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처음 들어보는 삶과 죽음 이야기
소설 『아마리 종활 사진관』(아시자와 요, 엘리/2017)에 등장하는 아마리 종활 사진관은 ‘영정 전문 사진관’으로 이 사진관에 구로코 하나가 찾아옵니다.
하나는 29살의 여성으로 도쿄의 유명한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곳을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언장 때문에 찾아왔는데, 할머니의 다른 자녀들에 대한 재산상속 내용은 있었지만 자기 엄마에 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유언장을 넣은 봉투에는 엄마의 집 주소와 엄마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엄마의 충격에 그리고 평소 퀴즈 내기를 좋아하던 할머니의 성향 때문에 혹시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할머니가 영정사진을 찍은 사진관을 찾아가서 결국 유언장 봉투의 우표에 숨겨진 할머니의 퀴즈를 풀어 엄마의 마음을 풀어줍니다.
그리고 아마리 종활 사진관에서 헤어디자이너를 채용한다는 이야기에 이곳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영정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을 마주하는 것으로 소설은 이어집니다. 주인공 하나는 소원했던 가족이 다시 만나 화해하며 가까워지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 등 다양한 경험들을 합니다.
아래의 내용은 소설 속에서 알려주는 몇 가지 용어에 대한 설명입니다.
‘종활(終活, 슈카츠)’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인생을 마무리 짓기 위한 활동’의 줄임말로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태도와 그와 관련된 행동을 가리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영정 사진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책을 보면 이런 자세한 설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마칠 종’(終)에 ‘활동’ 할 때 ‘활’(活)을 붙여서 ‘종활’이에요. 인생을 아쉬움 없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예를 들면 유산상속과 관련된 확실한 유언장을 마련한다거나 묘지를 준비한다거나 원하는 장례식에 관해 가족에게 의견을 전해 두기도 하죠. 그중에, 조금 전에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생전사진이라고 부르는데, 자기 영정사진을 살아있는 동안 찍어두는 활동도 포함돼요.” - 출처: 『아마리 종활 사진관』(아시자와 요, 엘리/2017), 174쪽.
사라질 직업들은
옥스퍼드대학교의 한 연구소에서 현재 있는 직업 중 약 47%가 20년 후에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미래학자들 중에는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약 80% 정도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하는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기술 발달과 앞으로의 더 많은 변화로 직업의 세계에서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그중의 하나인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을 것이 우려됩니다.
예를 들어, 자율 주행 기술이나 드론, 인공 지능 기술이 여러 운송수단에 적용되면 버스나 트럭 운전사를 비롯해 비행기 조종사까지 컴퓨터나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면서 사라질 것이 예상됩니다.
이와 함께 사물 인터넷과 스마트 시티 기술이 발달하면 운전사뿐 아니라, 자동차와 관련된 다른 직업들도 사라질 수 있어요.
교통사고가 줄어들면서 교통사고를 처리할 경찰관이나 보험인 등의 역할도 줄어들겠지요. 또 교통사고와 관련된 환자를 치료했던 의시나 간호사도 많이 줄어들 거고요.
그 외에 단순 노동업무들을 비롯해 텔레마케터와 부동산 중개, 택시 기사 등의 일 또 무인 드론의 발달로 택배나 우편배달은 물론 위험을 무릅쓰고 해왔던 불을 끄고 화학물질이나 오염물질을 관리하는 일도 기계들이 대신하게 될 거예요.
지금은 전문직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변호사, 금융전문가, 통역사나 번역사의 일도 앞으로는 인공지능 로봇이 대실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면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 사람들이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많은 일들이 자동화되고 로봇이 대신하면서 이러한 로봇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직업이 제일 먼저 등장하겠지요.
로봇이 무슨 일을 해야 하고 어떤 규칙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지 관리하고, 로봇을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활용법을 상담해주거나 로봇을 수리하고 개발하는 일을 하는 직업 같은 것 말이지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빅 데이터(Big Data),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생겨나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보안입니다.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할 보안전문가도 앞으로 각광받을 직업입니다. 보안 프로그램 개발자, 생체 인식 개발자, 생체 데이터베이스 구축자 등 다양한 직업이 생길 거예요.
그리고 의료기술의 발달과 수명의 연장으로 고령사회가 되면서 건강을 관리해주고 병을 치료해줄 다양한 역할에 따른 직업도 등장하겠지요.
스마트 헬스 시스템 개발자,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노인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제품과 기구를 디자인해주는 디자이너, 유전자를 이용해 병을 고치는 유전공학자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 태양, 바람, 바닷물, 땅의 열, 옥수수를 활용한 바이오 에너지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하는 연구와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사람도 늘어날 거예요.
