안 써지는 날이 있다고 고백한다. 아예 안써지거나 쓰고 싶지 않는 날에도 어떻게든 책상에서 일단 앉는다고 했다. 한 줄도 쓰지 못한다고 금방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2시간 동안 어떻게든 버티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버티면서 한 단어 문장을 쓰기 시작하면 조금씩 쓸 수 있었다고 하루키는 말하고 있다.      


다시 한번 하루키의 말을 떠올리고 아침에 다시 책상에 앉았다. 확실히 피곤하고 두통도 있다보니 생각보다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30분을 또 모니터만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쓸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 무슨 글을 쓸지 이리저리 책과 인터넷을 뒤져서 쓰기 시작했다.  

    


*정말 써지지 않으면 그냥 쉬자      


5년 넘게 글을 쓰고 있지만 정말 안 써지는 날도 가끔 마주했다. 무슨 방법을 써도 하루키가 말한 2시간 넘게 버텼지만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글쓰기를 포기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글도 자신의 컨디션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상이 바쁘다 보면 거기에 에너지가 소진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머리 속에 있는 뇌도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지친다. 몸과 마음 자체가 모두 마이너스가 된 상태다. 다시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서는 다시 채워야 한다. 그 채우는 방법이 바로 휴식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야 한다.      


*충분히 휴식해야 다시 쓸 수 있다.      


5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고 일어났더니 어제보다 컨디션이 좀 괜찮다. 일단 앉아서 30분 멍때리다가 자료를 찾으면서 한 줄씩 쓰기 시작했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라는 주제로 쓰고 있다. 한 두줄 이어나가다 보니 또 한 장을 채운다. 평소 다른 날보다 두서가 없지만, 그래도 한 편의 글을 완성했다.      


글이 정말 써지지 않는 날은 일단 책상에 앉아보고 한 시간을 버텨보자. 한 두줄 쓸 수 있다면 이어서 쓰고, 그렇지 않다면 과감히 일어나서 쉬자.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면서 머리도 식히자. 텔레비전을 켜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자. 라디오를 켜고 음악을 듣자. 이렇게 몇 시간 동안 쉬다가 다시 앉으면 또 희한하게 글이 써지는 마법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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