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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순덩어리 내향인

내향인의 마음

by 지나 Jan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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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인 사람들은 혼자가 제일 편하다. 그렇다고 사람 만나는 것을 무조건 싫어한다거나 고립이나 외로움을 즐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말 그댈대로 '혼자 있을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는 의미다. 가끔 약속을 잡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면 또 말도 많이 하고 나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오지만 집에 오면 '뭔가' 피곤하다. 그래서 반드시 이어지는 휴식이 필요하다. 내 경우에 '외출'은 장단점이 있다. 자주 밖에 나가야 할 일이 있다면 그건 정말 힘들지만 가끔 나가는 일은 내게 활력을 주기도 한다. 단조로운 일상 혹은 루틴에 변화가 생겨 또 다른 에너지를 얻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는 일에서는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어서 녹아웃이 될 때도 많다. 나 같은 사람은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 온 신경을 집중해서 공감하고 반응하고 자주 해답을 주려고 무던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타고나기를 공감과 반응에 익숙한 사람은 자연스러운 소통이겠지만 T의 성향이 강한 나는 감성적으로 공감하지 못할 때도 많고, I의 성향이 많은 나는 "어머어머", "와우! 대단해.", "힘들겠다~" (내 기준에서는 과한) 이런 표현이 어색하기에 상대방의 말에 좀 더 집중을 해야 한다. 그러니 뇌가 풀가동되어서 에너지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렇다면 나 같은 내향인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할까? 


좋아하는 상황 하나, 갑자기 취소되는 약속은 대환영이다. 이건 그 사람을 만나기 싫은데 억지로 만나서 같은 이유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도 (막상 만나면 좋지만) 마찬가지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모든 준비를 하고 나가서 가고 있는 와중이라도 취소되면 마음이 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좋아하지 않는 것 하나, 정기적인 사교 모임이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다. 자주 만난다고 더 친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주 보면 불편해지는 사이가 더 많다. 그 '자주'가 일 년에 한 번일지라도 뭔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그 날짜를 앞둔 날들은 불편하다.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은 것 같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렇다고 J 성향인 나는 갑자기 만나자는 약속도 싫어한다. 뭐 어쩌라는 말인가? 나도 모르겠다. 그냥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만나지만 며칠 여유를 두고 만나볼까 하는 그런 약속은 괜찮은 건가. 그런데 그게 또 깨지면 마음이 편하다 하고. 나도 나의 이런 모순된 점이 이상하니 남들에게 이해해 달라고 말하기는 미안하다. 그냥 그렇다.


좋아하는 것 둘, 집에 온전히 혼자 있는 것이다. 가족 누구도 없어야 한다. 이 공간을 완전하게 내가 혼자 독점할 때가 참 좋다. 역시나 모순이 있긴 하다. 내 가족이 일정한 시간에 집에 오고 나가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러니까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무도 오지 않는 썰렁한 집에 살면 나도 고독감을 느낄 것은 분명하니까. 


좋아하지 않는 것 둘,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기. 카페를 좋아한다. 커피도 좋아하고 거기서 디저트를 먹는 것 역시 사랑한다. 하지만 거기서 책을 읽는 건 집중이 되지 않는다. 어수선해서가 아니다. 그냥 다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날 방해하지 않아도 (가끔 아니 자주 큰 목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카페는 그러라고 있는 거니까) 거기서 책이나 공부에 집중하는 건 내겐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냥 집에서 편하게 입고 내 맘대로 앉고 일어나고 엎드렸다가 앉았다가 하는 게 제일 좋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도대체가 나 자체가 이렇게 모순덩어리이니 다른 사람들이 장단을 맞추기 힘들 것 같긴 하다. 그렇다고 내가 말도 잘하고 논리적이어서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 의지도 거의 없으니 이렇게 살고 있는 거다. 나를 이해해 주는 많지 않은 사람들을 가족과 친구로 두고 그냥저냥 잘 살고 있다. 친구들은 자주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지만 가끔 연락해도 반가워하는 소수의 사람들만 옆에 남아 있고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서운해하거나 멀어졌다. 그 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 역시 멀어지는 상황이 마음이 아프지만 그렇다고 내가 억지로 연락을 계속하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색하다. 마음이 있는데 왜 그러지 못하냐고 다그쳐도 나는 그런 사람이다. 바꾸려고 가끔 마음먹어도 작심 세 시간이니 어쩌겠는가. 나는 너를 좋아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말을 하기도 어색하다. 세상만사가 어색하다고 하는 나지만 그래도 조금씩 노력은 해 보려고 한다. 적어도 내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기 딱 좋은 날이다. 2025년 새해에는 "네가 있어서 참 좋아. 고마워. 사랑해. 좋아해."라는 말을 조금 더 해 보려고 한다. 으으으으, 입 속으로 우물거리지만 말고 마음먹고 해 보자.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좀 더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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