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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조 Mar 29. 2022

4. 소홀히 여길 생명이란 없습니다

1장 – 처음 들어보는 삶과 죽음 이야기

두 돌 된 아기 엄마이자 그림책 작가인 『사기병』(윤지회, 웅진지식하우스/2019)의 저자는 위암말기(4기)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소식을 들은 이후, 1년여의 투병기를 이 책에서 소개합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느낀 두려움, 투병 기간 내내 견뎌야 했던 고통, 사랑하는 가족에게 받은 배려와 헌신, 그리고 그 가운데서 깨달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간략한 그림과 함께 잘 보여줍니다.     

엄마로서, 아내로써 그리고 딸로서 죽음 앞에서 느낀 걱정에 깊은 공감이 느껴집니다. 


죽을 수 있다는 것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은 무섭고 두려운 일로 그 앞에서도 여유로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긴 어렵지요. 작가는 이런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 경험을 잘 견뎠습니다. 왜 이런 일이 찾아 왔는지 알 수 없고 설명할 길도 없지만 말이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까운 이들의 사랑을 깨닫고 소소해 보이는 일상의 가치를 알게 된 것은 뜻밖의 선물이었다고 말합니다.     


항암치료는 생각 이상으로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그런데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하니, 내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잘 버텨낼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도 듭니다. 


어쩌면 그래서 건강하게 사는 오늘이 더 소중하고 특별한 지도 모릅니다. 내게 이런 소식이 전해진다면, 그 때 내 마음은 어떤 그림으로 이야기 될까요?     


펫로스 증후군

‘펫로스 증후군(Petloss syndrome)’은 가족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을 말합니다. 

(그림설명: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일상)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좀 더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반려동물의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 반려동물의 죽음의 원인인 질병이나 사고에 대한 분노, 그리고 슬픔의 결과로 오는 우울증 등이라고 합니다. 

가족을 비롯한 사람이 죽었을 때 느끼는 감정한 비슷한 내용들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2021년 12월에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인 <한국 반려동물 장례 인식조사>에서 반려동물의 죽음을 지켜본 반려인은 76.2%였고, 이 중에 39.1%만 장례를 치른 경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49.8%가 이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세르주 치코티와 니콜라 게갱이 공저한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은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248가지 심리 실험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중에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남자들은 가까운 친구를 잃었을 때와 같은 고통을, 여자들은 자녀를 잃었을 때와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설명합니다. 


가족이나 지인이 죽었을 때와 같이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부정하고 싶은 마음 또 죽음에 대한 분노 등으로 어려움과 고통을 겪는 기간이 1년 이상 되는 경우도 50%가 넘는다고 하네요. 

사람만 아니라, 모든 생명에 대한 상실의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큰 아픔입니다.




요즘은 강아지와 고양이는 물론 도마뱀이나 작은 벌레도 반려 생물로 키웁니다. 

사람들은 함께 살며 돌보는 생명체에 대해서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정말 생명을 가진 존재로 대우하기에 공감과 함께 서로 소통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지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실시한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수가 국민 네 명 중 한 명인 1,500만 명을 돌파하고 이로 인해 반려동물 훈련업, 호텔업, 목욕과 미용업은 물론 식이보충제 생산 업체와 의약품 개발 등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심지어 로봇에 대해서도 반려동물을 키울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합니다. 로봇은 생물체가 아니라 무생물이며 인간과는 다른 존재입니다. 로봇은 인간의 생명을 지키고 인간 삶의 유익을 위한 도구로 이용됩니다. 

그래서 고장 나거나 사용할 수 없는 로봇에 대해 그리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필요가 없으면 언제든지 폐기하고 다시 만들면 되는 그런 물건으로 간주합니다.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반려 로봇”- YTN <사이언스>

그런데 사실 인간처럼 손과 발 또는 얼굴을 가진 로봇은 기계를 다루듯이 쉽게 생각하기에는 머뭇거려집니다. 또 외형이 인간과 닮지 않아도 자신과 대화를 하며 간단하지만 의사소통을 했던 기계장치를 다룰 때는 조심해서 행동하지요. 


혹시나 떨어트리면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그리고 작동을 멈추기 전까지는 다른 것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렇듯 생명체는 물론이고 무생물체까지도 소중히 다루려는 마음이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입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과 화장장

최근 뉴스를 보면 반려동물을 맡기는 유치원, 함께 운동하며 산책할 수 있는 공원에 이어서 화장장과 장례식장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장례식을 생각할 때 동물까지 일정한 의식을 갖추어야 하는지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애완동물이 아니라 가족처럼 생각하여 가까이 두고 보살피며 기르는 동물인 반려동물이라는 명칭이 생겨날 만큼 집에서 키우는 동물은 가족과 다름이 없기에 죽음으로 인해 떠나보내는데도 특별한 마음과 과정이 필요합니다.


