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is like soccer
어김없이 다퉜다. 횟수가 잦아졌다.
“이번엔 내가 잘못한 거야?”
한참을 고민하다가도, 결국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렇게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만다.
“아니야, 이번엔 네 잘못이야.”
이유를 따져보면 내가 더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그가 조금 과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그와 그의 미소 사이에 숨어버린다.
“싸우지 말자.”
다짐은 늘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싸움이 사랑의 양념이라고 말하지만, 양념을 너무 많이 치면 음식이 망가질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그는 그 모든 양념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
그는 늘 장난스레 말했다.
“We are same side!”
그 말은 마치 “우린 같은 팀이야!”라며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외칠 때 같은 밝음으로 들렸다. 문제는, 나는 늘 그 같은 팀에 어울리지 않는 구단주처럼 행동했다는 것이다. 이기고 싶어 하다가도, 내가 이기는 순간 그가 지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그는 언제나 나에게 져주었다. 화를 낼 법한 상황에서도 한 박자 쉬며 “밥 먹었어?” 하고 말을 돌렸다. 나는 그의 질문에 “화났는데? 화 좀 더 내게 해줘!”라고 하고 싶었지만, 배고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결국 투덜거리며 밥을 먹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자존심은 무너졌고, 대신 그의 웃음소리가 조용히 그 자리를 채웠다. 이번에도 역시나 부질없던 싸움이었다.
다툰 뒤 홀로 남아 있을 때면 싸움의 이유조차 흐릿해지곤 했다. 왜 그토록 사소한 일에 날을 세웠을까? 그가 내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던가? 아니면, 내 표정이 그를 너무 몰아붙였던가? 생각 끝에 결론은 늘 같았다.
“이번에도 그냥 내 마음이 먼저 삐뚤어진 거지.....”
그는 내게 늘 날이선 질문 대신 화해를 건넸다.
“우리 같은 편인데 왜 싸워?”
그 말에 나는 늘 백기를 들었다. 외면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사랑의 고백 같기도 했다.
매번 그렇게 묻는 그에게 나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답을 해 준 적이 없다. 같은 편이어도, 우리는 결국 다르니까. 하지만 다르다는 건 어쩌면 같은 편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일지도 모른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빈틈을 메우고, 서로의 모난 곳을 다듬으며 같은 편이 되어가는 것.
그는 언제나 심술 난 표정으로 말하는 나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주문처럼 외쳤다.
“We are same side!!!”
왜인지 약 올리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그의 말에 눈 녹듯 화가 사그라들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넌 너무 대단한 골키퍼야. 내가 찬 공을 매번 그렇게 받아내면 나는 뭐가 돼.”
그는 골키퍼였고, 나는 골을 넣고 싶어 안달이 난 선수였다. 하지만 축구엔 한 가지 규칙이 있다. 같은 편 골문에 공을 넣지 않는 것. 우리는 종종 이 규칙을 잊고 서로의 골문에 슛을 날리곤 했지만, 그는 내 공을 받아주기만 했다. 그런 부질없는 싸움들이 끝난 뒤에야 깨달았다. 사랑은 같은 편이라는 걸 믿는 데서 시작되고, 그 믿음을 지키는 데서 완성된다는 것을. 그리고 같은 편이 되기 위해 가끔은 내가 슛을 멈추고, 수비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 이제 싸우지 말자.”
속으로 다짐했다.
오늘도 그는 늘 나보다 한발 앞선다.
“We are same side!”
그 한마디로 싸움은 또 끝이 났고, 우리는 또다시 같은 편에 섰다. 그가 수비를 맡고, 내가 공격을 맡아, 우리는 하나의 팀이 된다. 우리는 이제 안다. 사랑은 서로를 적으로 두지 않는 데서 시작되고, 같은 편임을 믿는 데서 완성된다는 것을. 그 믿음 하나로 어떤 싸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세상아, 덤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