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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Apr 15. 2021

12월의 기록, 그 겨울의 끝

지금부터의 기록은, 그 순간 나이며, 순간의 영감이며, 

순간의 고통이며, 순간의 희열과 눈물이며, 순간의 삶이다.

더 처절하게, 더 깊게 기록하고, 기억했다. 

나의 차가움과 나의 온기를 한 곳에 담아본다.


7일에 한 번, 나는 그날만을 기다렸다.


12월 3일

이렇게나 하고싶은게 없는 연말은 처음이야

삶이 이렇게나 재미없었던 적도 처음이야

마음이 불편해, 난생 처음 삶과 죽음 사이에 불청객마냥 끼어있는 기분이 들어


12월 5일

괜찮은 인간이 되고싶다고 다짐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워. 


나의 색은 어떤 색일까.

오색찬란한 반짝이는 빛이었다가 더이상 회복하기 힘든

회색빛을 띄우기한다.

어쩌면 잿빛 도시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르 깍아내린 걸지도.


우린 저마다 생애를 가득 물들일 사랑이 필요했던건 아닐까


12월 6일

겨울이 되면 손발이 무척이나 차가워진다.

손끝 발끝이 저려올 정도로.

그래서 쉽게 그 무엇에도 손 댈 수 없을 정도로.


12월 7일

낙오자라는 이름에 나를 가두어 두기 시작했다.

지독한 자기 경멸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거짓말 하기를 반복했다.


누군가는 제 나름대로의 길을 걸으며 잘만 살아가고 있는것 같은데

나만 이상하게 제자리 걸음을 걷는듯 했다.

나를 향한 누군가의 동경이 말도 안되게 아득하게 느껴지는건

그만큼 내 삶의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늘 은음 부디 당장의 현실에 

나의 꿈이 잠식 당하지 않기를.

나의 꿈의 무게가 가벼워지기를


세상 속에서 나를 향한 사랑이 멈추기 않기를.

그리고 상처에 얼룩지지 않기를.


굿나잇. 나의 밤.


12월 8일

당신에게 겨울은 어떤 의미인가요?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옷을 여미고, 거리를 걷습니다.

아직은 무겁게 내려앉은 이 온도가 적응 되지 않나봅니다.

마음의 공간을 채우기엔  지난 계절의 기억이 너무 진한 탓이겠지요.

미련과 후회를 정교하게 조각내어 새로운 모양으로 만들어 봅니다.

감정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아주 단단히 쌓아올립니다.


약한 바람에 쉬이 쓰러지지 않도록.

올 겨울은, 유난히 춥게 느껴집니다.


12월 11일

연애라고 하는건 쏟은 정성에 비해 그 끝이 너무 허무 할때가 많다.

애석하게도 비단 연애의 문제만은 아니다.

모든 관계는 비슷한 궤도를 걷는다.


12월 13일

오늘따라 유난히 밤이 길다. 

짙은 새벽, 머리밭에 홀로 켜진 조명


어둠에 홀로 눈을 감았다. 온갖 생각들의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오늘의 글에는 마침표가 없을 예정이다

긴 새벽에 떠나디는 잡념들 마냥 계속해서 유영할 예정이다

그러면 조금은 따뜻한 새벽이 될성 싶었다


12월 15일

나의 언어에, 차가움이 잔뜩 묻어난다.


묵직한 돌 하나가 중력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심장 위로 쿵.하고 떨어졌다.

이 심장을 무기 마냥 휘둘렀다.

말이 되고 시선이 되고, 몸짓이 되고, 표정이 되어 

잔인하리만큼 무차별하게 휘둘렀다.


선생님이 말했다. 나는 지금 쉬는 방법도,

화를 내는 방법도 길을 잃었다고.

그동안 인내심 하나로 지독히도 버텨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12월 16일

나의 영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전히 욕심이 맣고, 나약하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채 살아가는

위태로운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내 세상을 넓히기 위해, 그러기 위해,

조금 더 잘 살아내기 위해 오늘도 무언가를 한다.


12월17일

당신의 천국은 어디인가요?

이불안한 이정표를 따라가다보면

천국에 다다를 수 있는 건가요?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에요.

이 길의 끝엔 당신이 있는 건가요?


12월 18일

자꾸만 쏟아지는 잠이 이상했다.

꿈에서 나는 쫒기고 있었고, 불안한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심연에서부터 느껴지는 어두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 꿈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나는 알고 있었다. 

위태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그것으로부터 탈출 할 수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12월 20일

생각하기가 싫어져 아무렇지 않게 평범한듯 잘 살아다

그러다 문득 왈칵하고 눈물이 쏟아져요.

주체할 수 없이, 뜬금없이.


가슴이 콱 막힌듯 답답해서 크게 한숨을 쉬었어요.

숨을 아주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었어요.


12월 22일

그녀가 말했다.

쏟아내듯 우는 것은 나쁜게 아니라고.

지난 아픔과 슬픔과 힘겨움을 애도하는 거라고.

차곡 차곡 쌓여진 눈물이 넘쳐흐르는 거라고.


12월 28일

사랑이 넘쳐나는 사람이 되고싶었는데, 

이것만큼 어려운게 없다.

내가 휘두른 칼 날에 내가 되려 상처입는 일이 발생하고, 

또다시 움츠러들기를 반복했다.


편안함과 안정을 갈망하며 끊임없이 발버둥 쳤다.

올해는 유난히 색이 짙은 일들이 많았다. 


아주 아주.

길었다. 


12월30일

아주 길고, 파란만장하고, 빛과 어둠이 공존하던 한해 였어요.

아직은 그 터널 안에 있습니다. 

웃음 뒤에  풀어내지 못한 응어리들이 데굴데굴 굴러 몸집을 키웁니다.


나의 부끄러움과, 나의 성숙함과, 나의 미숙함이 모이고 모여, 

그대들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전해집니다.

넘치는 단어들이 무슨 소용일까요.

살아내었고, 살아내는 중이잖아요.


지나고보니 우리는 가끔 울었고, 가끔 웃었고

때론 사랑을 했고, 때로는 무언가를 얻기도하고 잃지도 했죠.

그러면서 모든것들을 다시금 반복하면서 존재하는 거에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는 전해요.

결국 남는건 사랑이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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