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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조 Apr 27. 2022

9. 미래 시대에 부고는 이렇게 알리겠지요

2장 – 나와 우리의 삶과 죽음 이야기

손녀 차윤서가 할머니의 생전 장례식을 준비하고 참여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이 『모두 웃는 장례식』(홍민정, 별숲/2021)입니다.      


할머니는 암으로 6개월 정도 살 것이라는 의사로부터의 이야기 듣고는 아들에게 생전 장례식을 열어달라고 요청합니다. 죽은 다음에는 보고 싶은 사람이 찾아와도 보지도 못할 테니, 얼굴 보고 이야기하며 마지막 잔치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할머니를 모시던 둘째 아들은 망설였지만 점점 수척해가는 어머니 모습에 결심을 하고 신문 광고를 냅니다.


그리고 잔치 날, 평생 시장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던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시장 사람들이 찾아왔고 할머니는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손녀에게는 마지막 힘을 내 어릴 때 가지고 놀던 헝겊 인형을 고쳐 돌려주고요. 할머니는 그러고 두 달 후에 돌아가십니다. 

    

‘생전 장례식’, 가끔 뉴스를 통해 이야기 듣지만 아직 어색한 단어입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음식을 나누니 평범한 잔치의 하나라 할 수도 있지만, 주인공이 참석 못하는 마지막 잔치이다 보니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그래도 직접 고마움을 표현하고, 미안함을 전하며, 당부의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니 소중한 시간이지요. 이것이야말로 모두 웃는 장례식이니까요.     


소설의 주인공 차윤서처럼 누군가의 생전장례식 준비를 돕게 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또 나는 그분을 위해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부고

‘부고(an announcement of death, 訃告 부고 부/ 알릴 고)’ 또는 ‘부음(訃音, 부고 부/ 소리 음)’은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글이나 통보’를 가리킵니다. 

(그림설명: 부고장으로 발인일시, 발인장소, 장지, 상주와 후손 등을 인쇄, 국립민속박물관)


가족 중 누군가 임종을 맞게 되었을 때 서둘러하게 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고인과 유가족의 지인에게 부고를 전하는 거예요. 

그런데 때로 누구에게까지 전해야 할지 그리고 혹시 잊고 전하지 못한 사람은 없는지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장례식을 할 장소를 정하고, 입관과 발인 날짜 그리고 장지(葬地, 장사 지낼 장/ 땅 지) 등이 결정되면 부고 전달에 필요한 내용이 갖춰지면서 주변에 알리게 됩니다. 


요즘 부고에는 ‘고인의 이름’, ‘사망 연월일’, ‘장례식장 이름과 호수’, ‘자손의 이름’, ‘발인 날짜’, ‘장지의 위치’ 등을 기록합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의 경우에는 직접 전화를 걸어 알리지만, 대부분은 문자전송 서비스를 활용해 스마트폰에서 위의 내용을 볼 수 있도록 문자를 보냅니다. 


그리고 장례식장 입구와 개별 조문 공간 앞의 스크린에서 이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로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로 임종 사실과 장례 일정을 알리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부고기사는 일제 강점기인 1920년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일반적인 형식의 단순 부고기사에는 고인과 유가족의 이름, 장례식장, 연락처 등을 기록하는 반면, 사회적으로 알려진 사람의 경우에는 생애 이력과 주요 활동 내용 등 기념할 만한 사건을 중심으로 추모 형식의 부고 기사도 씁니다.     


메모) 부고기사와 관련해서 / 사진은 1928년 11월 1일 자 <신민일보>에 실린 부고입니다. <동아일보> 1920년 4월 6일 자에 처음 등장한 부고기사는 이호석 씨의 사망 소식으로, 다음과 같이 기록했습니다. “전 판서 이호석 씨는 숙환으로 8일 통동 9번지 자택에서 별세하얏는대 14일 오전 10시 자택에서 발인하야 선산에 안장하고, 십오일 오후 5시 수조(受弔) 한다더라.”

