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쩔쩔매지 말고, 어쩔 어쩔로 사세요.

머리론 알아도 마음으론 안 되는 것들.

by Sunyeon 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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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이 말을 내 인생 슬로건으로 하겠어!'


이 짤을 어디선가 주웠을 때 앨범에 슬그머니 저장하면서 나는 나 스스로에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누구에게든 호기로운 목소리로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쩔 어쩔로 살 거야. 어쩌면 한 번도 인생을 그렇게 살아보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소심하고 겪어보지 못한 일엔 남들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다. 남들이 한두 번쯤 해보았다던 투자나 재테크도 내겐 그저 먼 이야기니까. 원금손실 없는 적금이 얼마나 좋게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말만 늘어놓으며 나는 어떤 위험성에도 손을 대지 않고 살았다. 평온한 것이 좋았고, 위험하지 않은 것이 편안하다 여겼으며 안전한 것이야말로 구원이라 믿었다. 그러다 인생이 뒤집힐 정도로, (그러니까 내 세계에서는) 꽤 큰 금액을 잃어보고 나니 그 보호막은 더 견고해졌다. 내부로, 또 내부로. 더 웅크리면서 살게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하반기였다.


하반기엔 서툰 운전 탓에, 사고도 있었다. 세상은 나를 움츠러들게 하는 것들로 가득했다. 익숙하지 않은 일들은 나를 가끔 벼랑 끝으로 내몰았으며,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들에서 또 익숙해져야만 하는 것들에서 나는 여러 번 넘어지고 까지고 깨지며 다쳐야만 했다. 경험이 재산이라는 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더 아팠다. 그 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 일들이라는 것들도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사실 지날 순간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자체가 괴로운 것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 '순간' 자체에 때로는 숨을 놓고 싶어지는 것이니까.


그동안 너무 들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을 쉬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정해진 수입 안에서 꾸역꾸역 해내는 삶, 그리고 그것조차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어려운 삶 안에서 나는 차츰 버거웠다. '어쩌라고'가 안 되는 날이면 고양이를 옆에 앉혀놓고 고롱고롱거리는 녀석의 잠꼬대를 들으며 멍 때리며 시간을 흘리곤 했다. 가끔은 피아노 소리가 위로가 됐다. 악보의 초견을 볼 때는 그것이 '처음' 이어도 결코 무섭지 않았다. 악보의 콩나물들이 나를 재촉하거나 괴롭게 하는 일은 없었으므로, 음을 짚을 때에는 잠시 현실을 잊고는 했다. 그대로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것만 같아서.


어쨌든 어쩔 어쩔, 마인드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쎈캐에게만 허락된 삶의 방식인가, 생각하다가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약한 부분 하나쯤은 있지 않나요, 하고 반문하고 싶은 나를 만나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다들 각자의 전투에서 전력을 다해 버텨내고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나도 조금은 덜 외로운 것 같기도 하다. 인생을 쩔쩔매지 않기는 어렵겠지만, 그리도 가끔은 될 대로 돼버려라! 하고 손을 놓아버릴 수 있는 순간도 기꺼이 마주할 수 있기를. 또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어김없이 오기를. 바란다.


'가끔은 인생을 쩔쩔 매더라도,

가끔은 어쩔 어쩔로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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