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은 어떻게 사랑의 온도가 되는가
너로 인해 채워지는 내가 좋아.
하지만 그게 나의 전부를 채워주지는 않더라.
돌아보면, 나의 사랑은 언제나 결핍에서 시작되었다. 어쩌면 결핍이 곧 사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왜인지 모르게 공허한 마음과 그 빈자리를 채우고자 하는 갈망 사이에서 싸워왔다. 그래서 늘 내 안의 부족함을 어루만져 줄 누군가를 찾아 헤맸다.
그를 처음 만난 날, 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내 안의 공허를 온기로 채워줄 사람이라는 것을.
그의 말투, 웃음, 그리고 문득 스치는 시선 속에서 오래전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은 듯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마주 앉은 그를 보며 나는 막연한 확신에 사로잡혔다. 이 사람이라면 내 안의 텅 빈 공간을 따뜻하게 메워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
처음은 늘 그렇다.
시든 꽃이 생명수를 받아마시는 그런 기분.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로 인해 채워지길 바라면서도, 결코 온전히 채워질 수 없는 존재였다. 자신을 완성해 줄 조각을 찾아 헤매지만, 그 조각이 완전한 그림을 만들기도 전에 또 다른 빈틈을 만들어 낸다. 누군가의 사랑이 닿을수록 더 깊은 허기와 새로운 갈증을 느끼는 아이러니. 어쩌면 이것은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그에게 더 많은 것을 바랐다. 그가 내 안의 공허를 메워줄수록, 나는 더욱 깊은 빈틈을 그에게 내밀었다. 나의 결핍이 그를 조여가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서로의 일부가 되기보다는 점점 선명해지는 결핍의 그림자를 마주했다. 사랑의 물줄기가 말라버린 메마른 꽃처럼 우리 사이엔 잔잔한 갈라짐만이 남았다.
사랑은 퍼즐이면서도, 결코 완성될 수 없는 퍼즐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무언가를 남겨둔 채 떠났고, 여전히 나는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과연 이 틈이 언젠가 채워질 수 있을까? 딱 맞는 한 조각을 찾을 수 있을까?
그에게 말했다.
"너로 인해 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 그럴 수 있을 줄 알았어. 정말로."
퍼즐 조각처럼 흩어진 사람, 완성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무엇.
우리는 맞춰지지 않았고, 남겨진 조각들이 서로를 감싸 안지도 못했다.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라면, 사랑은 그 결핍을 아름답게 바라보게 하는 한 조각일지도 모른다.
완전함에 닿으려 애썼던 사랑,
따스하게 빛나던 사랑의 조각들.
비록 완벽한 퍼즐이 될 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삶이 맞물리는 그 어긋남 속에서
또 다른 사랑이 피어났다.
지나고 보니 서로를 채우려 했던 모든 순간들이
결국엔 각자의 결핍을 다정히 감싸 안았던 셈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또 다른 사랑이, 왔다.
텅 빈 가슴을 기꺼이 내보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