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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목적

윈도쇼핑이 재미있다고?

by 지나 Dec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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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여자들이 쇼핑을 하면 남자들은 힘들어한다. 같이 구경하는 것도 재미없는 것은 물론이고 하나하나 비교하며 세심하게 고르는 모습이 계속되면 피곤이 쌓인다. 그래도 즐겁게 쇼핑하는 것을 방해하고 분위기 깰 수는 없으니 고개를 끄덕이고 웃는 얼굴을 하다가 나중에는 "나 카페에서 좀 쉬고 있을게."라고 포기한다. 진심으로 함께 쇼핑하고 싶어도 비슷한 걸 자꾸 비교하고, 비교하면서도 고르지 못하고 망설이기를 수십 번을 거듭하니 쇼핑에 관심 없는 남자에게는 그 일 자체가 노동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우리 집은 내가 그렇다. 남편과 아이랑 셋이 쇼핑을 가면 대개는 두 파트로 나뉘어 다닌다. 나와 남편 혹은 나와 아이. 내가 살 것이 있어서 갔더라도 나는 선택이 빠르므로 두 사람 중 하나에게 합류한다. 모든 ISTJ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어도 그 정도와 종류는 너무도 다양하다. 쇼핑을 좋아하느냐는 카테고리에서 나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한다'라는 쪽이다. 내가 쇼핑을 가는 건 '살 것'이 있다는 거고 내 사전엔 '윈도쇼핑 (소위 아이쇼핑이라고 말하는)'는 없다. 체력이 약한 내게 그건 체력도 시간도 낭비이기 때문이다. 윈도쇼핑을 좋아하는 딸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구경해?" 딸은 답했다. "재미있잖아. 신기한 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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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무조건 계획하고 쇼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갔다가 필요할 것 같아서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신 결정이 빠르다. 비교하지 않고 무작정 사는 건 아니지만 빠르게 비교하고 빠르게 결정하는 편이다. 물론 후회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다.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되니까. 


여하튼 내게 쇼핑은 일이나 노동 같은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괜히 가족들을 따라갔다가 너무 지쳐서 번아웃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게 좋아하는데 따라가지 않을 수 없으니 '걷기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고 가긴 한다. 걷는 건 좋은 거니까. 그런데 제발 나한테 의견은 묻지 말아 줘. 나는 관심 없는 물건엔 전혀 관심이 가질 않아. 그런 척하기도 어렵거든. 그래서 객관적인 의견을 줄 수는 있지만 그냥 특별한 이유 없이 좋아서, 예뻐서, 귀여워서 같은 이유로 쇼핑하면 아마 조금 지켜보다가 잔소리를 할 것 같거든. 사서 쌓아둘 걸 왜 사는 거냐고, 놓을 데도 없는데 왜 사냐고, 그거 어디에 쓰려고 사냐고 말하며 듣기 싫은 말을 할지 모르니까. 나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게 진심이거든. 나도 귀여운 거, 예쁜 거 아는데... 그거 사서 내가 그 가치를 유지할 것 같지 않거든. 먼지만 쌓이게 할 거 같거든. 그러니까 내가 그런 말을 해도 이해해 줄래? 그래도 심심하지 않게 같이 다니잖아. 내 마음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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