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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조 Apr 30. 2022

너를 위한 특별한 수업에 초대합니다

나는 늘 누군가의 삶의 마지막 과정을 함께 합니다. 


죽은 사람의 장사를 치르는 데 관련된 시설인 장사 시설(葬事施設, 장사 지낼 장/ 일 사/ 베풀 시/ 베풀 설), 묘지와 봉안(奉安, 받들 봉/ 편안할 안) 시설과 자연장지 및 화장(火葬, 불 화/ 장사 지낼 장) 시설과 장례식장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나는 봉안시설에서 업무를 보며 고인과 유가족을 맞이합니다.


생명이 있어 호흡할 때만 아니라, 의사의 사망선고로 죽은 것이 확실하다는 사망진단서가 발급되고 그리고 이어지는 장례예식과 장지에 고인을 모시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넓은 의미에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내가 일하는 봉안시설에 고인의 유골(遺骨, 끼칠 유/ 뼈 골)을 모시는 이 순간은 소중한 삶의 마지막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죽은 사람을 위해서만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과 평범한 일상생활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은 이런 일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많이 듣는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한두 권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사학(죽음학, Thanatology)’를 공부하며 죽음(death)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dying)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mourning)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지요.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그런 내용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 시절, 대학생 시기를 거쳐 성인이 되어서도 죽음을 주제로 한 강연이나 수업을 들을 기회가 좀처럼 없었거든요. 


나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아마 이 책을 보는 여러분도 그럴 것 같아 시작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죽음에 대해 알아가고 배우는 것은 ‘백신’을 맞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돼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비록 몇 가지 후유증과 우려가 있어도 백신을 맞는 게 유익이 더 크므로 적극 권장하잖아요. 

그래야 중증의 위험한 상태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주변 사람에게 미칠 피해도 줄일 수 있으니까요.


죽음교육으로 죽음과 죽어감의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은 무엇이고, 환자와 가족을 비롯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느끼는 아픔은 무엇인지, 그래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좀 더 구체적으로 깨닫게 됩니다. 

미리 알아두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에 닥칠 두려움을 조금은 다스릴 수 있지요. 


동시에 그런 어려움 중에 있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때로 좀 부담스럽고 사람에 따라서는 피하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죽음교육이라는 백신을 맞으면 그 효과는 분명합니다.     


이 백신을 맞는 효과와 얻는 도움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무슨 느낌인지 표현하기도 어려운 상실감과 분노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으니 나 자신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이는 반응에도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거든요. 


현대사회는 환경오염과 예상하지 못한 재해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특히 대한민국은 고의적 자해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 죽음과 관련된 뉴스를 흔하게 듣습니다. 

충격적인 뉴스나 사회적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소에 죽음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또 낮은 출산율과 고령사회로 인해 생긴 인구와 가족관계의 변화로 장례식과 이후 추모문화도 바뀌고 있어요.

이런 여러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죽음교육이라는 백신을 맞아 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죽음교육은 남녀노소 누구나 필요한 교육이고 미리 들어야 할 수업입니다. 인생에서 꼭 풀어 봐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책은 청소년들이 친구와 또는 어른들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도와줄 거예요. 

단지 죽음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통해 오늘의 삶이 참으로 소중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말이지요. 


그러면서 언젠가 있을 나의 죽음만이 아니라, 이웃과 소외된 이들의 죽음 또 살아있는 생명체의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요. 그래야 죽음을 제대로 배웠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죽는다는 것은 결코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과 생명체가 서로 얽히고설킨 지구 공동체의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미래 시대에 일상이 될 메타버스 세상과 유전공학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펼쳐질 생명연장의 시기에 만날 죽음도 이 책에서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1부 <처음 들어보는 삶과 죽음 이야기>에서는 생사학의 관점에서 죽음과 죽어감, 추모에 대해 알아보며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해봤습니다. 

또 과거와 달라진 오늘날의 장례문화를 비교해보며 변화들을 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직업에서 죽음이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내 주변의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어지는 2부는 <나와 우리의 삶과 죽음 이야기>입니다. 죽음이 각 개개인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주변 여러 사람은 물론 다양한 생명체와 사회·문화적 상황을 반영하기에 보다 넓은 시각을 가져보는 시간입니다. 

또 아무도 죽지 않을 것만 같은 미래사회에서 만나게 될 죽음의 면모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죽음을 공부해야 할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책의 특별한 공간은 각 장의 마지막에 있는 <내가 이 책의 주인공이라면>입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죽음의 사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며 기회가 된다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거나 함께 이야기 나눠보는 겁니다. 


이런 수고로운 시간은 구체적인 일상에서 나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하는지, 보다 나은 결정을 어떻게 내릴 수 있는지 도움을 줄 거예요. 

그리고 설명을 돕기 위해 만든 QR코드와 메모를 잘 활용하면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음과 관련된 사건이나 이야기에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삶이 바뀌는 경험, 이전과 이후의 생활이 뒤바뀌는 경험을 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종종 듣습니다. 


이 책과 함께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래서 삶의 이유와 목적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정말 잊지 못할 멋진 시간이 될 거예요. 


특별히 선택된 여러분을 난생처음 배우는 수업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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