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삶과 죽음 이야기-끝맺는 이야기
프랑스 화가 장-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의 그림 <죽음과 나무꾼>(Death and the woodcutter)에는 큰 낫을 어깨에 두른 죽음과 나무 가지 다발 옆에 앉아 있는 나무꾼이 등장합니다.
어깨에 걸친 큰 낫과 극도로 마른 신체 그리고 흰 옷에서 죽음을 알리기 위해 등장하는 죽음을 상징하는 사신(死神) 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죽음이 골목길을 지나다 우연히 나무꾼을 만났습니다.
죽음의 왼손에 들린 모래시계와 날개는 다시 오지 않을 시간, 이 나무꾼의 운명을 상징합니다.
반면 나무꾼은 일을 하다 피곤했던지 잠시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죽음과의 우연한 만남이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집니다.
죽음은 오른손으로 나무꾼의 몸을 끌어당기고 나무꾼은 끌려가지 않으려는 듯 힘을 씁니다.
그리고 하나 더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이 둘이 만난 곳이 동네라는 것입니다.
그림 오른편 위로 근처 집의 지붕과 골목길의 담벼락이 보입니다. 여기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마을의 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상의 삶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찾아온 죽음을 볼 수 있는 그림입니다.
그림 <이삭 줍기>, <씨 뿌리는 사람>, <만종>으로 잘 알려진 밀레는 이 그림으로 죽음이 무엇이고 사람들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지 소중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어령 교수는 한국인만큼 ‘죽는다’는 말을 자주, 쉽게 하는 민족도 없다고 합니다.
‘배고파 죽겠다’, ‘웃겨 죽겠다’ 등 말끝마다 죽는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럼에도 죽음이 금기시되고 무시된다고 지적합니다.
정말 조금만 살펴봐도 병원과 장례식장에서 경험하는 안타까운 현실만 아니라, 죽음과 죽어감 그리고 죽음 이후를 다루는 방식이 습관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생명을 지키는 것은 가장 고귀한 일이지만, 비싼 의료장비에 의지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환자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 또 그것이 가족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일지 깊이 생각하지 못합니다.
많은 사람의 노력과 수고에도 좀처럼 자발적 자해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은 획기적으로 줄지 않고, 수많은 동물과 작은 생명체들까지 인간의 이기적인 태도와 무관심에 학대당하고 버려집니다.
현대인들은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편리와 풍요를 누리지만 지구환경을 지키며 같이 잘 사는 일은 항상 뒷전입니다.
변화된 사회 환경 속에서 장례식장의 다양한 서비스는 편의를 제공하지만, 장례식장의 주인공인 고인은 한쪽에 재껴둔 인상이 들어요. 방송만 틀면 볼 수 있는 상조회사 광고는 갑자기 만난 어려운 일에 도움을 주지만, 수많은 혜택을 홍보해 가입회원을 늘리는데 더 관심이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초록 산에 흠집을 낸 것처럼 보이는 개인 및 공동묘지는 점점 사람들이 찾아가기를 꺼리는 곳이 되었습니다.
화장장을 비롯한 장사시설은 꼭 필요함에도 혐오시설로 몰려 곳곳에서 배척당합니다. 이런 오늘의 모습들이 우리가 다시 죽음을 생각하고 질문하며 이야기를 나눠야 할 중요한 이유입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일부 철학자들의 정신적 유희나 어른들의 문제, 또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야말로 잘 배워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보다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도록 이끕니다.
그래서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내용입니다.
‘오늘이 나의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이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죽음에 대한 이해야말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의미 있는 미래를 꿈꾸며 오늘을 행복하게 살게 하는 열쇠가 됩니다.
주변 눈치 보며 인기인들을 흉내 내는 삶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고 또 누군가 꼭 필요로 하는 일에 집중하게 하거든요.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말이지요.
이 책이 죽음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관심을 여는 통로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좋은 동반자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하루의 삶을 돌아보며 생명이 있음에 감사하고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내일을 꿈꾸며 더 나은 삶을 상상하는 좋은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