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담임쌤이랑 조금 전 상담했는데 내가 목표하는 대학에 내 등급으로 합격한 선배들이 거의 없더라고. 상담 끝나고 면학실로 돌아가는 복도가 깜깜한 터널같이 무섭고 답답해서 한 발짝도 못 지나가겠어요. 나 왜 이렇게 힘이 들지?"
약간은 떨리는 듯한 힘없는 목소리에서 네가 느꼈을 허탈함과 버거움이 전달되서일까?
엄마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쉽게 입이 안 떨어지더구나.
괜찮다고 위로하기엔 네가 너무 안 괜찮은 것 같았고, 할 수 있다고 독려하기엔 너의 마음이 너무 버거워 보여서 아무런 말도 해줄 수가 없었어. 그래서 그냥 "답답하면 벤치에 앉아 엄마랑 전화로 수다나 떨다 들어갈래?"라는 말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던 것 같아.
다행히 넌 혼자서 "그래도 oo대학은 나보다 등급 낮은 선배들도 많이 간 것 같고, oo대학은 내신 6등급인 선배가 정시로 합격했데요. 생각해 보니까 oo대학까지는 괜찮은 것 같아. 그리고 안되면 끝까지 파서 정시를 노려봐야지 뭐"라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더니 너 나름의 결론을 내고는 전화를 끊더구나.
그래, 지금은 면학실로 걸어가는 긴 복도가 끝이 없는 어두운 터널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끝이 없는 터널은 없단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터널도 씩씩하게 걷다 보면, 눈부시게 빛나는 세상이 항상 반겨주잖아.
조금은 무섭고 답답한 터널이지만, 일단 마음 단단히 먹고 다시 한번 앞으로 걸어가 보자꾸나. 무서운 어두운 길은 엄마 아빠가 늘 함께 손잡고 걸어가 줄 거야. 그리고 터널의 끝에 무엇이 펼쳐지더라도 엄마 아빠는 축복하고 감사할 거야. 왜냐면? 네가 우리 딸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축복이고 감사한 일이니까.
어차피 인생은 후진도 반복도 못하는 전진만 있잖아. 가끔 지치기도 하겠지. 지치는 너 자신을 질책하지 말고, 그때는 잠시 숨 돌리고 쉬어가도 돼. 매번 100미터 달리기를 해야 할 것 같지만, 너의 인생은 장거리 달리기란다. 이제 장거리 달리기의 한 허들을 넘는 거야. 넘어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삶만으로도 너는 이미 멋지고 근사한 삶을 살고 있는 거란다.
깜깜한 터널같이 무섭게 느껴졌던 복도의 끝을 씩씩하게 걸어갔을 우리 딸!
네가 무섭지만 당당히 걸어간 터널의 끝에는 눈부시게 찬란한 너만의 멋진 세상이 새롭게 시작될 거라는 걸 잊지 마.
-언제나 멋진 삶을 살아가려는 우리 딸을 응원하며,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