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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SeJin 코리아세진 Apr 16. 2019

나도 간다, 지리산 종주! [6-최종]

한 세대의 경계에서, 나의 지리산 종주기

◈ 삶

“삶”


 25살의 나는 〈여름의 끝자락, 미시령 오세암〉이라는 에세이에서 “다채로운 향기와 선율이 흐르는 삶” 을 살고 싶다고 소망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그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조금 더 단순명료해진 것 같다. 바로 예술이다. 삶은 곧 종합예술이다. 


 반 년 전 아빠가 마지막으로 내쉬던 숨을 온전하게 빨아들이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그를 깊이 안아주었던 순간도, 삶에서 마주쳐온 모든 사람들과 호흡하며 지내온 모든 날들도, 지리산에서 땀 흘린 모든 순간도 결국 예술이었다. 앞으로 흘러갈 삶의 모든 점들은 세렌디피티처럼 아름다운 선과 면으로 이어져나갈 예술일 거다. 


 천왕봉 정상을 코앞에 두고 안개 속으로 걸음을 내딛는 인간과 그를 지켜보며 곧게 서 있는 나무의 모습에 소름이 돋고 감탄이 나왔다. 저 위대한 모습이 곧 예술이며 삶이다. 산 그리고 삶! 


◈ 에필로그 : 감사의 향연

하산 후 마지막 남은 식량, 사과에 행복+감사해하는 모~습


  집에 돌아와 3일 만에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으니 마냥 행복했다.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면서도 꿈인지 현실인지 조금 멍해지기도 했다. 이렇게 문명의 이기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것 역시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지리산을 다녀올 수 있도록 리프레시 데이를 선물해준 레이니스트에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책 출판 전후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공감해주시고 챙겨주시는 호밀밭출판사의 장현정 대표님, 생일날 가장 먼저 뜻 깊은 사진과 함께 축하해주신 ‘진짜 돌’ 최진석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숨 쉴 수 있도록 나를 만들어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야말로 손바닥 지문이 닳을 만큼 감사해도 모자란 분일 거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이 생을 함께 살아갑시다! 


 얼마 전 소중한 사람과 함께 양양의 낙산사를 다녀왔다. 강원도 고성/속초에서 복무하던 육군 중위 시절, 마음이 허하거나 길을 잃고 헤맬 때 가끔 찾아가 마음을 달래던 곳이다. 그곳에는 ‘꿈이 시작되는 길’과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 꾸려져 있다. 돌이켜보니 당시 그 길을 걸으며 품었던 꿈들 중 몇 가지를 현실로 이뤄냈다. 군에서의 임무를 잘 마치고 무사히 전역하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넓고 깊게 세상을 공부하기, 책 출판하기.. 그런데 꿈은 이뤄지는 것이 결코 아니라 의지와 행동으로 이뤄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낙산사의 아름다운 길도 이름을 조금 바꿔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아니면 말고다ㅎㅎ)


 남긴 것 거의 없는 아빠지만 최고의 유품은 바로 ‘나’라는 것을 얼마 전에 깨달았다. 낙산사를 함께 걸었던 그가 저기로 떠나간 게 조금은 아쉽지만, 그 아쉬움을 붙잡고 주저앉거나 머물러 있을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우리 아들,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그의 유언처럼 운명, 숙명이라는 단어가 삶에 손을 뻗치더라도 나는 나아갈 거다. 또 다른 배움들을 넓고 깊게 품어내며, 앞으로의 시간들을 더욱 단순하고 성숙된 모습으로, 때론 무겁게 때론 가볍게 나아가보쟛! 


 끝으로, 이 에세이를 마음껏 배설(?!)할 수 있도록 불언지교 해준 지리산에 감사드린다. See you again! 

★ 2018년 9월의 마지막 날, 낮과 밤의 경계에서.


‘진짜 돌’ 선생님의 생일선물
Thema #4 《Sparkle》 RADWIMPS

아직 이 세상은 나를 길들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바라던 바야, 아름답게 발버둥칠게
서로의 모래시계를 바라보며 키스하자
"안녕"으로부터 가장 먼 곳에서 만나길 약속하자.

마침내 때가 왔어, 어제까지는 서막의 서막이었으니
대충 읽어도 괜찮으니까, 여기서부터가 나인거야.
경험과 지식과 곰팡이가 피어버린 용기를 쥐고
이제껏 없었던 스피드로 네 곁으로 다이빙을,

꿈결 속에서 미지근한 콜라에,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꿈꿨어
교실 창문 너머에, 전철에 흔들리며 옮겨지는 아침에,
사랑하는 방법마저도 너의 향기가 났어
발걸음을 떼는 방법에서도 그 웃음소리가 들려

언젠가 사라지게 될 너의 전부를
이 눈에 한껏 새기는 것은
더는 권리가 아냐, 의무라고 생각해.

운명이라든가 미래라든가 하는 말들이 아무리 우리에게 손을 뻗더라도,
다다를 수 없는 곳에서 우리들은 사랑을 해,
시곗바늘도 우리를 곁눈질하며 나아가고 있어. 
그런 세상을, 둘이서 평생 아니, 몇 번의 생이라도 

꿋꿋하게 살아나가자 (生き抜いていこう)



꿋꿋하게 살아나가자.



- 끝



나도간다, 지리산 종주! [1]

나도간다, 지리산 종주! [2]

나도간다, 지리산 종주! [3]

나도간다, 지리산 종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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