현행법상 동물의 사체 처리는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생활폐기물로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하거나, 동물병원에 의뢰해 처리하는 방법,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를 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실 땅에 묻거나 미등록 장묘업체 등을 이용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난 만큼 화장장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반려동물 장례시설은 57개에 불과합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화장은 수습과 입관 그리고 화장 순서로 진행됩니다. 아직까지 이러한 과정은 가족이 참관하는 가운데 진행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인천 강아지 반려동물 화장”- SBS Biz <생생경제 정보톡톡>


화장은 개별 화장 또는 합동 화장이 가능한데, 합동 화장의 경우는 비용은 저렴하지만 유골이 섞이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장례대행 서비스도 있어 장례식장이나 반려동물 납골당 방문이 어려운 경우에는 전문가가 대신해서 장례 진행을 도와주기도 해요. 

다만 혐오시설로 인식되어 지역 주민의 반발로 설립이나 이용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런 시설을 사용했던 사람은 앞으로는 화장만 아니라, 충분한 애도와 추모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동물은 평균 수명이 짧아 더 자주 죽는 경우가 발생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심리 상담과 새로운 반려동물의 입양을 돕는 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돌봄을 받지만 버려지기도 하는

다 같은 생명이지만 모두 똑같이 다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밤새 불을 켜 둔 좁은 닭장에 갇혀 기계처럼 알을 낳고 살아야 하는 닭, 재주를 부리기 위해 훈련과 때로 학대도 당하는 코끼리나 돌고래, 의약품이나 화장품 등의 동물실험에 쓰이는 토끼, 애견 숍에서 팔리기 위해 전시된 강아지와 고양이, 그리고 평생 공장 형식의 축사에 갇혀서 자라는 돼지는 돌봄은 고사하고 학대를 당하거나 인간을 위해 이용당하다가 버러지는 생명들입니다. 


반려동물로 주인의 사랑과 돌봄을 받으며 생활하는 동물도 있지만, 이렇게 학대를 받고 길거리에 버려지거나 도살처분되는 동물도 많습니다.     


이런 부분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 최소한의 동물들의 권리를 위한 <동물보호법>까지 만들어졌습니다. 

그 내용 중 제3조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을 보면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①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 ②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③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아니하도록 할 것, ④동물이 고통·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 ⑤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에서는 동물을 죽일 때에 주의해야 할 행위로 ①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②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③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④그밖에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벌칙을 제46조에서 규정하는데, 2021년에는 더욱 강화되어 위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이런 법률과 벌칙이 점점 강화되는 것만 봐도 그만큼 동물들의 삶의 환경이 열악하고 당하는 학대와 도살 방법이 잔인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10조는 ‘동물의 도살 방법’에서 “모든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되어서는 아니 되며, 도살 과정에 불필요한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합니다.                         



충격적인 사건 중의 하나가 집단적으로 매몰되는 가축들입니다. 

거의 매년 이루어지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닭과 오리의 매몰 처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입니다.

“‘구제역 매몰’ 5년…토양·수질오염 ‘심각’”- KBS News

과거 2011년, 전국을 휩쓴 구제역 파동으로 당시 가축 350만 마리가 땅속에 매몰 처분되었습니다. 경기도 내 한 구제역 매몰지를 굴착기로 파 봤더니 썩지 않은 돼지 사체가 허옇게 드러나서 충격을 주었다고 해요. 

보통 3년 안에 오염 없이 자연 분해돼야 하지만, 규정으로 되어 있는 1㎥ 당 돼지 한 마리를 묻는 것보다 훨씬 많이 묻었기에 사체 상당수가 그대로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변 토양은 까맣게 변했고, 악취에 침출수까지 흘러나와 근처 지하수 오염까지 우려합니다. 침출수를 빼내는 오염 방지 시설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건데, 이런 매몰지가 전국적으로 4,500여 곳에 이른다고 하네요. 

그런데도 이런 오염된 매몰지에서는 땅 소유주들이 농작물까지 재배한다고 합니다.   

  

소중한 나의 생명

작은 생명이라도 생명을 돌보는 일은 너무도 소중합니다. 


생명을 돌보는 일의 첫 번째는 먼저,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 중에 하나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자살률 1위 국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합니다. 

