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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현수 Jun 15. 2024

나무를 사랑했지만

내겐 특별하게 여기는

나무 한 그루가 있어


바람이 불어 잎이 날리면

행여 생채기가 날까 불안해하고


햇살이 나무를 비껴갈 때엔

음습한 마음이 정수리까지 뻗어

나는 홀로 우울해 했었다.


나는 나무를 사랑했지만

나무는

바라만 보고

홀로 우울해하는 나에게

사랑을 받았다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바람이 불 때

초라한 크기의 팔을 한껏 펼쳐

나무를 덮치는 바람의 일부라도

막아선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햇살이 비껴갈 때에

햇살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두 손을 데워

그 손을 떠는 나무에 대어줬더라면


비록 도움이 되지 않은 행동일지라도

나무는 행복했을 것이다.


외롭게 고사해버린

나무를 보며


혼자 만족하는 사랑은

결코 사랑이라 불려서는 안 된다는 걸  

나는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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