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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롱도로롱 Aug 29. 2023

방울토마토가 눈에서 자라나


 방울토마토를 기르고 싶었다. 병사식당에서 종종 방울토마토가 나왔는데 너무도 맛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내가 직접 길러 먹고 싶었다. 원하는 만큼 길러서 먹고 싶었다.


 방울토마토는 빨간 방울토마토. 껍질은 단단하고 새빨간 것이 좋다. 꼭지 부분의 잎은 적당히 크고 마르지 않았으며, 그 주변의 껍질은 초록빛이 은은한 것이 좋다.


 방울토마토를 몇 개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 점심에 방울토마토가 나왔기 때문이다. 방울토마토를 건빵 주머니에 두 개 넣었다. 식판에 잔뜩 있는 방울토마토 중에 가장 예쁜 것을 골랐다.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가장 예쁜 것을 골랐다.


 방울토마토를 사무실에 가져왔다. 방울토마토 안에 있는 방울토마토 씨앗을 분리해야 한다. 씨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방울토마토를 터뜨려 씨를 꺼내야 한다. 세면대에 터뜨려 두고 살살 흔들어 씨를 분리할 것이다. 씨들을 촉촉한 휴지에 올려두고 새싹을 길러야지. 고이 모셔둔 방울토마토 두 개를 들고 화장실에 갔다. 거울을 보니 방울토마토를 든 병사. 방울토마토에 살짝 힘을 주니 팡. 하나가 터졌다. 세면대에 터진 방울토마토를 넣었다. 씨앗들이 흘러나온다. 두 번째 방울토마토에 힘을 주니 펑 방울토마토 물이 눈에 들어갔다. 눈이 따끔따끔. 거울 속에는 눈감은 병사, 손에는 터진 방울토마토.


 방울토마토는 빨간 방울토마토. 껍질은 단단하고 새빨간 것이 좋다. 꼭지 부분의 잎은 적당히 크고 마르지 않았으며, 그 주변의 껍질은 초록빛이 은은한 것이 좋다.


 방울토마토 씨앗이 잘 분리되지 않는다. 물에 잘 녹지 않는다. 세면대를 아무리 저어도 방울토마토는 계속 방울토마토. 세면대를 눌러 물을 내린다. 눈은 아직도 따끔따끔.

 사무실에서 눈을 비벼도 눈은 계속 간지럽다. 나는 방울토마토 알레르기가 있는 것일까? 방울토마토는 역시 먹기만 좋다. 사무실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생활관에 돌아간다. 저녁밥을 먹었는데 식판에는 역시 방울토마토. 하지만 이젠 싫어. 방울토마토는 이제 된장국에 퐁당.


 생활관에서 휴대폰을 쓴다. 네이버 쇼핑에 화분을 검색해야지. 방울토마토보다 딸기가 나는 좋아. 딸기도 방울토마토처럼 새빨갛고 달달하니깐. 방울토마토 말고 딸기를 길러야지. 방울토마토 꽃은 노란색이지만 딸기는 하얀색. 딸기향이 가득하지 벌도 잔뜩.


 다음 날 아침이 되니 눈이 더욱 가렵다. 화장실에 가 거울을 보니 체련복을 입은 병사. 눈에는 방울토마토? 새싹이 눈에 났다. 눈물이 흐르니깐 방울토마토 새싹이 삐죽. 눈썹처럼 보이는 방울토마토 새싹. 방울토마토 새싹은 눈썹 정도 크기에 쨍한 연녹색. 하지만 눈에 있으니 보기에 좋아 두기로 결심했다. 방울토마토를 다시 키워 봐야지. 딸기도 좋지만, 방울토마토 새싹도 좋아. 사무실에 가니 너도나도 방울토마토 새싹에 대해 말을 한다. 어깨가 으쓱해지고 기분이 좋다. 방울토마토를 키우다 보니 왼쪽 눈을 잘 안 깜빡이게 된다. 방울토마토 새싹이 다치는 건 싫어. 나의 작은 방울토마토.


 며칠 비가 오니 방울토마토는 더 무럭무럭 자라 어느새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방울토마토 꽃이 정수리 부근에 피었다. 크기는 새끼손톱 정도, 색은 노란색. 병아리 같은 노란색. 방울토마토 꽃을 달고 다니니 지나가는 너도나도 방울토마토 이야기뿐이다. 방울토마토 향기가 가득하니 벌도 잔뜩. 저 꽃들이 떨어지면 그 자리에서 방울토마토가 나겠지? 방울토마토를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방울토마토는 빨간 방울토마토. 껍질은 단단하고 새빨간 것이 좋다. 꼭지 부분의 잎은 적당히 크고 마르지 않았으며, 그 주변의 껍질은 초록빛이 은은한 것이 좋다.


 방울토마토는 햇빛을 많이 보고 물을 적게 먹어야 더 맛있다. 곁가지를 잘 쳐줘야 방울토마토 줄기가 굵고 단단하게 자라. 세수할 때 눈에 물이 들어가면 안되니깐 눈을 감아야지. 방울토마토야 물을 먹으면 안 돼. 이제는 식판에 방울토마토를 담지 않아도 괜찮아. 머리 위에서 하나씩 따먹으면 되니깐. 같이 밥 먹는 친구들에게도 하나씩 줘야지. 다들 하나씩 맛보더니 방울토마토 맛을 칭찬하다. 자랑스러운 나의 방울토마토.


 방울토마토를 자꾸 기르다 보니 왼쪽 눈을 감기가 힘들어. 눈이 까칠하고 따끔 따끔. 눈도 어느새 방울토마토처럼 빨갛다. 하지만 방울토마토처럼 딱딱하지는 않아서 맛은 없을 거야. 방울토마토를 키우던 눈이 방울토마토가 되는 건 당연한 일? 방울토마토 기르기는 어렵지만 재밌어. 딸기를 길렀다면 분명이 후회했을 거야. 눈은 따끔따끔, 머리 위에는 노란색 방울토마토 꽃, 꽃 안에는 줄무늬 벌. 털이 조금 나 있고 젤 뒷밭에는 꽃가루를 한 뭉치 가지고 있는 꿀벌. 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빨간색 방울토마토. 처음에는 초록색이었지만 물을 적게 먹고 햇빛을 많이 보니깐 빨간색이 되었지. 나의 작은 방울토마토 새싹은 어느새 커다란 방울토마토. 하지만 여전히 사랑스럽지.


방울토마토는 빨간 방울토마토. 껍질은 단단하고 새빨간 것이 좋다. 꼭지 부분의 잎은 적당히 크고 마르지 않았으며, 그 주변의 껍질은 초록빛이 은은한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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