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가르쳐 준 주문 -
“김! 재! 인!”
아빠 목소리가 단단해질 때
나는
할머니가 시킨 대로 말해요.
손가락 세 개를 내밀며
들릴락 말락, 조심조심—
“저… 세 살이에요.”
“재.인.아!”
엄마 목소리가 뾰족해질 때
나는
할머니의 주문을 외워요.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며
느리지만 또박또박—
“저… 세 살이에요.”
“얘! 그렇게 밀면 어떡해!”
친구 엄마 얼굴이 구겨질 때
나는
할머니가 가르쳐준 주문을 외워요.
주먹을 꼭 쥐고
손가락 세 개를 펴서 내밀며
“저… 세 살이에요.”
할머니가 가르쳐준 주문,
“저… 세 살이에요.”
이렇게 말하면
어른들 얼굴이 조금씩 펴지고
할머니 눈이 제일 먼저 웃어요.
‘봐라, 되지?’
<에필로그>
놀이터에서....
“네가 밀었니? 그럼 안 돼!”
‘아줌마, 우리 그냥 놀았던 거예요…’
아이는 말 대신 손가락을 내밀어요.
할머니가 알려준
그 주문,
“저, 세 살이에요.”
식탁에서도
“조심해야지! 어쩌다 그랬어?”
‘엄마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할머니는 아이의 눈빛만 보고도
속마음을 읽어요.
소파 위에서도
크고 단단한 몸 때문에
형이나 누나 몫의 혼남까지
혼자 견디는 아이.
아직은 말로 다 못 하는 아이에게
할머니가 가르쳐준 말은
세상을 건너는 다리가 되어줘요.
“저, 세 살이에요.”
그 한마디가 주문이 되어
아이를 지켜주고
할머니의 사랑이
아이 마음을 안아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