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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Nov 22. 2024

I SEE YOU

Dear. My Sea


우리 사이의 그 말을 기억해? 우리가 늘 장난스럽게 눈을 맞추며 던지곤 했던 그 말, I see you.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며 가볍게 내뱉었지만, 때로는 그 말이 우리를 지탱하는 진지한 고백처럼 느껴졌던 순간들도 있었지. 그 문장은 단순한 농담을 넘어, 우리만의 특별한 암호가 되었잖아.


내가 I see you라고 말할 때 종종 투정을 섞곤 했어. "내가 다 보고 있어! 앞으로 나한테 잘해." 하며 네 옆구리를 장난스럽게 찌르면, 너는 익숙한 듯 웃음을 꾹 참으며 "알겠어, 알겠어" 하고 장난스레 받아쳤잖아. 그 순간, 우리 둘만 아는 작은 세계에 불이 켜지곤 했지. 장난기 어린 순간마저도 우리는 진심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던 거야.


가끔은 그 말이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오기도 했어. 네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어깨가 축 처져 있을 때, 나는 너를 오랫동안 들여다보곤 했어.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과 지친 숨이 무너져가는 너를 보면서, 뭐라도 말해 위로하고 싶었지만, 그 순간에는 그저 조용히 'I see you'라고 속삭이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어. 그 말을 들을 때면 너는 따뜻한 눈으로 지긋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곤 했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나는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의 모든 것을 느낍니다."라는 뜻이 담겨 있었음을 다 안다는 듯이.


너의 긴 한숨이 공기 중에 흩어질 때, 나는 네가 얼마나 오랫동안 버티며 살아왔는지를 느꼈으니까. 사람들은 너의 웃음과 강인함만을 기억하겠지만, 나는 알아. 그 강함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얼마나 많은 무너짐을 견뎌내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는지도. 우리는 서로의 완벽한 모습보다, 그 완벽함을 지탱하려고 애쓰던 부서진 조각들을 껴안으며 사랑했으니까.


그날 밤, 한 번은 너의 목소리가 아주 작게 떨리던 때가 있었지. 어둠이 내린 방 안에서 네가 불안하게 고백했던 그 말을 아직도 기억해. “가끔은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어서 무서워.” 네가 나지막이 속삭일 때, 나는 네가 얼마나 혼자서 그 두려움과 싸우고 있었는지 그제야 이해했던것 같아.


내가 너에게 I see you라고 말했던 건, 그 두려움과 싸우는 너를 다 보고 있다는 의미였어. 숨기려 했던 상처와 흔들림, 그리고 그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고 있는 너의 진실한 모습을 나는 보고 있었다는 뜻으로. 혼자가 아니라고, 네가 불안에 떨 때도 나는 네 곁에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어. 네가 외로워하는 순간조차도, 그 안에는 너만의 빛이 숨쉬고 있다는 걸. 때로는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일 때에도.


사랑은 그런 거라고 생각해. 누군가의 어둠 속에 숨겨진 빛을 알아보는 것. 그리고 그 빛이 희미해질 때, 곁에서 끝까지 기다려주는 것.


애정어린 눈빛으로 나를 보며, 나에게 먼저 'I see you, 당신의 너머를 봅니다.'라는 말을 알려준건 너였잖아.


"우리는 서로를 보고 있는거야. 온 마음으로." 너에게 그 말을 처음 들었던 그때, 세상 누구도 모르는 너의 가장 여린 면, 그곳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너를 보겠다고 다짐했던것 같아.


I see you.
그 말 속에는 우리가 나누던 사랑이
전부 담겨 있을테니까.


나는 이제 확실히 알아.  “나는 나 자신이 무서워.”라는 고백이, 사실은 너의 용기였다는 걸. 덕분에 나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때로는 흔들림에 휘청이지만, 그 불안과 떨림 속에서도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하는 법을 배워 가고 있어.


언젠가 우리가 그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될 날이 오겠지. 그때도 우리의 마음이 여전히 이 말 안에 살아 있기를. 그리고 우리가 서로의 영혼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여전히 잃지 않았기를.


늘 사랑하는 나의 바다에게.

I s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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