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work with you

by 미쓰조앤

인도 사람 셰프 AJ에게 회신 문자가 왔다. 너의 고객 서비스는 너무나 훌륭했다. 만약 김밥, 김치와 약간의 반찬을 만들 줄 안다면, 나는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빨리 이해가 안 되었다. 이 내용은 순간 빵집에는 기밀 사항이 되었다. 여전히 나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셰프가 찾는 사람은 경력 있는 한국 조리사였다. 나는 조리사 경험이 없다. 겨우 2년을 채워가는 빵집 캐쉬어로 간간히 주문 케이크를 시간 들여 만들고 있다가 내 이력의 전부였다.


일단, 가보자. 오라는데. 만나서 알아보자.


알려준 주소는 우리 집에서 불과 10분 거리였다. 무슨 회사인지 정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셰프는 내가 출발한다는 문자를 보낸 탓인지 건물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나를 맞아주었다. 셰프 AJ가 밖으로 마중을 나온 건물은 아직 공사 중이었고 빌딩 중에서 제일 키 낮은 단독 건물이었다. 그는 삼일 전과는 달리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셰프는 나를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제법 큰 홀 안은 내부 인테리어 작업이 막바지에 들어간 모습이었다. 그는 마치 내가 시찰 나온 높은 직급의 임원인 양 식당 안의 구조를 하나씩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카페 내부 공사 끝난 후 by 조앤

회사가 운영할 카페는 아메리칸, 멕시칸, 코리안 음식을 준비할 거라고 말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리 창 넓은 식당을 근처에서 본 적이 없었고, 식당의 내부 공사 현장을 본 적은 더군다나 처음이어서 어안이 벙벙했다. 서빙될 음식을 고려하여 각각의 식당처럼 이름을 붙여줄 모양인데 세프는 한국 스테이션의 이름을 본인이 골랐다며 나에게 어떤지를 물었다. 한국 식당 이름은 '조은'이었다. 맛이 좋다는 말의 ' 조은'이었다. 나는 어떻게 이런 좋은 이름을 선택했냐고 감탄을 해주었다. 그는 한껏 기분이 좋아진 얼굴로 만족하게 웃었다. 셰프는 식당 뒤편 쪽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나는 따라가면서 이게 꿈인가 싶었다. 왜 내게 이렇게까지 환대하며 자신이 일할 카페를 소개하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내게 원하는 게 무얼까...


마치 짜인 각본대로 내가 연극 무대 한가운데 서있는 것은 아닌가 했다. 식당 뒤 편 새 건물 안으로 그는 나를 안내했다. 건물 입구 가까운 쪽에 회의실이었다. 셰프는 랩톱을 켜더니 나에게 자리에 앉으라 눈짓을 했다. 세프는 본인이 작성한 한식 메뉴를 하나씩 설명해 주겠다고 말했다.


이건 또 뭐지? 나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겠다는 건 거야? 왜, 내게? 나는 해당 사항이 없는데. 이 넓은 회의 탁자에 단둘이서! 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이라고! 대체 내가 지금 어디에 와있는 거지?


드디어 나는 이 연극 같은 상황에 점점 들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질문을 시작했다. 마치 그의 상사처럼. 네가 기대하는 손님의 숫자는 얼마인지, 여기 캠퍼스에 어떤 회사들이 입주하는지, 언제부터 식당을 오픈하는지를.


나는 한 가지 사실이 좀 걸렸다. 최근에 이 근처에 한국 기업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던 탓이다. 만약 한국 회사가 이 캠퍼스로 이주한다면 그 회사 안에 직원들 점심 식사를 위한 구내식당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금 세프가 말하는 카페도 한국 기업 직원들을 위해 같은 캠퍼스에 오픈한다는 게 나에게는 이상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경쟁에서 밀릴뿐더러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내가 이 부분에 대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자 셰프 AJ는 큰 소리로 껄껄 웃었다.


조앤, 여기 너와 내가 앉아있는 여기가 바로 그 한국 회사 빌딩이야. 여기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그 회사의 선발팀이 먼저 와서 일하고 있는 거야. 나의 회사는 미국 푸드 매니 지먼트 회사 B.A.P라고 해. 나는 여기에 소속된 수석 셰프야. 이 회사가 한국 회사의 점심을 책임지는 거야. 한국 조리사만 못 구했어. 네가 나를 도와줘.


나는 너무나 놀라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한국 회사와 미국 회사와 기업 간 거래 계약이 이미 확정되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와 셰프와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그렇다면 더군다나 나는 아니었다. 난 조리사 자리에 해당이 없다는 걸 셰프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그는 회사의 직원 채용 웹사이트 주소를 주며 먼저 회사에 지원하라고 당부했다. 조리사 자격으로?

아, 이게 뭐야. 경험은 둘째치고 난 지금 지원 자격 자체가 안되는데 이를 어쩐다...

나는 영주권이 없었다.

나는 큰 기회를 놓쳤다는 낭패감에 휩싸였다. 머릿속이 텅 비워졌다. 이게 뭐람. 미치겠다, 정말.


아이씨, 이놈의 영주권.


이 와중에 마음 한 켠에 셰프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커졌다. 한국 식당의 이름을 붙여주고, 한국 메뉴를 찾으며, 한국 음식은 한국 사람이 만들어야 된다는 원칙을 세웠기에 내가 일하는 빵집까지 찾자 왔었구나 생각하니 감동이 밀려왔다. 나와 무관하지만 적임자를 찾아보자는 생각이 앞섰다. 생겼다. 한국 분들 중에 여기에 맞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차 안으로 들어오자 낭패감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우아, 신난다. 여기 내가 사는 동네로 한국 회사가 이사 온다는 거지? 아, 이리 좋을 수가. 너무 뿌듯했다. 갑자기 든든해졌다. 가족이 이사 오는 것처럼 반가웠다.


셰프를 돕자!


적임자를 찾아보겠노라 말했다. 이틀 후에 결과를 보고하기로 약속하고 나는 빠른 걸음으로 빌딩을 빠져나왔다. 기회를 잡으라는 셰프의 얼굴이 어른거렸고, 그의 큰 웃음소리가 귀에 쟁쟁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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