 그리고 광고 형식 부고기사와 이야기 형식 부고 기사도 이 시기에 등장하는데, <조선일보> 1923년 5월 20일 자에서 한국노병회(韓國勞兵會) 소속인 김인전 씨가 별세했다는 제목의 최초의 이야기 형식 부고기사를 실었습니다. “한국노병회 소속 김인전 씨는 삼일운동 이후로 상해에 건너와 독립운동에 종사하다가 우연히 토혈병에 걸려 여생을 하던 중 지난 십이일 오전 열한 시 삼십 분에 상해 동인 의원에서 불행히 세상을 뜨다. 연결식은 상해 법계 삼일 당에서 거행하고...” - 출처: 『부고의 사회학』(이완수, 시간의 물레/2017), 251-252쪽.


부고기사는 한 사람에 대해 알리는 마지막 소식입니다. 고인이 되신 분은 할 수 없으니, 대부분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 또는 그와 관계된 단체에서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형식의 부고가 아니라 기사형식의 경우에는 고인의 말과 행동, 성품 등에 대한 기억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미래 시대에 부고는 어떤 내용을 담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미래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 삶의 곳곳에 뿌리내리고 생명공학과 나노기술을 통해 생명연장을 이룬 인간이 사물인터넷으로 인공지능 로봇과 소통하며 편리한 일상을 영위할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또 물리적 세계와 함께 가상현실의 세계를 경험하고 가상세계에까지 삶의 영역을 넓혀가는 시대를 상상합니다. 이런 시대에 고인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부고는 어떤 형식이 될까요? 


먼저 고인의 이름 옆에는 괄호 안에 또 하나의 이름을 적을 수 있습니다.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던 또 다른 나, 온라인에서 개인을 대신하는 캐릭터인 ‘아바타(avatar)’의 이름입니다. 


사망 연월일은 신체의 활동이 멈춘 생물학적 사망일이 아니라, 질병과 사고 등으로 생명 유지를 위해 사용하고 있던 인공장기의 작동이 중단된 날을 기록할지도 모릅니다. 

인공장기로 가능해진 생명연장으로 죽음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발인 날짜와 장소는 건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위성항법장치(GPS) 상의 주소만 아니라, 장례예식을 중계할 인터넷 사이트 주소 또는 전혀 다른 형태의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는 가상세계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할 것입니다. 


그리고 고인을 최종적으로 모실 장소인 장지를 적을 공간에는 지도상의 위치를 적거나, 아니면 빈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통해 현실감 있게 고인을 만날 수 있기에 따로 장지를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니까요.     


미래의 장례식 모습을 상상해보면

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다 보니 수많은 변화를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직접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림설명: 스마트 스피커)


잠자리에 들 때 인공지능 스피커인 카카오의 ‘미니’, 아마존의 ‘에코’, KT의 ‘기가 지니’, 네이버의 ‘클로버’에게 내일 아침 알람 요청을 하면 정시에 알려줍니다. 

스피커가 깨워주는 소리에 일어나 오늘의 날씨와 주요 뉴스를 물어보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일을 할 때 듣고 싶은 음악을 말하거나 잘 모르는 정보에 대해 질문하면 즉각적으로 응답해주어 도움을 받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이미 1천6백만 명을 넘었다고 해요. 


이것만이 아니지요. 유통시스템의 변화로 직접 마트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어떤 물건이든지 살 수 있습니다. 

빅 데이터를 활용한 새롭고 다양한 사업이 등장하면서 일상에 편의와 함께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색다른 의(衣, 옷 의), 식(食, 밥 식), 주(住, 집 주)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상의 변화는 다양한 사회 요인으로 인해 일어나고 있고, 그로 인한 새로운 산업과 기업의 등장으로 이전에 없던 직업이 생겨나고 기존에 있던 직업은 사라지고 있어요.     


이런 일들이 죽음 그리고 죽음과 관련된 예식과 추모 활동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사실 죽음은 삶의 한 부분으로 일상생활의 연장선상에 있으니 당연한 거지요. 평소에야 잊고 살지만 누구나 다 경험하며 참여해야 하는 일이니,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생겨날 거예요. 


