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과 성찰
언젠가 소프라노 조수미의 인터뷰에서 사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예술 분야에만 국한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노력은 분명 큰 힘이 되지만, 끝내 넘지 못하는 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력, 성실함, 꾸준함 같은 기본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마지막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은 타고난 재능일지도 모른다.
성격이나 기질도 마찬가지다.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쉽게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나는 성격이 급한 대신 일 처리가 빠른 편이다. 반복되는 일을 여러 번 해내며 점점 완성도를 높여가는 데는 유리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도 많다. 아무리 조심하려 해도 급한 성격에서 오는 빈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성향은 일상에서도 드러난다. 우리 집에서는 나만 급한 편이고, 남편과 딸은 느리지만 디테일에 강하다. 뭐든 빨리, 서둘러, 미리 해야 하는 내가 보기엔 그들의 태도가 답답해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그 답답함이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쩜 저렇게 꼼꼼할 수 있지?’ ‘저런 부분까지 눈에 들어오다니!’ 감탄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설거지를 할 때도 그렇다. 나는 후다닥 치우는 편이라 시간이 빠르지만, 가끔 덜 씻긴 접시가 남는다. 반면 남편과 딸은 오래 걸리더라도 반짝거릴 때까지 닦는다. 예전 같으면 그 느림이 답답했겠지만, 지금은 그 꼼꼼함이 집 안을 단정하게 만든다는 걸 안다.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결국은 집을 더 풍성하게 돌보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나도 그들처럼 꼼꼼해지고 싶어 노력해 봤지만, 타고난 기질의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대신 이제는 가족들도 나의 빈틈을 보며 “저 사람이니까 그렇지” 하고 웃어넘긴다. 나 역시 그들의 느림과 꼼꼼함을 존중하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화를 내고 답답해했을 순간들이, 지금은 오히려 집 안을 웃음으로 채운다.
결국 중요한 건 성향을 고치는 게 아니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급한 나는 빠름 속에서 효율을 얻고, 느린 그들은 꼼꼼함 속에서 완벽을 얻는다. 다름이 불편이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서로의 차이가 우리 가족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허술함도, 느림도, 서로를 웃으며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기다릴 힘이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