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는 삶이라 가능한 나의 토요일 아침 풍경
11월 말, 주말 아침, 골프연습장에 갔다.
하늘은 차갑게 맑다.
공기는 상쾌하게 차갑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토요일 아침에 나와 골프를 치고 있다.
나도 이 순간만큼은 부지런한 사람이다.
술을 끊고 토요일 아침이라는 공간이 나에게 주어졌고 나는 그 공간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토요일 아침은 나에게 없었다.
금요일 밤에 신나게 마신 술로 인해 토요일 아침은 대부분 침대에 있었다.
괴롭지는 않았다.
술 때문에 괴로운 몸 상태였다면 진작에 술을 끊었을 것이다.
몸의 세포가 술이 적셔져 현실로부터 약간 부유되어 있는 그 상태가 좋았다.
현실은 차갑고 냉혹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좋아하는 성격 덕분에 정글 같은 현실을 즐기기도 하지만 차가운 현실에서 가끔씩은 분리되고 싶었다.
그 분리의 수단이 나에게는 술이었다.
연예인들 중 일부는 비슷한 이유로 대마초를 피고 마약에 손을 댄다.
나는 술로도 충분했고 법을 어기고 싶지는 않았다.
골프장 쿠폰 1개당 70분이 주어지고 40분 정도 치고 나면 집에 가고 싶어진다.
다시 한번 힘을 내서 나머지 30분을 채운다.
체력이란 무엇일까?
나는 체력이 별로인 것일까?
40분 정도 치면 원래 보통 집에 가고 싶어지는 것일까?
나는 체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추정해본다.
생각해보면 나는 기초체력을 높이기 위한 운동을 많이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 나의 체력은 천천히 우하향 될 것이다.
기초체력 운동을 좀 더 해야겠다.
지금 하고 있는 기초체력 운동은 등산, 자전거, 걷기 등이다.
좀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술과 함께 한 삶에는 운동이라는 규칙을 넣을 공간이 없었다.
술 없는 요즘의 삶에는 토요일 아침이라는 공간이 나에게 주어졌다.
나는 그 공간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
날씨가 추워져서 골프 레슨을 당분간 중단하였다.
근데 생각해보니 모든 운동은 추운 날씨 속에서 해야 한다.
골프건 다른 운동이건 겨울에도 운동을 계속 해야겠다.
written by 커리어 생각정리 책, 불안과불만사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