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진의 <달까지 가자>를 읽고
나는 관심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지할 때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관심이 전혀 없으면 아무리 세간에서 떠드는 일이라도 관심이 없을 때가 있단 말이다. 주식이나 비트코인 같은 것들도 그중 하나다. 여유 있게 벌며 사는 것도 아니면서도 또 딱히 일확천금을 꿈꾸는 타입은 아니다. 말은 로또 되면 이런저런 걸 할 수 있고 좋겠다 하지만 현실적인 성격이어서 애초에 허황된 꿈을 꾸는 타입이 아니다. (그리고 내 사주에 일확천금은 없다더라고. 일한 만큼 벌어먹고 살 거고 큰돈 들어올 팔자도 아니래) 내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정도다. 되면 좋지만 꼭 될 거라 생각하기보다는 한주 동안 기분 좋게 당첨됐을 때를 그려보는 상상비용 정도로 생각하고 로또를 산다더라고.⠀⠀
그런데 지난봄엔가, 오랜만에 친구들끼리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주식, 비트코인 얘기가 나왔다. 친구 하나는 어릴 때부터 자산관리를 잘 해왔던 친구라 그런 것에 관심도 많고 이미 주식을 잘하고 있는 친구고 나머지 친구들은 요즘에 하도 말들이 많으니까 해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하는 것 까진 아니더라도 알아야 될 것 같아서 공부하는 중이었다. 이미 감이 오겠지만 이 중에서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은 나 하나였다. 갑자기 그 곳의 공기가 변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관심이 없는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보면 그중에서 금전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사람이 나인데 오히려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게 내가 어딘가 잘못된 건가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 중에는 지금 실제로 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얼마 전에 나와는 달리 세상의 모든 일에 관심이 있고 물어보면 뭐든 잘 설명해 주는 남자 친구에게 비트코인에 대해서 물어봤다. 머리가 안 돌아갔다. 쉽게 설명해 줘서 말 자체는 알아듣지만 이해가 잘 안 되는 거다. 그냥 막연하게 그렇다 하니 그러려니 하는 거지.⠀⠀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 책이 출간됐을 때 그야말로 반응이 핫했다. 장류진 작가 책은 좋아해서 나도 사긴 샀는데 리뷰에 비트코인, 일확천금 단어를 보면서 한동안 손이 가지 않았다. 제목 <달까지 가자>라는 제목에 숨겨진 의미도 전혀 몰랐다. 친구한테 요즘 <달까지 가자> 재밌다고들 하더라고 알려줬더니 요즘 비트코인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바로 알더라. 나는 그때서야 제목의 의미를 알았다.⠀⠀
이제는 읽어봐야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는데 관심 없고 무지한 내가 읽어도 무척 재밌었고 사람들 말마따나 페이지가 휙휙 넘어갔다. <마론제과>에서 일하는 앞날이 막막한 3명의 회사원이 그중 1명의 권유로 비트코인을 알게 되고 이더리움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떡상일지, 떡락일지 조마조마하며 읽었다. 전혀 관심 없던 사람이 가상화폐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까지의 마음이 무척 이해가 됐다. 특히 다해에 굉장히 이입하며 읽었다. 대단한 일확천금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조금의 여유다. 여유란 게 일을 그만두고 평생 놀고먹어도 될 만큼이 아니다. 당장 월세를 내고 생활비에 쓸 돈을 벌려면 일을 안 할 수 없는 상태와 일은 계속할 거고 하고 싶지만 내가 너무 힘들거나 못할 상황이 왔을 때 그만두는 걸 고려해볼 수 있는 상태는 아주 다르다. 그것은 내가 하는 일이 단지 내 입에 풀칠하는 일이 아니게 하는 여유이며 아마 모든 직장인들이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다해가 왜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는지 너무나 공감했다. 왜 30억, 300억이 아니라 딱 3억쯤을 바라는지 너무도 알 것 같았다. 이쯤 되니 왜 장류진이 하이퍼 리얼리즘 작가로 불리는지 알겠다. 가상화폐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관심이 없는 사람도 모두 공감시킬 수 있는 리얼리티.⠀
은상 언니는 지금 엑싯해도 되겠지? 못해도 3억은 벌었을 텐데. 나도 딱 그 정도를 가지고 싶었다. 그러면 어쩌다가 들어온 이 지긋지긋한 회사를 그만두고 조금, 아주 조금 쉬면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러면서도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었다. 평생 놀고먹겠다는 게 아니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욕심은 아니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년만 쉬면서 다른 진로를 모색해보고 싶었다. 딱 1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