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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ere Jun 03. 2020

악연에 빠지는 이유

Having의 Yoga

'사람의 행불행은 다른 사람과의 인연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요. 행운이 귀인을 통해 들어오듯 불행도 악연을 통해 찾아오는 일이 많거든요'  (The Having 중에서, 이서윤, 홍주연 저)


현실에 어차피 피해 갈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우리 인생사다. 어느덧 성장하여 직함에 맞는 자리에 안착하여 밥을 벌고 있는 前 또는 前前 직장 동기들이나 후배들 그리고 친목으로 엮어진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이곳이 평범하지 않고 독특한 이유가 많은 곳이란 걸 재차 확인하게 된다.


각자 밥벌이터 실상의 넋두리를 듣다 보면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그것은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과 유사한 연유에서 발생된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곳은 일상의 범주에 벗어난 무질서한 룰이 심하게 저마다의 불행의 이유로 엉켜있는 곳이다.


'확실한 희망을 품고 사는 것. 그 불안을 견디는 것. 모든 상황을 내가 규정짓고 심판하고 책임지겠다고 생각한 오만함을 내려놓는 것.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 마지막 회 내레이션처럼 행운이 악연으로 변질된 현실은 불변이지만 결국 그 깨달음은 각자에게 남는 것이다.


오늘처럼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마음이 처연할 때에는 다행히 나에게는 아무도 방해받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요가가 있다. 구겨져있는 매트를 쫙 펴니 내 마음의 구김살도 같이 펴지는 것 같다. 빗소리를 들으며 명상에 이어 아사나에 하나하나 몰입하니 마음과 호흡이 차분해진다.


이곳에서 행운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요가와 구루를 알게 되었고 요가를 배우는 과정에서 그나마 큰 위안과 성취감을 얻었다. 요가는 어떤 구분 없이 그 자체로 즐기고 자아내면의 중심선에서 자신이 균형 잡고 나가면 된다. 그것이 요즘 매트 위에서 깨달은 나의 삶이다.


중립적이고 힘을 줄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차츰 사라진다. 이도시에서 물리적인 거리 몇십 km를 벗어나야 짓누르는 감정에서 탈피되어 진실된 자아를 찾을 것만 같았다. 무엇이든 가꾸고 다듬지 않으면 망가진다. 삶 또한 그렇다. 요가 또한 그럴 것이다. 누구만을 위한 요가는 압박이 되고 갇히게 된다.  


삶이 투영된 요가를 통해 이미 지나온 경험을 토대로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삶의 행운을 상상하는 것. 또 다른 새로운 우연에 의해 만날 낯선 타인도 기대해보는 것. 과거와 미래, 악연에 빠지지 않고 즐겁고 행복하게 행운을 오래 가게 하는 나의 요가는 과연 무엇일까?


'나눔이란 한 방향으로만 가는 일방통행과 같은 느낌이에요.(...) 윈윈은 철저하게 주고받는 것 give and take으로 내가 상대에게 이익을 주면 상대방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돌려준다는 개념이에요. (...) 상생이란 내가 먼저 베풀면 우주의 에너지가 돌고 돌아 나에게 더 큰 행운으로 돌아온다는 의미예요.'


- 2020년 05월 24일 여름을 재촉하는 비 오는 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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