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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구원자가 된다 ep 33. 잡템

by 히말 Mar 01. 2024

오크 주술사라는 상당히 강력한 엘리트 몬스터가 포함된 무리가 이어졌다.

자기 부하를 마치 장기 말 부리듯이 소모품으로 쓰는 주술사의 사악한 마법에 당황하는 공격대원들이 많았다.


오크 주술사의 주문을 아는 이준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

“외국어 시간도 아니고, 주술사 주문을 전부 가르쳐 드릴 수도 없고요. 제가 잘 듣고 있다가 위험한 상황에는 신호를 하겠습니다.”


이준기가 자폭 주문을 경고하면, 근접 딜러들은 뒤로 물러서고 한상태가 자폭할 몹을 데리고 멀리 떨어졌다.

자폭 몬스터를 상대해 본 적은 있겠지만, 이렇게 줄줄이 나오는 경우는 처음일 것이다.

그런데도 한상태의 탱킹은 안정적이었다.


이런 걸 타고났다고 말하는 거지, 하고 이준기는 생각했다.

아까운 재능이다.


오전 중에 전쟁기지 바깥쪽의 몬스터 무리들을 모두 정리했다.

해가 너무 뜨거워지기 전에 건물 안쪽으로 진입하게 되어 다행이었다.

전쟁기지는 목조 건물과 동물의 가죽을 이용한 지붕이 많았다.

석조건물보다는 덜 시원하겠지만, 그늘이 많아 바깥보다는 훨씬 시원했다.


‘좋은 게 있다.’

전쟁기지 내부를 관찰하던 이준기가 뭔가를 보고 미소 지었다.

‘사로잡힌 레프리콘’.

공짜 보물 상자다.


“공격대장님, 저쪽을 보십시오.”

“응?”

“저쪽, 저기 천막 아래쪽에 짐승 가둬놓는 우리 같은 게 있잖아요?”

“어, 그렇네.”


“저쪽으로 가시죠?”

“왜?”

“보물을 줍니다. 아마 에픽급 이상일 거예요.”

“그래? 그거 잘 됐군.”


박충기나 한상태도 ‘사로잡힌 레프리콘’은 본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주변의 몬스터를 정리하고, 박충기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표정으로 이준기를 바라보았다.


이준기는 레프리콘이 갇힌 우리로 다가가서, 레프리콘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기리쓰… 우와할타… 야라오네… 아아, 이제 됐군.”

마치 라디오 주파수라도 고르는 것처럼 이상한 소리를 쏟아내던 레프리콘이 한국말을 했다.


“일단, 구해준 것 고맙고. 뭐, 사실 원하는 게 있으니까 구해준 거겠지만. 그래서, 준비됐나?”

“그래.”

“방향은?”

“북쪽.”


“위냐, 아래냐?”

“위.”

“그래? 왜 그런 선택을 한 거지? 내가 보기에 너는...”


“뭐, 너한테는 상관없잖아.”

“그렇기는 하지. 재미있군. 자, 가져가라.”


우리 문이 열리더니, 레프리콘이 두발을 모아 바깥으로 점프했다.

공중에 물보라라도 뿌린 것처럼 무지개가 나타나더니, 그 끝자락이 레프리콘이 선 땅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곳에 항아리가 나타났다.

물론, 레프리콘은 사라지고 난 다음이다.


‘진부한 전개군. 대체 왜 지구별 사람들 옛날이야기를 활용하는지 모르겠네.’

이준기는 고개를 뒤로 돌려, 몇 발 뒤에서 구경하던 공격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뭐가 나왔는지는, 공격대장님이 확인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박충기가 앞으로 나와 항아리에 손을 넣었다.

반지가 나왔다.

박충기가 공격대원들에게 링크를 보냈다.


- 스피릿 링크.

- 반지. 에픽 등급.

- 착용 효과: 모든 치유 효과가 15% 상승합니다.

- 발동 효과: 가장 최근에 힐을 넣은 상대가 스킬을 사용하면, 빛의 책 1권이 재생됩니다. 그 스킬이 치명타로 명중하면 빛의 책 1권이 추가로 재생됩니다.


과연 에픽 등급이다.

2소대 힐러 최아람도, 3소대 힐러 하정태도 침을 꿀꺽 삼켰다.

메인 힐러 길수연은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그 속은 어떨지 모르는 일이다.


공격대장 박충기가 말했다.

“힐러템이군요. 관례대로 경매에 부치겠습니다.”

“잠깐만요.”

한상태가 제지했다.


“보스 공략 직전입니다. 나중에 어떻게 분배하든, 던전 클리어할 때까지만이라도 메인 힐러님이 썼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만.”

본인들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최아람도 하정태도 인상이 일그러졌다.

"그게 합리적이기는 한데..." 박충기가 말꼬리를 흐렸다.


문아린이 끼어들었다.

“이준기 님 의견은 안 들어봐요? 이준기 님 아니었으면 이 템도 없었겠죠."


