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복잡할수록 현실에 집중, 잘 해내고 있다

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 _ discs 2

by 마담 삐삐
디스크_2.png 마더피스 타로 카드의 discs 2

양육으로 시작한 자기 성장의 공동체 '성미산마을'

마포에는 도시 속 공동체의 사례로서 이십 년 넘게 회자되는 성미산마을이 있다. 홍대입구 전철역과 월드컵 경기장 사이 성산1동의 야트막한 성미산을 중심으로 공동육아와 생협, 대안학교, 방과후교실,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모여 있다. 눈으로 보기에는 그냥 흔한 주택가 거리여서 성산1동에 사는 사람들 중에 우리 동네가 그런 곳이냐 하며 알지 못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특징적인 건물이 하나 있다면 시민자산화 건물인 '모두의놀이터' 정도이다.

전월세집에서 살림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평범한 젊은 부모들이 95년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들면서 시작한 동네이다. 아이들이 자라는데 필요한 바른 먹을거리가 필요해서 생협을 만들고, 대안교육이 중요하다 여긴 부모들은 대안학교를 만들었다. 공교육에 학교 보낸 사람들은 방과 후 교실을 만들고. 병원이 필요해서 의료생협을 만들고, 동물을 키우는 집들은 동물의료생협을 만들고. 이렇게 하나둘 필요한 영역을 국가보다 먼저 새로운 교육, 새로운 관계, 새로운 조직의 형태로 실험했다. 협동조합 법이 도입되기 전에 이미 운영체계가 조합 방식이었으니까. 한 발씩 앞서 나갔다.

양육에서 시작한 동네이지만 성인의 자기 성장 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한 부모 교육부터 자기 성찰, 명상, 요가, 예술활동 등. 이 모든 것은 부모가 어떻게 사는 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임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희생보다 삶을 마주하고 자기의 시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것을 가르쳐주는 학교는 없기에, 결국은 사람의 모습으로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엄마들과 친구가 된 비혼은 계속 배우고

성미산마을 언저리에서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나는 지난 이십 년 가까이 부모들의 생애주기를 옆에서 목격하고 친구가 되어 같이 늙어가고 있다. 다양한 예술 욕구를 풀고 마음의 연대와 일상을 연결하는 문화를 만드는 거점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 이렇다 보니 마더피스 타로 카드로 만나는 사람들이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인 경우가 많다. 자식의 입장에서 엄마에게 솔직한 말을 전하기도 하고, 같은 여성으로서 하루를 견디는 그녀들을 응원하고 존경한다. 개인의 성숙이냐 좌절이냐의 기로에 있을 때 성미산마을을 만나고 엄마인 여자친구들과 관계를 맺은 것은 나의 행운이었다.


타로를 배우러 오는 엄마인 사람들이 보자마자 으휴하고 손사래를 치는 카드가 몇 장 있다. 오늘 얘기할 카드는 직관적으로 엄마들이 한숨을 푹 쉬는 카드이다. 요즘의 본인 같다며.

다른 욕구와 취향을 가진 아이와 큰 아들이나 나름 없는 남편, 영원히 변하지 않을 일상에 갇혀 버린 상태에서도 굳건히 잘 서서 버텨야 한다. 종종 언제까지 이렇게 견뎌야 하나, 맘 편히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날이 올까. 그녀들은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하고 가정을 잘 운영하려 한다. 그럼에도 종종 마음이 답답하고 소모되는 느낌은 막을 수가 없다.

먼저 이야기를 길게 다 드는다. 느리게 가는 그녀의 시계를 조금 빨리 구체적으로 돌려준다.

"봐봐요. 지금 9살이잖아? 4년만 지나 봐 엄마에게서 안전하게 떨어져 지 삶을 살려고 할 걸, 같이 하자고 하면 애들이 안 할 거야. 남편도 그만 챙겨줘, 안 해주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볼 거야. 5~6년 뒤를 상상해 봐. 그 무렵이면 저녁 시간 대부분 자기 거야. 조급하게 마음먹으면 오늘 하루가 더 안 가는 거, 알죠? 아마 나보다 더 잘 알걸. 답답하면 가끔 낮에 나랑 커피 먹자."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 버티는 코어의 힘

마더피스 타로의 discs 2는 쌍둥이 아이를 돌보고 있는 젊은 엄마의 상황으로 카드를 그렸다. 2번 카드들은 아직 본격적인 외부 사회로 나가기 전 개인의 내외적 상황을 다룬다. 디스크는 물질적인 세계의 창조, 탄생, 금전, 경제, 오감의 느낌을 다룬다. discs 2는 개인이 처한 복잡하고 버거운 상황 속의 견디는 힘과 스토리 텔링을 담고 있다.

한 아이는 젖을 달라 하고, 한 아이는 졸리다고 칭얼댄다. 두 아이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엄마는 더더욱 힘을 내고 있다. 이러한 다른 욕구들이 둘러싼 본인의 상태가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뱀의 두 개의 머리와 같다. 뱀은 2개의 릴의 필름이 되어 계속 돌아가야 하는 스토리 속에 뭔가 바닥나는 느낌을 준다.

등 뒤의 좌우대칭인 숲과 나무는 고요함과 정적, 과도한 안정감은 당분간 이 상황이 지속될 것이며 변화가 어려운 그녀의 상태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 차오르는 초승달은 다른 시작과 회복으로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해석하지 않아도, 아이의 양육과 상관없는 질문이어도 직관적으로 사람들이 이해하는 상황이다. 어떤 일이 성장하고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시기, 변화가 없는 답답한 상황을 견뎌야 한다. 모든 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아 변한다. 그 중간의 시기의 갑갑함을 잘 버틴 두 개의 다리, 코어와 심장에 좋은 결과와 성과로 돌아온다.

만약 이 시기 고갈되는 마음으로 머리를 지나치게 사용해 피해 가거나 남을 이용하면 회복과 결실물은 맺어지지 않는다. 마음의 갑갑함에 압도되어 우울과 불안이 오면 육아와 일, 프로젝트 들이 성장하기 어렵고 개인도 우울감이 높아지고 패배감이 엄습한다.

나의 두 개의 튼튼한 두 다리와 코어로 땅에 그라운딩하며 균형을 잡고 복잡한 일을 하나씩 하나씩 응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 능력이 내게 있고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코어에 힘을 더 할 수 있다.


잘 해내고 있어, 다 지나가는 시간이야

한 사람이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맡고 있거나 한 조직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았을 때, 육아와 일을 함께 하고 있는 등 여러 몫의 상황을 개인이 해내야 하는 상황일 때 종종 등장하는 카드이다. 특히 사회적 가치가 높은 시민단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에서 일을 하는 분들은 더더욱 discs 2 카드가 잘 등장한다. 기계적으로 일을 분리한 것이 아니라 여러 역할을 유기적으로 해야 하는 조직의 성격상 내가 고갈되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 디스크 2 카드가 등장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임을 위로하고 배에 힘을 딱주고 버텨보자.

나는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 고갈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복잡할 뿐 나는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 이 시기는 지나간고 다른 시간이 앞에 펼쳐질 것을 예상하며 시계를 빨리 돌려 상상하자.

오늘 하루에 집중하는 에너지를 코어와 다리에 공급해서 그라운딩하기!


2025년 9월 8일 월요일

가을이 왔나, 의심스럽게 하늘을 본다





#마더피스타로 #마더피스 #타로 #타로강좌 #타로클래스 #motherpeace #tarot #페미니즘 #성미산마을 #가기성장 #마음돌봄 #자기케어 #discs2


keyword
이전 26화강하게 연결되는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