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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연수, 엄마 연수

- 아이의 운전 연수, 엄마의 사랑 연수 -

by 두니

“왜 그렇게 겁이 많고 소심해?

엄마는 너를

대범하게 키우려고 했는데…”


운전 연수가

정식 시험 과목이 아니던 시절.

막 면허증을 딴 아들을 데리고,

나는 직접 도로에 나섰다.


오토 차량이 막 등장하던 무렵이었지만,

우리 차는 수동이었다.

출발과 정지 때마다

클러치를 밟아야 했고,

긴장한 아이는 시동을 자꾸 꺼뜨렸다.


아이는 말이 없었다.

잔뜩 긴장한 손으로 핸들을 꼭 잡고 있는

아이의 탄식만 가끔 차 안을 채웠다.


“여기서 우회전.

그래, 저기로 들어가.”

나는 아이를 고속도로로 이끌었고

아이는 말없이 지시대로 움직였다.


그렇게 아이의 운전 연수는

경인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한 바퀴 돌아 집까지 이어졌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고속도로 위에서 아이는

단 한 번도

시동을 꺼뜨리지 않고 잘 달렸다.


멀찌감치 동네가 눈에 들어올 때까지

차 안엔 정적만 흘렀다.

간혹 들리는 내 지시가 전부였다.


“엄마가 나를

대범하게 키우려 한 건 맞는데,

내가 소심하게 자랐지….”


긴장 속에서

오랜 시간을 생각한 듯한

아이의 대답이었다.


나지막한 아이의 목소리.


그 낮은 단 한마디는

차 안의 분위기를 짓누르기에 충분했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흐른 오랜 침묵은

나를 아이의 지난 시간 속으로 이끌었다.


‘선생님의 아들’로 살아오며

스스로를 옥죄고

제 나이보다 일찍 어른이어야 했던 아이.

아이의 지난 시간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너무 미안했다.


‘울컥’


미안함이 뜨겁게 목덜미를 타고

올라와 눈물로 흘러내렸다.


정적을 깨워준 건 아이였다.

고맙게도….


“엄마, 그렇게 갑자기

고속도로로 들어가면 어떡해.

그러다 사고 나면 어쩌려고….”


“어쩌긴…

설마, 아들이 엄마를 태우고 가는데,

사고를 내겠어?

사고나봐야 기껏 2~3백만 원이겠지.”


아이의 하소연과 내 가벼운 농담이 섞이며

엄마와 아들은

익숙하고 편한 동네 안으로 들어섰다.


그날

아이의 운전 연수,

나에겐

'엄마 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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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