무엇보다 이런 변화된 사회에서 교육과 직업을 관리해줄 전문가도 필요할 거고요.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직업들
인류의 역사에서 일어난 몇 차례의 산업혁명은 이전과 이후의 직업에 큰 변화를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삶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에 걸쳐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농경사회에서 공업 사회로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했고 공장에서는 수많은 노동자가 단순작업에 투입되었습니다.
토지를 근거로 한 가족 중심의 농업에서 기계화를 통해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공업으로 산업구조의 변화만 아니라, 삶의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2차 산업혁명시대는 전기 에너지를 바탕으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통한 대량생산과 원거리 송수신 및 무선 통신이 가능해졌습니다.
다양한 운송시스템의 발달에 물건을 관리하고 유통하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더욱 광범위하게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대량 소비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세기 말부터 컴퓨터를 통한 대용량 정보처리 기술과 인터넷 기반 지식정보 혁명으로 대변되는 3차 산업혁명시대가 시작됩니다.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로 생산성은 극대화되었고, 1970년대에 개발 및 보급되기 시작한 개인용 컴퓨터(PC, personal computer)로 다양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서 경제 분야만 아니라, 정치와 사회 분야에서 전 지구적인 소통과 다양한 경험이 가능해졌습니다.
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IT기기를 다룰 전문 인력이 필요해지면서 이를 위한 교육시설이 설립되고 관련 분야의 직업들이 생겨났습니다.
오늘의 시대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빅 데이터, 모바일(Mobile), 5G, 인공지능으로 특징 지워지는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스 슈밥이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요 의제로 4차 산업혁명을 다루며 사용한 용어로 저서 『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에서 4차 산업혁명이 아직까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선형적 속도가 아닌 기하급수적인 속도(Velocity), 범위와 깊이(Breadth and depth), 다양한 과학기술의 융합으로 개인·기업·산업·국가 간에 이루어지는 혁신적인 변화라는 시스템 충격(Systems Impact)을 근거로 4차 산업혁명시대는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메모) 4차 산업혁명이란 / ‘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라는 용어는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교수였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2015년 12월 12일 자, <Foreign Affairs> 잡지에 기고한 글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What It Means and How to Respond”에서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이후 슈밥은 젊은 글로벌 리더들에게 세계경제포럼의 주요 의제로 ‘4차 산업혁명’을 제안할 것임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주요 의제로 4차 산업혁명을 다룹니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물리, 생물 영역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기술들의 융합으로 특징 지울 수 있다”라고 주장했고, 그런 기술로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무인 운송수단, 3D 프린팅, 나노 기술, 바이오 공학 등을 꼽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2016년 3월에 열린 구글 딥마인드(DeepMind)에서 제작한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계기가 되어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논의가 본격화되었습니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온라인 유통시스템과 빅 데이터를 활용한 새롭고 다양한 활동은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였습니다.
제2차 정보혁명이라고도 부르는 4차 산업혁명으로 스마트 공장, 자율주행차,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과 빅 데이터, 클라우드, 3D 프린팅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현장들이 곳곳에 늘어났습니다.
이제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과 사물인터넷의 발전과 융합에 의해 개별 물건들까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초 연결 사회로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메모) 유엔 미래보고서 2030년 유망직종 / 유엔 산하 기관으로 1996년 만들어진 후 2009년 국제 비영리 기구로 독립한 밀레니엄 프로젝트에서 보고한 미래보고서는 2030년 유망 직업을 소개합니다.
