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피터 아티아, <질병 해방> (2)
이 책에 대한 개관에 이어, 이번에는 기억해 둘 만한 내용들을 빠르게 훑어본다.
라파마이신, mTOR, NAD+ 등등에 관한 내용은 생략한다. (요즘 읽은 책들에 계속 나와 지겨울 지경이다.)
CAR-T cell 치료에 관한 내용도 생략한다. 이건 간만에 보는 거라 복습에 좋았다.
면역요법은 암에 대한 치료 중 거의 유일하게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다. 면역요법의 완전반응자 중 80~90%는 15년 뒤까지도 암이 없는 상태를 유지한다. 암의 완치 기준이 '5년 생존'이라는 것을 떠올려 보자.
전이성 암 환자의 10년 생존률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제로다.
대장암은 모든 암 중에서 가장 발견하기 쉽다. 위험 감소 측면에서 투자 대비 효율이 최고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약물은 지금까지 수십 가지가 개발되었고,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에는 모두 효과적이다. 그러나 치매 증상을 개선하는 약물은 단 한 개도 없다.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가 증상을 초기에 잘 드러내지 않는 것은, 우리의 뇌가 손상된 기능을 보완하는 데에 탁월하기 때문이다.
뇌를 많이 쓰는 활동을 해야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십자말 풀이를 계속하면 십자말 풀이만 잘하게 될 뿐이다. 운동도 단순한 것보다 복잡한 운동, 예컨대 춤이 더 좋다.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대립 이론으로 저자는 두 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데라토레라는 사람이 주장하는 혈액 순환 장애 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유명한 3형 당뇨병 이론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사실 하나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3형 당뇨병은 다른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혈관을 손상시킨다. 손상된 혈관이 순환 장애를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외상으로 인한 혈관 손상이 아닌 다음에야, 두 이론은 같은 이야기다.
쥘힘(악력)이 강할수록 치매 위험이 낮다. 쥘힘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무거운 것(바벨, 케틀벨)을 양손에 들고 1분 정도 걷는 것(Farmer's Carry)이 효과적이다. 남자라면 자기 체중 정도의 무게를 양손에 나눠 든다. (그러니까 한 손에 50%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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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2max야말로 남은 생명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표지다. 45세 평균 남성은 40ml/kg/min이고, 지구력 운동 선수라면 60을 넘긴다. (나는 60에 가까운 50대 후반이다. 이노무 헬부심.)
운동 강도를 5단계로 구분했을 때, 2단계 운동을 길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다. 걷기로 예를 들면, 대화가 가능은 하지만 부담스러운 정도의 속도다.
안정성은 모든 운동의 근본이다. 안정성 확보 없이는 유산소고 근력 운동이고 다 소용없다. 제대로 된 자세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거울을 보며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좀 남사스럽기도 하고, 근육도 별로 없는 몸을 보는 것이 괴롭기는 하지만.
누워서 무릎을 들어 올려보자. 가장 완벽한 스쿼트 자세를 시연할 수 있다.
양발을 바닥에 완전히 밀착시켜 똑바로 선다. 이 상태에서 발가락으로 피아노를 쳐보자. 아주 좋은 안정성 운동이다.
한쪽 발로 서서 다른 발을 든 채 균형을 잡고 버텨보자. 10초면 훌륭하다고 한다. (정말??) 한 연구에 따르면, 이 능력은 쥘힘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명과 상관관계를 보였다.
재미있게도 나는 하루 한 끼 방법을 택한 환자들이 그 한 끼를 주로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경연 대회로 바꿈으로써 체중이 오히려 불어나는 상황을 목격하곤 한다. (15장 중에서)
이 책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문장이다. 마치 나를 겨냥해서 쓴 문장 같다.
저자는 탄, 단, 지와 함께 알코올을 4대 기본 영양소라고 부른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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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요법 관련한 동물 실험 결과를 쉽게 믿지 말자.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다. 예컨대 쥐 실험의 경우,
앨리슨은 이 집단에서 일부 생쥐가 다른 생쥐들보다 더 많이 먹었고, 같은 고열량군에서 이 허기를 더 느끼는 생쥐들이 덜 먹는 쪽을 택한 생쥐들보다 사실상 더 오래 살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 규모가 크고 신뢰할 수 있고 더 널리 재현된 무작위 실험들에서 나온 결과와 정반대였다. (14장 중에서)
다시 말해, 주장하는 것과 정반대로 해석해야 하는 결과였다는 얘기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제한 식이 실험 2건은 서로 상반된 결과를 내놓았는데, 섭취한 먹이의 질이 전혀 달라서였다.
두 연구는 질 좋은 식사를 한다면―대사가 건강한 상태에서―굳이 열량 제한을 심하게 할 필요조차 없음을 시사한다. 국립보건원 대조군은 질 좋은 사료를 원하는 만큼 먹었으면서도 양쪽 연구의 열량 제한 원숭이들과 거의 비슷하게 오래 살았다. (15장 중에서)
이 책이 비슷한 부류의 다른 책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라면,
식이요법 관련 실험들을 제대로 파헤쳐보는 14, 15장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 주로 2형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이들로 구성된 2만 명을 살펴본 연구에서는 평균 혈당 수치(당화혈색소로 잰)가 증가함에 따라서 사망 위험이 일관되게 증가한다고 나왔다. 혈당이 증가할수록 사망 위험도 증가했다. 혈당이 비당뇨 범위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5장 중에서)
당연한 얘기지만, 그동안 회피하고 싶었던 진실이다. 저자는 현재 혈당 수준과 상관없이, 연속 혈당 측정기를 꼭 한번 사용해 보라고 한다. 식습관이 확 바뀔 것이라며.
2~3년 정도인 생쥐 수명을 감안하면, 생쥐의 16시간 단식은 사람이 며칠 굶는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16시간 단식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저자는 단식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한 한 마디.
영양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기 바란다. 그런 책을 덮어라. 나가서 운동을 하라. (15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