실제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장례가 났을 때 유가족은 모바일을 통해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에게 부고를 알릴 수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있지요.


또 부고를 들은 사람들은 금융과의 융합에 의한 핀테크(FinTech)로 직접 장례식장을 찾지 않고도 인터넷 송금을 통해서 남의 죽음을 슬퍼하는 뜻으로 내는 돈인 ‘조의금(弔意金, 조상할 조/ 뜻 의/ 쇠 금)’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때든지 그리고 어떤 장소에서라도 슬픔의 마음을 알릴 수 있어요. 


다양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로 중계되는 장례예식은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장례식의 이모저모를 보여줍니다.           




앞으로는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에게 대접할 음식이 부족하면 사람이 직접 냉장고를 살피지 않아도 어떤 음식이 부족한지 또 음식의 유통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서 바로 주문이 이루어질 거예요. 

사물인터넷으로 가능한 기술인데, 이로 인해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고 대접하는 일이 수월해지겠지요. 

“추모의 뜻 온라인으로-코로나 ‘비대면 참배 서비스’ 운영”- YTN news

이미 식당에서 인공지능 로봇이 음식 주문을 받고 주문한 음식을 날아다 주고 있듯이, 장례식장에서도 로봇에게 이런 역할을 맡기게 될 거예요.


이런 상상까지도 해볼 수 있어요. 


인공지능 로봇이 신발을 정리하는 등의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점차 인간과 소통하는 역할까지 하는 것을요.

거기에 더해 조문객을 맞이하며 인사하는 수준을 넘어 조문객이 누구인지를 알아보고 그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며 적절한 응대를 하는 미래의 모습을요. 


미래에 인구의 감소와 고령사회로 장례식장의 자리를 유족이 항상 지킬 수 없게 된다면, 이처럼 로봇이 대신 조문객을 맞을 거예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과 소통하는 로봇은 유족의 슬픔을 공감하며 위로하는 역할까지도 맡을 것입니다. 

장례업체와 거기서 파견된 직원이 하던 일을, 심지어는 유족이 해야 했던 일까지 로봇이 맡게 될지도 모를 미래가 예상됩니다.     


장례식만 아니라 추모 방식도 많이 바뀔 거예요

장례식만 아니라, 추모에 있어서도 변화가 생기고 있어요. 


추모는 가족과 사회가 유지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고인을 추모하는 문화는 오래도록 지켜진 사회적인 가치였어요. 


주로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어렴풋이 익히거나 또는 필요해서 배우기도 합니다. 이것을 통해 고인의 삶의 자취와 정신은 사람의 입과 기록을 통해 보전되고 기억되어 후손에게 전해졌지요.


거기에는 고인을 묻는 무덤과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무덤을 찾는 일이 오래도록 중심에 있었습니다. 

특히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도시의 확장과 인구의 증가로 자연스럽게 공동묘지가 일반화되었습니다. 


도심 근교에 큰 규모의 공동묘지와 추모시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2020 e하늘 추모·성묘 온라인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그런데 이제는 무덤을 꼭 찾아가지 않아도 가상의 세계에서 추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빨리 일상에 적용하게 된 것이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입니다. 


몇 해에 걸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모임 인원이 제한되고 야외활동과 이동 자제를 강력히 권고했습니다. 

단속이 이루어지고 벌금이 부과되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에 묘지를 비롯한 장사시설을 폐쇄해 사람들의 방문을 막았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묘지와 봉안당, 자연장지를 찾는 시기에 이러한 조치를 내린 것이지요.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에 소속된 기관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e하늘 장사정보 시스템’라는 웹 사이트를 운영했습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추모와 성묘가 가능하게 만든 것이지요.

이 서비스의 등장으로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하면 영정사진 등록, 차례상 꾸미기, 헌화와 분향, 사진첩 만들기를 할 수 있는 ‘추모관 꾸미기’가 가능합니다. 


