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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글 : 저자 편지

사랑을 기다린 당신에게

by 나린

연재글 <사랑은 어떻게 다시 피어나는가>


오랜만에 이 곳에 글을 씁니다. 마지막 글을 쓴 뒤 벌써 6개월이 지났네요. 기다려주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그래도 꾸준히 애정을 주신 몇몇 분들이 혹여나 한 번씩 소식을 궁금해하실까봐 짧게나마 저의 이야기를 남겨봅니다.


사실 꽤 오랫동안 이 시리즈의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쓰지 못한 것이 맞습니다. 지난 글들도 이전의 기록들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사람들이 흔히 ‘사랑’이라 부르던 것을 하던 시기에도 이 글은 쓸 수 없었고, 사랑이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왜일까요. 아마도 무언가로 채우던 사랑이 더는 사랑이 아니게 된 순간, 그리고 어쩌면 사랑이라 믿고 있던 무언가가, 혹은 바람이 깨지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세계가 흔들렸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단지 한 사람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내가 믿고 쌓아올렸던 가치와 신념, 삶의 방향 전체를 뒤흔들고 있었다는 것을요.


글을 쓰는 일은, 어떤 면에서는 확신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지만 때로는 확신이 없으면 단 한 줄도 쓰지 못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인지는 알 수 없지만,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불확신이 이 글을 계속 미루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저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 궁금해졌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사랑이 정신이나 마음, 육체의 개념을 넘어서는 더 크고 깊은 무언가라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릴때면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습니나. 어쩌면 그 거대함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여전히 ‘사랑’이라는 인생의 화두를 치열하게 만나며, 풀리지 않는 문제를 쥐고 있는 것 마냥 몇 번이고 노트북 앞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냅니다. 사랑이 깨져버린 조각들을 이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다시 창조해가는 과정처럼 느껴졌으니까요.


사실 사랑을 다시 정의해야겠다고 느꼈던 순간, 저는 제 자신이 가장 미워졌습니다. 그러니 사랑을 기록할 수도,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건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겠지요.


돌아보면 과거에 제가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은 사랑의 한 조각이거나, 정확히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빌린 결핍의 형태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저는 누군가를, 그리고 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여전히 미궁 속을 헤매는 듯 계속해서 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나 다행인 건, 이제야 비로소, 스스로를 향한 의심과 미움에서 아주 조금씩 벗어나 울림에 가까운 공명의 상태로 천천히 건너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요.


조만간 빠른 시일내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때는 사랑의 한 조각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기꺼이 기쁘게 들고 올게요.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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