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더듬는다. 너와 나 사이에 맺힌 빛의 조각들을. 지금 이 순간의 가벼운 떨림, 숨막히는 감각. 각자의 순수한 색을 가진 채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
아직 흩어진 조각은 서로에게 닿지 않는다. 그저 빛의 파편들이 무심히 뒤덮인 기억 속에 나뒹군다. 사랑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빛을 모으는 일처럼. 손끝으로 만질 수 없는 무언가를 믿는 것처럼.
너의 빛, 나의 빛. 서로 다른 색들이 겹쳐지고 스러지는 순간. 손끝을 스치는 그 미세한 전율, 말로 다할 수 없는 감각.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빛깔을 조금씩 나누어 간다. 시간은 빛의 흔적을 앗아가지만 기억을 남긴다. 우리가 서로를 비추는 아득한 순간에 흐릿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마치 오래된 창가에 맺힌 빛의 잔상처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그림자까지 받아들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불완전한 빛들은 서로를 드러내고, 숨기고, 다시 드러내는 끝없는 시간을 반복한다. 서로의 빛을 흡수할수록 더욱 반짝인다. 빛의 속성이 그러하다. 빛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빛은 그 사이, 각자의 빛을 내며 부서지기 쉬운 투명함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결코 부서지지 않을.
아주 맑고도 투명하게.
아주 밝고도 찬란하게.
그 어떤 것에도 침범당하지 못하도록.
오직 서로만이 서로의 빛을 마주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