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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현수 Jun 16. 2024

효심(孝心)

 아이는 떼를 쓴 적이 없다.

그날도 아이는 떼를 쓰지 않았다.


공부에 필요하다는 기기를

사줄 수 있냐고 물을 뿐이었다.   


하지만 퇴적되어 쓸리지 않는 대출금과

뻥튀기처럼 솟아오른 공과금은

사 줄 수 있다는 소리를 움켜쥐었다.


죄인처럼 상기되어

꼭 필요하냐는 물음을 되묻고는

한동안 방바닥만 응시하였다.


아이를 바라보지 않았다,

낚시 줄에 걸린 생선처럼

아이가 다시 사주라는 말을 할까

두려움에 떨고 있었기에      


아이는 다시 말하지 않았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아빠를 보며

한 마디를 더 얹지 않으려는

깊은 효심(孝心)이었을 것이다.


아이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아빠라 불리는 어른은

닫힌 문을 다시 확인하고서야

숨죽여 흐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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