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심각한 농담의 의미

진실 같은 농담 Vs. 농담 같은 진실

by 지나 Jan 09. 2025
아래로

"설마 이거 진짜로 생각하는 거 아니지?"

"이거 드립인 거 알지?"


딸과 대화하다가 자주 듣는 말이다. 같은 T이지만 NT와 ST의 차이인지 딸과 나는 이런 부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대화 도중에 장난인 듯 소위 '드립'이라는 걸 해도 웃기라고 농담을 해도 나는 바로 알아듣지를 못한다. 아니 그 의미를 설명해도 한참을 생각하며 이해하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왜 저런 말을 하지? 저게 웃긴가? 웃기라고 한 말인가? 무슨 속 뜻이 있는 게 아닐까? 그냥 헛소리는 아닐 거야.'라고 의구심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일상생활에서 ISTJ는 상상을 별로 하지 않는다. 본인은 상상이라 생각하는 것들이 허구적인 것이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것을 그려볼 뿐이다. 현실과 관계없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 이런 사람에게 아무 의미 없는 농담이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상대방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의도된 것이 아니라 이것도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ISTJ의 말에는 농담 같은 가벼운 말이라도 뼈가 있으니 조심하시라. 그냥 허투르게 하는 말이 없다. 평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참고 참고 또 참았다가 화를 내며 한꺼번에 쏟아낼 때도 있지만 기회가 안 된다면 이렇게 농담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문제는 농담을 농담으로만 받아들이는 상대방을 만났을 때는 아무 소용이 없다. 같은 성향의 사람들끼리는 '아 저 사람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거였어.'라고 알아챌 수 있지만 대부분은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만다. 그러니 ISTJ들은 직설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F들은 상처를 받는다고 하고. 뭔가 끊이지 않는 돌고 도는 악순환 같은 느낌이다.

칸딘스키의 <심각한 농담>


ISTJ도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으며 센스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몸치, 음치, 박치처럼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그래도 말이다. ISTJ가 농담 비슷한 것을 한다면 상당히 노력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웃기지 않더라도 웃어주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 정확하게 말해줘.'라고 한 번 더 물어봐주면 ISTJ는 기뻐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엔 좀 더 유연하게 말하도록 노력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전 04화 T도 감성적이야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