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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호 May 06. 2024

가는 세월 막을 장사 없다더니



가는 세월 막을 장사 없다더니 정말 세월은 빨리도 흐른다.
내가 살아갈 날보다 산 날들이 더 많은 걸 보면
인생이란 것이 이렇게 저렇게 지나가는 것 같다.
최후에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돈? 자식? 남편? 지식? 육체?
자식이 남겠고 늙은 육체가 남겠고 남편이 남겠지?
외적으로는 무엇이 남을까?
지금은 혜민이 혜성이 키우느라고 하루하루 편하게 보내지만
몇 년 후에 둘이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가면 시간이 좀 있겠지?
취미 생활을 할까 직업을 가질까 대학원을 갈까?
무엇을 하든 영어 공부는 해둬야 한다. 꾸준히 영어 학습이나 해두자.
8, 9, 10월에 열심히 하던 성의가 요즘 시들해졌다.
다시 불을 붙여야 하겠다.
재도전을 해보자.
책을 손에서 떼지 않는 습관을 혜민이와 혜성이에게 남겨주자.


혜성이가 뒤집고 기려고 한다.
눈을 둥그렇게 뜨고 웃을 땐 너무 착해 보인다.
좁고 어지러운 방에서 잘도 자는 혜성이.
빨리 이 돼지우리 같은 집에서 헤어났으면 좋겠다.
나에게 즐거움이 있다면 아이들 크는 것 보는 것이다.
혜민이 혜성이 똑똑하게 키우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

가장 소중한 것을 가졌기에 이렇게 가슴 터질 듯 분하고 억울한 밤이지만 참고 지내는 것이다.

성경 읽고 책 읽고 열심히 지혜를 배우는 공부를 하자
삼성전자는 그만 두자. 판매사원은 전혀 발전이 없다. 자존심 상하니까. 그냥 타이틀만 가지고 가자.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가장 소중한 것을 가졌기에 이렇게 가슴 터질 듯 분하고 억울한 밤이지만 참고 지내는 것이다


    아기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취업을 하고 대학원을 가고 공부를 하려던 엄마의 인생은 임신과 셋째 출산으로 또 한 번 바뀌어 버렸다. 환경은 엄마가 온전한 뜻을 펼쳐가도록 놔두지 않았다. 


    남편으로서 엄마를 고생시킨 아빠가 원망스럽고 미웠던 적도 많다. 세월이 흐르면서 가족의 삶을 꾸려가고  서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 엄마 아빠 할 것 없이 애쓴다는 것을 느끼며 그 마음은 옅어졌지만. 


     “나는 혼자 있다고 외로운 적이 없었다. 혼자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어디 외로울 시간이 있어.”

    가족들이 막내 동생의 치료를 위해 해외로 가고 아빠는 한국에 남은 기러기 생활을 했던 시절 아빠가 외로워 보여 안쓰러웠다. 지금도 자식들이 떨어져 사는 데에 불만 섞인 외로움을 자주 투정하는 아빠를 보며 엄마는 다른 입장을 드러낸다. 엄마에게 외로움은 사치였다. 혼자 견디기 힘든 시간이 닥치면 그 안에서 돌파구를 찾고 스스로를 단련하자 다짐하는 수밖엔 없었다. 엄마에게도 수많은 시간이 외로웠을 것이다. 그렇게 외로운 와중에 홀로 있을 시간이 너무나도 필요했을 것임을 안다. 그렇게 엄마는 나에게 외로움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고, 현실에서 해결책을 찾는 독립적인 성향을 물려주었다. 그리고 엄마의 바람대로 딸들은 책을 좋아한다. 







    육아책에 <엄마가 꼭 알아두어야 할 육아지식>과 같이 <처음 엄마가 되는 이들을 위한 자기 돌봄 방법>이 담겨 있다면 어떨까. 누군가가 인생의 큰 전환점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면, 처한 어려움을 잘 극복하기 위한 길잡이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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