[경제·경영 분야] - 브레인 퀀트(시장 예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하는 경제 전문가), 최고 경험 관리자(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질 높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회사의 전략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책임자), 세계 자원 관리자, 대안 화폐 전문가, 오피스 프로듀서(회사가 아닌 개인 작업 공간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업무를 도와주는 사람), 매너 컨설턴트, 개인 브랜드 매니저, 글로벌 지역 분석 전문가
[의료·복지 분야] - 복제 전문가, 기억 수술 전문 외과의(사람의 기억 일부를 지우거나, 폭력성 등 나쁜 행동 특성을 없애는 수술을 전담하는 의사), 생체 로봇 외과의, 장기 취급 전문가, 두뇌 시뮬레이션 전문가, 유전자 상담사, 치매 치료사
[환경·에너지 분야] - 탄소배출 점검 기록 전문가(기업과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해주는 전문가), 탄소 배출권 거래 중개인, 우주 관리인, 에너지 수확 전문가, 날씨 조절 관리자, 종 복원 전문가, 환경병 컨설턴트, 수소 연료 전지 전문가
[IT·로봇 분야] - 홀로그래퍼 전문가, 증강현실 전문가, 인공지능 전문가, 양자 컴퓨터 전문가, 정보 보호 전문가, 자율 주행 자동차 기술자, 로봇 기술자, 군사 로봇 전문가
[문화·예술 분야] - 특수효과 전문가, 나노 섬유 의료전문가, 캐릭터 MD(캐릭터의 특징이나 성격 등을 설계하거나 디자인하며, 상품 시장이나 미디어 등 캐릭터를 활용할 방법을 연구하는 직업), 디지털 고고학자
[생활·여가 분야] - 아바타 관계 관리자(사이버 세상에서 나를 대신해서 활동하는 아바타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 미래 가이드, 세계 윤리 관리자, 건강관리 전문가, 배양육 전문가, 단순화 컨설턴트(복잡한 과정에서 핵심을 찾아 간결하게 기술과 규모를 줄여 주는 전문가), 우주여행 가이드, 익스트림 스포츠 가이드
나에게 있어 직업이란
<2021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13~18세 청소년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는 공부(46.5%)이며, 그다음은 외모(12.5%), 직업(12.2%) 순인 반면, 19~24세 청소년은 직업(40.3%), 공부(16.9%), 신체적·정신적 건강(9.4%) 순이었습니다.
공부와 함께 직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이왕이면 내가 잘하는 일 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면 좋겠지요.
미래 시대에는 수명의 연장에 따른 고령화로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직업을 가져야 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그래서 꾸준히 공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마다 직업에 부여하는 의미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먹고살기 위한 생계의 수단으로 직업을 생각하는 경우라면 그것만 해결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이런 경우에는 더 많은 급여를 주는 곳을 찾아 직업을 쉽게 바꿀 수 있어요.
반면 직업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으로 직업을 생각하는 경우인데, 이런 경우라면 급여만 아니라 이 일을 통한 나의 삶의 변화에 대해서도 고민하겠지요. 비록 원하는 일을 준비하는 과정이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망이 있다면 말이지요.
때로 직업을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 선택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것을 삶의 이유로 여기고 자신의 시간과 재산을 들여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사람들이에요.
물론 직업을 선택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고 모두 소중하지만, 자신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유익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가치 있는 일도 없을 거예요.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서 최근에는 이런 직업도 생겼다고 합니다. 개인이 쓴 디지털 기록을 없애주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직업이에요.
장의사, 장례지도사는 들어봤어도 디지털 장의사는 낯설지요. 디지털 장의사는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살아 있을 때 인터넷에 남긴 흔적들, 일명 ‘디지털 유산’을 지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대로 다 정리하지 못한 인터넷 상의 불필요한 기록들,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되어 지우지 못한 것들을 대신 정리해주는 것입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 속에서 대부분의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에게는 죽은 후에 남은 물건인 유품을 정리하는 것 못지않은 꼭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이와 함께 임종 설계사도 생겨날 거예요.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게 인생을 돌아보고 남은 재산이나 주변 관계를 정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직업입니다.
그중의 하나로 집안의 물건을 치우고 정리하고 일을 도와주는 직업인 ‘정리 컨설턴트’나 ‘정리수납전문가’만 아니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 불필요한 것들을 처분하고 집을 말끔히 정리하는 일인 ‘데스 클리닝(Death Cleaning)’과 관련한 직업도 생겨날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은 죽음에 대한 태도를 미리 취하는 가운데 삶을 보다 단정하고 정갈하게 세워가는 기회도 됩니다. 삶과 관련된 직업만 아니라, 죽음과 관련된 직업이 점점 세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메모) 데스 클리닝이란 / 스웨덴 고센버그에서 태어난 마르가레타 망누손은 저서 『내가 내일 죽는다면』에서 삶을 정돈하는 가장 따뜻한 방법인 ‘데스 클리닝(Death Cleaning)’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스웨덴 말로는 ‘데스테드닝’이라고 하는데, ‘데’는 죽음을 그리고 ‘스테드닝’은 청소를 뜻합니다. 그녀의 첫 번째 데스 클리닝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두 번째 데스 클리닝은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경험했고 지금은 자신의 데스 클리닝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가진 것들을 점검하고 더는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어떻게 청산할지 결정하는 일이야말로 세상에 남겨질 사랑하는 사람들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살아 있는 동안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죽음과 관련된 직업들
죽음과 관련된 일들 중에 ‘유품 정리사’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죽은 사람이 남기고 간 물건들을 정리해주는 일입니다. tvN의 <유퀴즈!>에 출연했던 김새별 유품 정리사를 통해 많은 분들이 이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의 저서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보면 일을 하다가 배고 고파 들어간 식당에서, 차량을 주차해놓은 길목에서, 일하고 있는 집의 옆집에서 모욕을 당한 일은 물론 때로는 소금과 물세례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은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 사람이고 특히 고독사 하거나 자살이나 살해당한 현장을 직접 정리하며 가족 대신 혈흔과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워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그
리고 수년 동안 죽음에 근접한 현장에서 일하며 어릴 적 어른들이 말해준 것처럼 죽음이 아름답지만은 않음을, 그렇다고 추한 것도 아닌 죽음은 그저 자연의 한 조각임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죽은 사람과 관련된 여러 직업 중의 하나가 장례지도사입니다. 예전에는 ‘장의 사(葬儀師, 장사 지낼 장/ 거동 의/ 스승 사)‘ 또는 ‘염사(殮師, 염할 염/ 스승 사)’라고 불렀습니다.