이것을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SNS)을 통해 가족과 친지와 공유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차례상 꾸미기는 밥(국), 탕, 전·적·포, 나물, 생선, 과일, 떡, 과자 등 다양한 음식 중에서 원하는 것을 차례상 이미지 위 빈칸에 드래그해서 놓는 형식으로 구성을 갖출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사실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명절이 되면 꽉꽉 막히는 도로 사정을 알면서도 전국 각지로 성묘를 위해 고향과 추모시설을 찾았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대면 모임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인터넷 기반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대안을 찾았습니다. 


인터넷 가상세계에서 성묘와 제사가 가능해지면서 묘지나 선산을 직접 찾지 않고도 예의를 갖추게 된 것이지요. 앞으로는 이러한 방식이 점차 확대될 거예요.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해외에 사는 한국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서 벌써 갖추어졌어야 할 서비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관심이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던 거죠. 


물론 기술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그래도 바이러스의 전파와 확산을 막기 위한 비대면 생활이 일상이 되고 미세먼지와 황사를 비롯한 대기오염 그리고 태풍과 한파 등의 기후변화에 따른 야외활동 제한 등으로 어느 순간부터는 이것이 익숙한 생활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고인이 살아온 삶에 대한 빅데이터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온라인에서 저장 및 활용되어 언제든지, 어디에서라도 접할 수 있게 되면 고인을 추모하는 모임과 시간은 훨씬 다양해질 거예요. 

손쉽게 그리고 현실감 있게 가상공간에 빈소를 구축하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제례 및 추모 예식을 진행하겠지요. 


디지털 기술로 죽은 사람을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불러와 상호 교감할 수도 있을 거고요. 

점점 흐릿해져 가는 기억을 더듬으며 고인과의 유대감을 이어가던 일들이, 바로 내 앞에 살아있는 것 같은 실재감과 오감을 통한 몰입 경험으로 만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일상 곳곳으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따른 미래 시대 상(喪, 죽을 상), 장(葬, 장사 지낼 장), 례(禮, 예도 례)의 예상 모습입니다.     


이미 시작된 변화들

(그림설명: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일상)

이런 변화가 일상에서 확대되어 경험될 것을 특허로 출원된 여러 서비스 내용을 보면 보다 구체적으로 짐작할 수 있어요.


‘맞춤형 장례지원 서비스’로 특허 출원된 기술이 있어요. 

이것은 부고장 또는 장례식장 입구에 부착된 태그를 조문객 단말기로 인식하여 장례와 관련된 안내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례 시스템입니다. 


상주(喪主, 장례에서 중심이 되는 대표 인물)의 예산에 맞는 장례물품의 선택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제공되는 장례물품의 검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상주 주도형 장례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 ‘가상 조문 서비스’가 있습니다. 가상공간에 빈소를 구축하고 구축된 가상공간의 빈소에 대한 안내를 발송하며, 조문 및 조의금을 지불하고 추모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가상 장례식장 구축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장례 후 가상 추모 서비스’로 가상·증강현실 기반으로 사이버 묘지를 구축하고, 가상공간 상의 사이버 묘지 공간에서 추모하려는 위인이나 고인과 관련된 이미지와 동영상 및 아바타를 이용해 제례 및 추모 의식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유족이나 조문객 모두가 시간과 거리에 관계없이 편안하게 마음을 전할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필요 때문에 개발되고 있습니다. 

가상·증강현실과 같은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장례와 추모에 대한 전통을 살리면서 편리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예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 산업의 영역만 아니라, 사회의 구조와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일상의 변화 속에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일련의 장례예식 그리고 추모의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지요.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방식의 변화로 사람과의 소통만 아니라, 기계와 사람 사이의 소통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고인을 그리워하고 기억하며 추억하는 장례식이나 추모는 ‘애도(哀悼, 슬플 애/ 슬퍼할 도)’에 있어 중요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고통, 충격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과정이며 시간입니다. 


특히 사고로 인해 갑자기 죽음을 맞는 경우와 같이 죽음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당한 때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고인과 가족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그래서 장례나 추모 행사는 오래도록 가족이나 지역사회의 의례적 특징과 깊이 관계되었어요. 한 사람의 죽음은 그 가족 당사자만의 일이 아니라, 한 마을 전체의 사건으로요. 

