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했던 그 모든 시간을 쓰고 싶다. -
‘작가’라는 이름 앞에서,
나는 멈칫했다.
그 말이 낯설고,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은
나이가 들수록 더 커졌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일,
그게 이젠,
쉽지 않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소소한 일상을 넋두리하며 살아왔지만,
그건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게 아니었다.
흔들리는 나를 붙들기 위해,
나조차 모르게 허우적이던 날들을
겨우 매만지기 위해
나는 조용히 기록하고 있었다.
죽을 만큼 외롭고,
조금은 숨고 싶었던 날들 속에서
나는 목적 없이 조용히
나를 남겨두었다.
그렇게 모인 넋두리들이
어느덧 300편이 넘었다.
SNS라는 작은 방은
더 이상 이 조각들을 담아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비로소 나에게 묻는다.
이 흔적들,
이 조각 같은 날들...
이제 어디로 보내야 할까.
사람들은 쉽게 지나칠지도 모른다.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라고,
누구나 겪는 감정이라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글은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살아낸 나만의 기억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나는 겁이 난다.
이 조용한 이야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
누군가의 시선에 의해 왜곡되거나,
내 안의 소중한 기억이
가볍게 다뤄질까 봐.
그게—
가장 두렵다.
그저 '일상'인 척 쓰였지만,
그 안에는
말하지 못했던 숱한 날의 외로움과
버텨내느라 지친 날들의 고단함이 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숨겨두었던 진심이 있다.
그 진심과 사랑,
내 안의 용기마저
상처받을까 봐
겁이 난다.
그럼에도—
나는 알고 있다.
지금, 이 마음을 꺼내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 불안하고,
조금 두렵더라도,
나는 내가 걸어온,
내가 사랑했던 그 시간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조심스럽고 떨리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겁내지 마.
네가 살아낸 이 모든 날들이,
이미 한 권의 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