장례의식을 총괄적으로 운영하는 전문 인력으로 시신을 관리하는 것은 물론, 장례식에 필요한 각종 준비와 장례 물품을 준비하고 예식을 주관합니다. 입관 진행, 빈소 설치, 이동시 영구차 마련, 장지 선정 또는 관련 행정업무도 맡습니다.
KBS <강연 100도>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던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장례지도사 심은이 씨는 장례지도사 일을 한다고 할 때 미쳤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며 또 아름다울 것이라는 믿음이 들어 주저 없이 시작했다고 합니다. 때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부당하기도 했지만, 정성을 다해서 장례를 진행하는 중에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고인을 하나, 둘 보내드리면서 그 시간에 다다르면 아무것도 남지 않음을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고 찌꺼기 없는 마음으로 살자고요.”
일본 영화 <굿바이>(Good&Bye)는 장례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다이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전직 첼리스트였는데, 어느 날 갑작스러운 소속 오케스트라의 해체로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사람을 배웅하는 일을 돕게 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시신을 관에 넣는 납관(納棺, 바칠 납/ 정성 관) 일이었습니다. 우연히 ‘연령 무관! 고수익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의 여행 가이드 구인광고를 발견하고 그 일이 시신을 관에 넣는 일인 줄도 모르고 지원합니다.
그런데 초보 납관 도우미가 되어 선배 이쿠에이가 정성스레 일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고 이 일에 깊이 몰입합니다.
그는 “차갑게 식은 사람을 치장하여 영원한 아름다움을 주는 행위, 그것은 냉정하면서도 정확하고 동시에 따뜻함과 애정이 넘치는 행위이다. 고요와 평온 속에 이루어진 모든 손놀림이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거부감을 가지던 이 일에 정성을 다하는 중, 유가족들에게 큰 위로를 전하고 아버지와의 관계도 새롭게 회복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지수라는 여성 장례지도사가 등장하는 한국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몸이 조금씩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을 않고 있는 백종우는 어린 시절 한 동네에서 자란 친구인 이지수와 우연한 재회 이후 결혼까지 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지수를 자신에게 붙들어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종우는 마음에도 없는 말과 행동으로 지수를 떠나보냅니다. 지수는 깊은 슬픔 속에서 장례식장에서 염을 하며 장례지도사의 삶을 살아갑니다.
둘은 다시 재회를 하게 되고 종우의 마지막 가는 길에 지수는 정성 들여 그의 시신을 닦아주고 장례 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장례지도사가 전문 직업으로 인정받으며 텔레비전 광고나 드라마, 영화에도 종종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예전에 이 일은 부정적으로 비쳤습니다. 죽음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장례지도학과가 있어서 장례와 관련된 여러 일들의 이론과 실무를 배웁니다.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학생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어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과 활동들이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죽음을 마주할 때 깨닫는 것들
유가족과 가장 가까이에서 장례일정이 잘 진행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상조업체 직원과 장례지도사입니다.
이분들 중에는 이 일을 통해 인생의 중요한 의미를 깨달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죽음을 마주하는 일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일상의 의미를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유가족으로 마음껏 슬퍼할 수 있게 해 드리는 것, 남은 사람들이 마음껏 슬퍼할 수 있게 해 드리는 것이 장례식 업을 하는 사람의 일이다.”
일본 TBS에서 10부작으로 방영된 드라마 <최고의 인생을 마감하는 방법-엔딩 플래너>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장의사의 역할에 대해 평소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생일이든 결혼기념일이든, 인생의 기념일에 사랑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기쁘게 하는 것만큼 힘들고 의미 있는 일이 장례사의 일이라고 설명하는 그 대목이 마음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이 드라마는 이하라 장의사(葬儀社, 장사 지낼 장/ 거동 의/ 모일 사)의 둘째 아들 청년 마사토가 집안의 가업인 장의사 일을 맡으면서 겪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마사토는 아버지가 하는 지방의 작은 장의사 일이 싫어 일찍이 도시로 나가 직장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장의사가 폐업할 상황이 되었고, 마사토가 직장을 그만두고 이 일을 맡기로 결심하면서 장의사는 계속 이어집니다.
