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에서 찬양으로
입으로 불어 소리를 내는
모든 악기는 속이 비어 있다.
속을 비워야 하는 이유는
바람과 마주쳐
소리를 만들기 위함이다.
악기 안에 무언가가 차 있다면,
바람은 길을 잃고,
소리는 곧 소음이 된다.
악기 속에 남은 것들은
바람에게는 불순물일 뿐,
긁어내야 할 찌꺼기다.
마음도 그렇다.
마음을 비워야 하는 이유는,
내가 걸어가야 할 삶의 길 위에서
예측할 수 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마주쳤을 때
내 숨이 길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야만
내 삶의 소리가
비록 완전한 음악은 아닐지라도
소음이 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온 시간,
수많은 타자와 부딪히며 살아온
나의 숨결은 언제나
아름다운 소리를 낸 것은 아니었다.
내 안이 ‘나’로 가득했던 순간,
그 모든 숨은 소음이었다.
유연하지 못한 자의식,
존재하지만 고집스러운 자아.
그것이야말로
긁어내야 할 불순물이었다.
나는 ‘나’를 비우고 싶었다.
비우려고 애썼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확증된 편견과 고집의 잔재들,
내가 만든 자아와
쌓아 올린 벽들,
나를 지키려 세운 배타적 울타리들은
타자와 마주해도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지 못하게 했다.
나는 소음이었다.
음악을 꿈꾸었으나
울림 없는 소리를 내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 소음의 정체는
내 안에 자리한 ‘나’였다.
이제 나는 묻는다.
나는 지금,
하나님의 숨결이 머무는 빈 악기인가?
아니면
나로 가득 찬, 울림 없는 소음인가?
마음을 비워야 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
그것은 성령의 바람 때문이다.
예측할 수 없이 불어오는
하나님의 숨결과
마주칠 수 있어야 한다.
그 순간에야 비로소
내 소리는
아름다운 찬양으로 울려 퍼질 것이다.
주님,
제 안에 제가 너무 많습니다.
제가 만든 자아가
성령의 바람을 가로막고,
제 삶을 소음으로 만듭니다.
이제 비우고 싶습니다.
저를 긁어내소서.
남은 자의식의 찌꺼기를 제거해 주소서.
주님의 숨결이
제 안에서 울림이 되어 퍼지도록,
저를 악기로 빚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