봇물 터지듯 의견이 쏟아졌다.

“그게 준기 씨 혼자 처리한 것도 아니고, 공격대가 얻은 거지.”

“그 사람한테 주겠다는 게 아니고, 의견 들어보자는 거잖아?”

“힐러들 사이에서 결정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나중에 보상 상자에서 나오는 건 또 어떻게 하려고요? 하던 대로 해요.”


이준기가 말했다.

“분배는 나중 문제 아닐까요? 이 던전 보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메인 힐러님 힐 부담이 상당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길수연이 이준기를 쳐다보았다.


이런 잡템 따위를 길수연이 써야 하네 마네 하는 얘기를 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웃기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모두 쪼렙이잖아.

현재에 집중해야지.


'안 그래, 수연아?"

이준기는 마음속으로 그녀의 동의를 구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


골목과 광장이 섞여 있는 전쟁기지 내부는 영화에서 보던 중동의 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광경이었다.

공격대는 구석구석을 뒤져가며 모든 적 부대를 정리했다.

코볼트 20여 마리를 부리는 오크 부두 술법사가 나오니, 공격대원들은 신난다는 듯이 무기를 휘둘렀다.

한두 방에 나가떨어지는 코볼트 보병들을 상대로 스트레스 해소라도 하려는 듯했다.


드디어 족장의 천막.

이준기의 말대로 세 개의 부대가 링크되어 있고, 각각이 10명 규모였다.

각종 고급 마법을 구사하는 주술사 둘을 포함한 30마리의 정예 오크를 상대하는 것은 힐링 포션을 충분하게 구비한 상태에서도 거의 불가능한 일.


한상태는 5분쯤 눈도 거의 깜빡이지 않고 적 무리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나서 말했다.

“확실하군. 세 부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아까 준기 씨가 말한 대로, 그 아이템을 던지면 되는 거지?”

“네. ‘되살아난 화염의 핵’. 그걸 두 주술사 부대의 가운데로 던지세요.”

“정확하게 가운데로 던져야 해?”

“적당히 던지시면 됩니다.”


오후 네 시.

아직도 강렬한 태양 빛을 받으며, ‘되살아난 화염의 핵’이 붉게 타오르듯 공중으로 날아갔다.

마치 느린 재생 화면을 보는 것 같이, 양편의 주술사들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용암석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콰 네어 잔 다루!”

“니히 리쿠 쇼스테 난!”


그걸 줍겠다고 버선발로 뛰어온 두 주술사가 서로 삿대질을 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오크 족장이 헛기침을 했지만 둘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양쪽으로 늘어선 두 부대가 곧 치고받는 난전에 돌입했다.


"이제 됐어요."

이준기의 선언에, 한상태가 활시위를 놓았다.

화살이 족장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족장은 커다란 주먹으로 날아 화살을 낚아챘다.

족장의 양옆에 기립해 있던 엘리트 오크 경비병들이 달려왔다.

족장도 의자에서 일어나 거대한 도끼를 거머쥐었다.


미리 의논해 둔 대로 공격대원들은 전투에 나섰다.

한상태가 족장과 일기토를 뜨는 동안, 불과 두 시간 전에 20레벨을 단 윤동직이 나머지 경비병들을 탱킹했다.

메인 힐러 길수연은 한상태, 제2 힐러 최아람은 윤동직, 제3 힐러 하정태는 나머지 공격대원의 힐을 담당했다.

공격대장 박충기의 콜에 따라 공격대원들은 경비병을 한 놈씩 쓰러뜨렸다.


오크 족장은 매우 강했다.

한 방 한 방이 강력하게 들어왔다.

거대한 도끼를 540도씩 휘둘러서 한상태를 향해 휘둘렀다.


한 방이라도 제대로 들어오면, 아무리 한상태라도 즉사할 분위기였다.

대미지를 흡수하는 스킬을 차례로 발동했지만, 족장의 도끼에 한 방만 맞으면 보호막이 벗겨졌다.

다행히도, 완급조절이 완벽한 길수연의 힐이 한상태의 체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한상태가 무지막지한 보스를 탱킹하는 동안, 딜러들은 경비병들을 일점사했다.

엘리트 몹들이었지만, 막강한 화력 앞에 그들은 빠른 속도로 쓰러져갔다.


오랜만에 긴장 상태로 던전을 돌아서 그런지, 권영호는 피로를 느꼈다.

막판 보스전이 예상외로 싱겁게 흘러가자, 마치 졸음운전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권영호의 손끝을 떠난 ‘어둠의 화살’이 오크 족장을 향해 날아갔다.


- ‘어둠의 화살’로 오크 족장에게 17의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준비 동작이고 뭐고 없었다.

눈동자를 불타는 오렌지색으로 빛내면서, 오크 족장이 공중을 도약해 권영호에게 날아왔다.


콰직!


오크 족장의 도끼에 맞은 권영호가 십여 미터를 날아가 병영 천막 기둥에 처박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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