그래서 사람들을 한 곳으로, 장례식장이나 추모 장소로 불러 모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통신기술과 교통의 발달로 예식에의 참여 범위가 무한히 확장되었습니다. 

또 소식을 들으면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한 걸음에 달려와 유가족을 만나고 고인의 죽음을 함께 슬퍼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런 면에서 요즘의 장례식 풍경은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입니다. 

물론 여전히 직접 찾아가 만나고 인사하며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지요. 


그럼에도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함께 만나기 어려웠던 사람들 사이의 간극을 채우면서 비대면 조문이나 추모 방식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꾸고 있어요. 


앞으로 점점 더 확장되며 자연스러운 방식이 되겠지요.      


장례식에 참석해 본 적이 있나요?

친구나 가족 등 누군가의 죽음으로 장례식에 참여해 본 적이 있나요?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부고를 듣고 장례식에 참석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되는데, 이때 참고할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려고요.


먼저 복장으로 청소년은 교복이면 제일 무난해요. 성인의 경우라면, 남자는 흰 셔츠에 검은색 양복 또는 어두운 색의 양복을 입고 검은색 양말과 검은색 구두를 신어요. 

여자도 검은색 계열의 복장을 입고 검은 스타킹 또는 양말, 검은 구두를 신으면 됩니다. 검은 구두가 없다면 어두운 색의 구두를 신고 화장이나 가방은 화려하지 않은 게 좋아요.


이제 장례식장에 도착하면 조문을 하게 되는데, 조문 순서로는 먼저 고인의 영정사진 앞에 향을 피우거나 국화를 놓고, 상주에게 인사나 절을 합니다. 

문상 시기는 부고를 들었을 때 바로 방문하는 것이 제일 좋아요. 

“‘장례식 예절’ 옆 사람 따라 자연스럽게!”- JTBC Drama <청춘시대 12회>

장례식장을 방문할 때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느냐는 거예요. 

그런데 고민하지 말고, 고인과 상주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에 특별한 말을 건네지 않고 나와도 돼요. 


이것만으로도 조의를 충분히 표현한 거예요. 분위기에 맞지 않거나 어색한 말을 꺼내기보다 진심으로 슬픔에 공감하는 마음을 전하면 충분합니다.


피해야 할 행동으로는 상주에게 악수를 청하거나, 상주가 본인보다 어리다고 반말을 하는 것입니다. 

또 고인이 세상을 떠난 이유를 유가족에게 상세하게 묻거나, 고인이 나이가 많아 돌아가셨을 때 호상이라 하여 웃고 떠드는 것 역시 예의가 아닙니다. 


그리고 반가운 친구나 친지를 만났다고 해서 소란한 행위를 하는 것은 유족과 다른 조문객들에게 실례가 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일상만 아니라, 죽음의 순간과 누군가의 죽음 이후의 의례까지도 바뀌었고 앞으로는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거예요. 


오늘날을 소셜 미디어가 지배하는 시대라고 하지요. 

SNS를 비롯한 인터넷 매체가 널리 퍼져 소통은 더 빠르고 분주해진 반면, 가족 모두가 한 방에 모여 있어도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보며 각기 서로 다른 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블로그와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새로운 미디어에서 스타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누군가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혼자의 힘으로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세상인 것 같아요.


하지만 죽음의 두려움은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요. 

내가 경험하게 될 죽음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죽음이나 장례 그리고 추모의 시간은 함께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해야 잘 이겨낼 수 있어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단지 죽은 사람의 장례를 잘 치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래요. 

먼저는 슬픔을 극복하고 고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으로부터, 생명의 소중한 가치를 생각하며 보호해가는 것과도 관련이 되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기술로 편리해지고 변화된 환경에 따른 장례와 추모 문화에 적응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생명과 사랑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태도가 필요해요. 

여러 세대가 함께 죽음을 생각하고 공부하며 이야기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이 누구인지, 어떤 삶이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삶인지, 그리고 어떻게 오래도록 기억될 아름다운 인격으로 성장해갈 수 있는지 알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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