통계청 통계를 보면 2019년 자살자 수는 13,092명으로 하루에 36명, 40분당 1명이 자살로 생명을 잃었습니다. 


한 해에 약 28만 명이 병사로 인한 ‘자연사(自然死)’, 자살과 타살 그리고 사고사로 인한 ‘외인사(外因死)’, 그리고 원인 불명으로 죽는데 이 중에 타살은 약 500명인 반면, 자살은 이와 비교했을 때 약 30배에 이릅니다. 

전문가들 중에는 이 통계수치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도 하니,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가장 많지만, 청소년 자살 문제도 심각해 2011년 이후 매년 청소년(9세~24세) 사망 원인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였습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공동으로 작성한 <2021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청소년 사망자 수는 1,953명이었습니다. 

(그림설명: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및 「사망원인 통계」)

이 중에 고의적 자해(자살) 876명, 안전사고(운수사고, 추락, 익사, 화재, 중독, 기타 외인) 367명, 악성신생물(암) 226명 순으로 자살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청소년의 경우 우울증 등의 징후를 전혀 보이지 않다가도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청소년 중 절반 가까이가 1년에 한 번 이상 자살을 생각했다고 하고,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10% 가까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로는 가정폭력, 가족 구성원의 사망, 부모의 이혼과 별거 등이 꼽힙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 청소년 상담복지개발원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자살이나 자해 상담 건수는 2015년의 3.8배 수준인 8만 7천여 건,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로는 5배 이상 증가한 7천8백여 건이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불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립감이 지속되면서 사회 전반에 우울감 및 위험요소가 증가했다는 분석입니다.


더욱이 <2021 자살예방 백서>에 따르면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경제·사회적 영향이 본격화되는 2~3년 이후에는 자살 증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합니다.   

  

메모) 고민 상담을 원하는 청소년과 부모는 해당 지역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방문하거나 ‘청소년 전화 1388’, ‘사이버상담센터’를 통해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자살 유가족을 만나다”- KBS 현장토크쇼 <거리의 만찬>

누군가의 죽음은 그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적잖은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좀 더 잘해주면 좋았을 텐데’라는 죄책감에서부터 ‘그때 왜 그랬을까’라는 후회까지 가족에게는 크나큰 상처를 남깁니다. 


거기에 더해 자살은 가족만 아니라 사회에도 영향력을 끼치는데 그 파장의 큽니다.

이것을 알 수 있는 용어로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가 있습니다. 자신의 이상형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유명인이 자살한 경우 그것을 모방한 일반인의 자살시도나 자살률이 급증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괴테의 저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leiden des jungen werthers)이 유럽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당시 주인공 베르테르를 따라 자살한 젊은이가 급증한 데서 따온 말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대하는 태도

“살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가슴 뛰는 일이 꽤 많아/ 살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나 같은 이상한 애도 만나지 ... 좋은 일이 생겼다고 마냥/ 다 가졌다 생각하지 마/ 나쁜 일이 생겼다고 마냥/ 이불속에서 우울해하지 마/ 아플 땐 의사보다 퇴사

우리 자연사하자/ 우리 자연사하자/ 혼자 먼저 가지 마. 우리 자연사하자/ 우리 자연사하자/ 우리 자연사하자/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우리 자연사하자/ 우리 자연사하자/ 우리 자연사하자/ 혼자 먼저 가지 마 ... ”                              


<우리, 자연사하자>라는 제목의 노래 중 일부입니다. 

두 명의 여성 듀오로 구성된 미미 시스터즈는 2008년 ‘장기하와 얼굴들’의 멤버로 처음 데뷔했습니다. 이 노래는 경쾌한 멜로디에 가사가 전하는 내용도 신선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습니다.      


메모) 자연사란 / 자연사(death by natural causes, 自然死 스스로 자/ 그러할 연/ 죽을 사)의 반대말은 외인사(unnatural death, 外因死 밖 외/ 인할 인/ 죽을 사)로 여기에는 사고, 자살, 살인 등이 포함됩니다. 즉 자연사란 노환으로 자연스럽게 죽는 경우로 몸이 노쇠해지면서 질병 등 신체 내부 원인으로 인해 죽게 된 경우를 가리킵니다.      

“우리, 자연사하자(Let's All Die Naturally)”- MiMi SISTERS(미미 시스터즈, 2018)

이 노래는 자살 방지 노래를 만들고 싶어 시작했다고 합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지금 자살하지 말고 같이 살아보자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오래전 친한 친구의 자살 후 죽음에 대한 불안감으로 괴로웠는데, 그 후 어느 분의 장례식장에서 슬프고 우울한 마음에 힘들어 ‘우리 자연사하자’고 뚝 한마디 던진 것이 발단이 되어 이 노래를 만들게 되었답니다.  

