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와 버렸습니다.
깜빡하는 사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아차, 하는 사이.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겨울. 아직 11월 달력을 미처 12월로 넘기지 못한 모두에게도, 공평하게 12월은 눈앞으로 다가왔을 게다. 월초부터 알만한 기업의 개인 정보 유출 소식에 시끌벅적 말이 많은 와중에도 기온은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다 영하 10도를 찍는 나름대로의 제 할 일을 하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올해 무언가를 먹었고 어떤 것을 했는지 앞다투어 결산한 기록의 결과물들을 에스엔에스에 업로드하고 있었다. 12월 1일. 올해가 너무 길고 추워 견딜 수 없었던 나는, 12월을 참 오래도록 기다려 왔다. 사주상 기운으로 12월 첫째 주가 돈의 기운이 좋다나, 운이 좋다던가. 뭐 그런 말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지긋지긋한 2025년을 빨리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들은 순리대로 흘렀지만, 내 순리만이 유독 역순으로 흐르는 것 같았다. 악화된 건강은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출간한 책도 내 마음만큼 잘 되어가지 않았으며 매일을 자유로이 유영한다는 것은, 불안 속을 유유히 유영한다는 것과도 같은 것이었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되었지만 시계를 보고 시간을 가늠하는 순간이 가끔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표독하게 내 발목을 잡아챘다. 필사를 하고 책을 읽고, 가끔은 이렇게 글을 쓰고. 바깥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는 대신 나는 올해 내내 안팎으로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1년을 채워나갔다. 그러면서도 달라지지 않는 것은, 나는 스스로에게 용서보다는 질책을, 질문보다는 재촉을 먼저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발목이 아파 풀타임 잡을 구할 수 없는 삶은 나름 혹독했다. 짧은 시간의 파트타임 잡에서 행복을 찾는 삶을 선택했지만, 그 행복이 내 일상까지 풍요롭게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가장 저렴한 것들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는 지질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었고, 그마저도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어려운 일상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렵게 얻었던 퇴직금을, 그렇게 쉽게 잃지만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아도 됐을 텐데. 지난 일을 후회해 봐도 돌아오는 건 후회뿐이었다. 결정할 수 없는 것들 앞에서 주저앉아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 쉽지 않아도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결정하고 나니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나 있었다. 한 주 열여섯 시간. 쉽잖지만 쉬운 일을, 나는 천천히 내 템포에 맞는 속도로 해 나가고 있다. 그것이 최선이라 여기고 있으므로.
12월. 사실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달이었다. 30대 이후로 쭈욱. 그냥 지나가면 지나가는 달. 특별히 의미를 두면 힘들어지는 달.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그렇지만 올해 12월은 조금 다르게 보내볼까 싶다. 내 최선을 해 나가는 것이, 내 최선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달로. 그리고 누군가의 최선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내보는 달로. 특별하지는 않아도 한 해 고생했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 줄 수 있기를, 하고 바라는 한 달로. 지금 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당신에게는 올해가 어떤 의미였나요,"라고. 의미가 아니었어도 괜찮다고.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치열하지 않더라도 지긋하게 아니면 조용하고 묵직하게 그 전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