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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SeJin 코리아세진 Apr 16. 2019

나도 간다, 지리산 종주! [2]

한 세대의 경계에서, 나의 지리산 종주기

◈ 저지름


삶은 저지르는 자의 것 


 언젠가 보았던 이 문구를 굉장히 좋아하는 나의 20대는 저지름의 연속이었다. 


 리더십과 애국이라는 단어에 몰입한 코흘리개 고등학생이 육군사관학교에 도전하고, 사관생도 시절에도 다양한 경험을 저지르고, 장교시절 조정래 선생님의 『정글만리』를 읽고 중국연구와 중국어 공부 그리고 탐방을 저지르고, 인생의 목적과 방향을 고민하며 5년차 전역을 저지르고, 어릴 때부터의 꿈인 한의사가 되고자 잠 줄여가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저지르고, 육사의 참모습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2년 동안 익명으로 연재한 『나를 외치다!』를 저지르고, 전역과 동시에 건명원을 저지르고, 한국이 다시는 외세에 식민당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일본과 일본어에 정면도전해 『요시다쇼인 시대를 반역하다!』를 저지르고, 스타트업에 뛰어들고자 프로그래밍 공부를 저지르던 중 레이니스트와 함께하며 “뱅크샐러드”로 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도전하고 있다. 


 각종 저지름 안에서 내면과 자아가 깨지고 무너지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 자체도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었다. ‘성공’보단 ‘성장’ 혹은 ‘성숙’이 저지름의 원동력인 것 같다. 


 어제를 살피면 오늘이 보이며 내일을 대략 예상할 수 있다. 나는 앞으로도 무언가를 저질러나갈 것 같다. 그 끝이 어디일지는 잘 모르지만 나도, 우리 모두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다. 자코메티의 작품 『걸어가는 사람』처럼, 겸허하고 묵묵하게 삶에 주어진 소명을 향해 나아가면 된다.


 30대의 나는 어떤 저지름을 저지르게 될까?



자코메티 작품 "걸어가는 사람"
"어차피 우리 인간은 죽음 앞에서 모두가 패배자야. 살면서 조금 실패한 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렇지 않아?"  -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


◈ 노고단(老姑壇, 1,507m)

               


         

노고단 가는 길
노고단 : 지리산 종주의 시작점이며 천왕봉, 반야봉과 함께 지리산의 3대 주봉으로 손꼽힌다. 노고단은 도교(道敎)에서 온 말로 우리말로 ‘할미단’이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인 ‘선도성모(仙桃聖母)’를 지리산의 산신으로 받들고, 나라의 수호신으로 모셔 매년 봄과 가을에 제사를 올리던 곳으로 전해진다.‘한국의 알프스’라고도 불릴 만큼 대표적인 고산휴양지의 하나다.  
지리산 노고단의 모습


 아빠는 1990년대 초 육군 소령시절 전라도지역을 관할하는 31사단의 항공대장이셨다. 당시 노고단에서도 잠시 복무한 시기에, 사단장(조영길, 노무현 정권 초대 국방부장관)과 함께 탄 헬기가 기상악화로 인해 불시착할 뻔 했던 아찔한 일화를 들려주시기도 했다. 잠시 노고단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안개 낀 ‘천왕봉 가는 길’로 힘차게 걸음을 내딛었다.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가는 길의 입구


◈ 도토리, 지리산의 선물


갑툭튀, 도토리!

 지난 2013년 9월, 설악산의 백담사와 오세암을 다녀오며 〈여름의 끝자락〉이라는 에세이를 남겼었다. 당시 백담사 입구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가래 열매가 눈앞에 떨어져 ‘설악산의 선물인가~’ 싶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노고단 고개를 지나 헉헉거리며 열심히 나아가는데, 갑자기 눈앞에 툭! 하고 도토리 열매가 하나 떨어졌다. 분명 지리산이 주는 선물이었다.  잠시 멈춰 도토리나무를 바라보며 손 흔들고 감사인사를 했다. 가방 구석에 잘 챙겨 넣어 가져왔다. (요즈음 산에서 도토리를 채취하면 안 된다고 한다. 지리산이 직접 준 선물인데 문제되지는 않겠지?ㅎㅎ) 


- 3화에 계속


나도간다, 지리산 종주! [1]

나도간다, 지리산 종주! [2]

나도간다, 지리산 종주! [3]

나도간다, 지리산 종주! [4]

나도간다, 지리산 종주! [5]

나도간다, 지리산 종주! [6-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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