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화에 맞닿은 죽음과 죽음의례

by 박인조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와 발전은 과학기술의 혁신을 가속시키며 일상에 수 많은 변화를 일으켜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다양한 새로운 경험을 날마다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과 기업의 등장으로 이전에 없던 직업의 탄생과 기존 직업의 소멸, 온라인 유통시스템의 확장과 빅 데이터를 활용한 새롭고 다양한 활동 등으로 일상에 편의와 함께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의·식·주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방식의 변화로 이제는 사람과의 소통만 아니라, 기계와 사람 사이의 소통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예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은 산업의 영역만 아니라, 사회의 구조와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일상의 변화는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일련의 장례예식 그리고 추모의 방식에 있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장례식은 공동체성을 특징으로 하는 지역사회의 의례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 가족 당사자만의 일이 아니라, 한 마을 전체의 사건으로 사람들을 한 곳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죽음과 죽음의례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말입니다.

여기에 산업혁명으로 인한 통신기술과 교통의 발달은 예식에의 참여 범위를 확장시켰습니다. 더 멀리서 소식을 듣고 다양한 이동수단을 통해 한 걸음에 달려와 유가족을 만났고 고인의 죽음을 함께 슬퍼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날의 장례식 풍경은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입니다.


여전히 직접 찾아와 만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그런 인식을 조금씩 바꾸어 비대면 조문방식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IT기술을 활용해 조의를 표하고 마음을 전합니다.

여기에는 이동이 불편한 고령인구의 폭발적 증가라는 인구변화 현상도 한몫을 했습니다. 일명 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들은 사람들의 만남을 이전보다 확대시키고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없게 된 간극을 채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장례식만 아니라, 추모에 있어서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고인의 삶의 자취와 정신은 사람의 입과 기록을 통해 보전되고 기억되어 후손에게 전해집니다. 이것은 가족과 사회가 유지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소중히 다루어지고 교육과 참여 경험을 통해 전수되었습니다. 이처럼 고인을 추모하는 문화는 오래도록 지켜진 사회적인 가치였습니다.


거기에는 고인을 묻는 무덤이 중심에 있는데,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도시의 확장과 인구의 증가로 자연스럽게 공동묘지가 일반화되었습니다.

도심 근교에 큰 규모의 추모시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기도 한데, 일상의 변화에도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무덤을 찾는 일은 오래도록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물리적 현실세계만이 아닌 가상의 세계까지 경험하게 하면서 고인을 추모하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심지어 고인을 만나러 무덤을 찾아가는 것에서, 이제는 스크린으로 고인을 불러내어 만나려는 시도를 합니다.

점점 흐릿해져 가는 기억을 더듬으며 고인과의 유대감을 이어가던 일들이, 바로 내 앞에 살아있는 것 같은 실재감과 오감을 통한 몰입 경험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2차 정보혁명이라고도 부르는 4차 산업혁명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의 발전과 융합에 의해 개별 물건들까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초연결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스스로 학습하며 발전하는 딥러닝으로 로봇이 인간의 두뇌역할까지 대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을 통한 생명의 연장과 인간 강화 그리고 인간을 닮은 로봇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감정만 아니라 자유의지까지 가진 로봇이 등장한다면. 죽음에 대한 이해는 지금과 달라질 것입니다.

또 사람들과 관계를 맺듯이 친밀해진 로봇의 죽음을 인간은 특별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인공지능 로봇의 종료나 멈춤이란 인간의 죽음과는 같을 수 없지요.


그리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가상세계의 구현으로 찾아온 일상의 디지털화는 인간의 경험 세계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무한히 확장시켰습니다. 이런 가상세계에서 인간은 아바타라는 새로운 존재로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도 다시 살려내어 서로 대화하며 공감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화된 존재의 죽음은 완전한 종결로서의 죽음이 아니라, 삭제일 뿐이며 동시에 인간에 의해 통제되는 죽음입니다.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죽음의 다양한 양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기억할 것은 죽음이야말로 인간을 인간과 유사한 기계와 구분하고 현실세계와 너무도 닮은 가상세계를 분별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죽음은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가 가진 고유한 특성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나의 죽음만 아니라 타인의 죽음을 의식하고 기억하며 추모하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이제까지 생각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의 죽음을 살펴보는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여행을 영화와 함께 떠나보려 합니다.

영화의 세계는 이미 와 있는 것만 아니라, 앞으로 올 미래의 것까지 넘겨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인공지능 로봇과 가상현실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가 일상이 되는 시대를 짐작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생명과 죽음 그리고 추모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갖게 됩니다.

각 장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이 누구인지, 인간됨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리고 생명의 변함없는 가치는 어떻게 지켜가야 할지 생각하는 특별한 기회와 만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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