마사토는 동네 경찰서의 신참 여형사 유키와 함께, 장의사로 운반되어 오는 시신들과 얽힌 사건과 사연 속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깨달아갑니다.
드라마는 1회부터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사람은 죽음을 향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향해서. 그런데 사람은 왜 태어나며 왜 사는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지금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여러 사건, 그 사건과 연관된 사연 또 고인을 모시는 일을 하는 주인공 마사토를 통해 찾아갑니다.
이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 태어나서 살고 죽는 것이며, 그 사랑은 기억을 통해 영원히 이어져 가는 것이라고요.
드라마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이 가족에게는 각자의 삶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다른 장남 켄은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집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자신의 병이 가족의 짐이 되는 것이 싫어서였습니다. 아버지가 하던 장의사 일을 옆에서 주로 맡고 있던 바로 밑 여동생 하루카는 다리를 저는 장애인으로 사람을 사귀는 일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밑 남동생 하야토는 철부지 대학생이었고, 막내 여동생 모모코는 학교 선생님과 불륜 중입니다.
각자의 삶의 문제는 이 장의사를 찾는 고인과 그 가족들의 사연과 연결되어 새로운 국면을 맞기도 하고 해결책이 제시되기도 합니다.
삶과 죽음은 함께 하고 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일반적인 사실, 그러나 쉽게 부인하는 이 사실을 드라마는 곳곳에서 알려줍니다. 주인공 마사토도 아버지를 이어 이 일을 하면서 그 역할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음과 정성을 다해 고인을 모시고 유가족을 챙기며 그들과 마음을 나눕니다. 그 마음을 헤아리며 읽으려고 신경을 씁니다.
장례식에서 낭독하는 마사토의 장례사에는 고인에 대한 존경과 가족에 대한 깊은 배려가 담겨 있습니다.
“오사다 에이지님과 인연을 맺는 분들이 있어서 잊혀지지 않을 힘든 슬픈 날이 되었습니다. 배웅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배웅받는 단 한 사람, 많은 인생이 단 하나의 인생을 그리워할 것입니다. 거기에는 더 할 수 없는 고요함과 외로움이 깃들어져 있습니다.”
또 다른 마사토의 추모사입니다.
“꽃은 보여도 그 뿌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 속에 고인은 여러 가지 추억을 만들었을 겁니다. 친절한 미소, 따뜻한 말씀. 고인을 추모하면서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이제 대부분의 장례식이 개인의 가정이 아닌 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됩니다. 고인이 되신 분들의 90% 가까이가 화장을 선택하고, 가족이나 친척 또는 마을 사람들이 아닌 상조회사가 장례일정을 주관합니다.
메모) 화장이란 / ‘화장(火葬)’은 시체나 유골을 불에 태워 장사 지내는 것으로 땅에 구덩이를 파서 시신을 묻어 장사하는 ‘매장(埋葬)’과는 다른 장례방식입니다. 화장의 경우, 유골 처리방식에 따라 다시 ‘봉안(奉安)’과 ‘자연장(自然葬)’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봉안’은 유골을 봉안시설(봉안당, 봉안담, 봉안묘 등)에 안치하는 것이고, ‘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 화초,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산골’이 있는데, 산골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산, 강, 바다에 뿌리는 것으로 화장시설 내 유택동산에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뿌리는 것도 산골에 해당합니다.
대한민국 화장 현황으로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사망자 29만 5천여 명 중에 전국 화장률은 87.3%, 특히 인천은 97.5%로 가장 높습니다. 대한민국의 화장률은 1980년 13.9%, 1993년 19.1%로 매년 1.5~2%씩 꾸준히 증가해 2001년부터는 전국 38%에 서울, 부산, 울산 등 대도시 지역에서는 50%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일이 다 소중하지만, 누구라도 또 어느 가정이라도 가장 낯설어하고 어려워하는 장례의 일을 담당하는 이들의 태도와 모습은 남은 유가족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장례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편의의 제공만 아니라, 누군가의 떠남을 주관하고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함께 하는 그 역할은 고인과 남은 유가족을 오래도록 남게 될 사랑의 기억으로 연결시켜줄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생계만을 위한 직업이 아닌,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고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직업 중의 하나가 죽음과 마주하는 직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