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모닝커피를 마실 수 없었고, 함께 해가 지는 모습을 보기도 어려웠다. 같은 계절이지만, 너는 나보다 한참 높은 지대에 살고 있었다. 네가 있는 곳에서부터 불어오기 시작한 바람이 나에게 다가오면 더 이상 같은 바람이 아니었다. 별 조각 몇 개를 삼키고, 밤하늘을 힘껏 껴안으며 서로의 거리에 대한 아픔을 달랬다.
네가 나보다 한 발 늦은 하루를 마감하고 나면 나의 시간은 아침이었다. 눈을 뜨면 온통 너로부터 멀어져 시간을 이겨낸 것들이 도착해 있었다. 지난 밤새 네가 써내려 간 흔적들 사이로 기지개를 켜고 아침을 맞이했다. 여러 개의 문자들은 너의 손끝에서부터 쏟아져 나와 나의 이불이 되었고, 몇 가지의 표정들은 너의 얼굴에서부터 흘러나와 내 방의 커튼이 되어주었다.
버스 안에서 네가 밤새 흥얼거린 노래를 들었다. 사이사이에 흩어져 있는 너의 모든 소리를 나는 알아내었고, 그 소리들은 내 귀를 지나 창 밖으로 펼쳐진 강을 따라 천천히 흘러갔다. 나는 그것을 꽤나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내 머리 위로는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고, 너의 배 위로는 달빛이 아낌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너의 아침을 위한 단어를 생각해내고, 여러 줄의 문장을 만들어 다듬고 다듬었다. 너에게로 날아가는 동안 헤지고 헤질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내가 써 내려간 문장들을 보며 아침을 맞이할 너를 생각하며, 나에게로 다시 비춰 올 그 미소 기대하며 그렇게 다듬었다.
나의 문장들이 너에게로 시간을 거슬러 날아가는 동안 나의 해는 땅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면 너의 시간은 아침을 향해 밝아지기 시작했다. 지난밤 온갖 추위와 거친 것들을 피해 도착한 나의 문장들이 너의 세상에 무사히 도착했다. 고요한 아침이 너를 둘러싼 호수에 뽐내지 않고 흐드러져 있었고, 비로소 호수 위에서 문장들은 여독을 풀었다.
그러면 너는 어젯밤도 덕분에 따뜻했다는 말로 답했고, 나의 오늘 밤 또한 따뜻하기를 바랐다. 어느덧 너의 피부엔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고, 나의 등 위로는 달빛이 가득 쏟아지고 있었다. 달빛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음에도 너의 오늘을 읽어 내릴 수 있는 내일이 있기에, 그 언제보다도 아침이 기대되었다.
밤하늘의 구름을 타고,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으로 날아가는 꿈을 꾸기를. 그곳에서 우리 끝나지 않을 시간 속에서 오래도록 그려오던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그리고 설령 꿈으로 끝날지언정 속상해하지 않기를. 그저 함께 할 수 있는 날에 한 발짝 더 다가갔음에 인내할 수 있는 하루이기를.
우리는 여전히 서로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우리는 함께 눈뜨는 아침을 맞이할 수 없고, 함께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맥주 한 잔 나눠 먹기도 어렵다. 우리는 같은 계절을 맞이했지만, 서로 다른 온도와 습도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 네가 있는 곳에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나에게 다가와 내리기 시작한다. 비의 세기도, 시원한 촉감도, 옷깃에 떨어지는 소리도 비슷하다. 서로가 잃어버린 시간을 끌어안아 서로의 부재를 견디며, 우리는 그렇게 거리와 맞닿은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