   

자살이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근사체험’ 또는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에 대한 연구에서도 나타납니다. 

이 경우 근사체험 시의 일반적인 경험이 일부 제한된다고 하는데, 근사체험은 1970년대 중반부터 심장과 호흡이 멎는 사람을 되살리는 심폐소생술이 발전하면서 자주 보고되었습니다.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사상가 중 하나인 스위스 출신의 정신과 의사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박사는 수많은 어린이 환자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관찰한 공통된 현상과 여러 사람의 근사체험에 대한 경험을 조사한 것을 저서 『사후생: 죽음 이후의 삶의 이야기』(On life after death)에서 소개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죽음을 선고받았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들 거의 2만 가지 사례를 수집하여 연구해 인간이 죽음의 순간에 경험하는 것을 알아보고자 했고 그 결과 환자의 연령, 성별, 인종, 종교의 유무나 종류에 무관하게 삶의 종말 체험과 근사체험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븐 알렉산더 박사, ‘ABC News’ 인터뷰”- 김영사

이븐 알렉산더(Eben Alexander) 하버드대학교 신경외과 의사는 『나는 천국을 보았다』(Proof of Heaven)에서 54세였던 2008년, 희귀한 질병으로 7일간 혼수상태에서 경험했던 특별한 일들을 기록했습니다. 

이전까지 임사체험은 뇌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고 믿어왔는데, 그 자신이 뇌가 완전히 멈춘 순간에 죽음 너머의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그 이후 임사체험은 뇌가 만들어내는 환각이 아니며 뇌가 죽어도 의식이 계속 존재한다는 증거를 얻게 되었다고 설명했는데, 그에 대한 기사를 2012년 10월 뉴스위크에서도 다루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천국, 신, 영혼에 관한 그 어떤 이야기도 의학적인 지식과 양립될 수 없다고 과거에는 생각했지만 지금은 신과 영혼이 실재하며, 죽음이란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만이 진정한 삶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의사가 되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메모) 근사체험 시 경험했다고 이야기하는 것들 / 근사체험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학술지 Lancet는 열 가지 체험 요소를 발표했는데, ‘자신이 죽었다는 인식’(50%), ‘긍정적인 감정’(56%), ‘체외 이탈 경험’(24%), ‘터널을 통과함’(31%), ‘밝은 빛과의 교신’(23%), ‘색깔을 관찰함’(23%), ‘천상의 풍경을 관찰함’(29%),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과 친지와의 만남’(32%), ‘자신의 생을 회고함’(13%),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인지함’(8%)입니다.    


학술적인 연구가 네덜란드의 여러 병원에서 많은 근사체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2001년 저명한 의학 학술지인 Lancet에 실렸습니다. 이 학술지는 1823년 영국에서 창간된 이래 발간 역사가 189년이나 된 정통 있고 권위적인 학술지라고 하네요. 

(그림설명: 히에로니무스 보스, <천국으로 상승>, 1490-1516년)

여러 병원에서 심폐소생술로 다시 살아난 344명을 조사했더니, 18%가 근사체험을 했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게다가 이 연구는 근사체험이 체험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2년 뒤와 8년 뒤까지 조사하는 장기적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무경험자에 비하여 근사체험자는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과 이해를 더 많이 하게 되고, 인생의 목적을 더 잘 이해하며, 영적인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사후의 생에 대한 믿음과 일상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몇 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의 체험이 8년 뒤까지도 큰 영향을 준 것입니다.    


물론 의학계에서 근사체험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고 이견도 많습니다. 임사체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그것이 뇌의 비정상적인 상태가 야기한 환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단지 산소 결핍의 결과나 약물 투여의 부작용, 소망 사고의 투사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임사체험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에도 임사체험이 당사자들의 삶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체험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음은 이견이 없습니다. 

임사 현상을 체험한 사람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의식과 가치관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근사체험의 임상적 중요성으로 자살 방지 상담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됩니다. 

사후 세계 존재 유무나 환자의 신앙 유무와 관계없이 임종에 임박한 환자가 갖게 되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덜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죽음을 인식하면서 일상을 살고 그리고 죽음을 앞두었을 때는 준비된 모습으로 죽음을 맞으면서 마지막까지 소중한 삶을 살도록 이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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