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하면서도 보편적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글을 쓰는 건 고된 일이지만 자신의 쓸모를 찾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했다. 쓰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각자 고유한 사람들임을 잠깐 기억해냈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493p
글을 쓸 때 나를 망설이게 만드는 강박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고유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고 다른 하나는 읽는 이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가 서로를 배반하며 나를 괴롭힌다.
이미 많이 들어봤던 이야기,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하나 더 보탠다고 해서 뭐가 나아질까 라는 질문이 나를 괴롭힌다.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이기 때문에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싶다. 그러나 나라는 인간은 때때로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그들 중 하나가 되고픈 욕망이 있기 때문에 자꾸만 뒷걸음질 친다.
나만 알 수 있는 이야기도 별 매력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다른 이들이 쓴 글을 읽으며 공감을 느끼고 마음 한켠을 쓸어내렸듯이 내 글도 누군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다. 내가 경험한 것들을 돌이켜 보노라면 보편적이라 부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나라는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수없이 많은 조각들이 얽히고설켜 지금 내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왠지 보편성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아 또 뒷걸음질 친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일 때가 종종 있다. 그럼 역시 아무것도 못 쓰겠어,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 오랜 시간을 묶여 있었다. 내가 만든 감옥에 내가 갇힌 셈이다.
사실 어떤 이야기도 고유하기만 하거나 보편적으로 경험해봤음직하지는 않았다. 내가 좋아한 수많은 이야기들은 고유한 삶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기 때문에 공감하고 사랑했던 것이지 그것이 꼭 내 이야기이기 때문에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고유성과 보편성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려 하고 있다. 대신 이 이야기를 어떻게 잘 전달할지 고민하고 있다. 어디에서 시작해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말하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다 결국 이야기가 끝나게 될지. 고유하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모순되는 강박 속에서 자유로워지는 대신 더 잘 가닿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나의 글쓰기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