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선택은?
계획적인 사람들은 하루 루틴을 다이어리에 꼼꼼하게 기록하며, 해야 할 일과 소요 시간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해 실행 여부를 점검한다. 만약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 이유를 상세히 기록하기도 한다. 흔히 이런 습관은 수험생이나 사업가에게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도 기상, 독서, 운동, 집안일 등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러 자기계발서에서도 생활 루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것이 습관이 되었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방법이 과연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MBTI에서 가장 성실하고 신뢰감이 높다는 ISTJ 유형을 보자. 같은 ISTJ라도 계획적인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내 지인 A는 하루를 분 단위로 계획하며, 효율적이고 알찬 삶을 살아간다. 그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많은 장소를 돌아다니며, 아이를 돌보고 살림까지 해내는 멀티플레이어다. 동시에 다양한 일을 고려하고 사람들의 대소사를 챙기는 모습이 실로 인상적이다. 하지만 같은 J 성향을 가진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방식이다. 아니, 따라 하고 싶어도 숨이 막혀 못할 것 같다. 나 역시 계획한 것은 지키려 하지만, 하루에 너무 많은 일을 해낼 체력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여행을 가더라도 유명한 명소를 빠짐없이 방문하기보다는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목적지에 대한 정보, 교통수단, 날씨, 주변 환경 등은 꼼꼼히 확인하는 편이니 나름대로 계획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사람을 만날 때도 나는 하루에 한 사람 또는 한 팀과의 만남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약속을 잡으면 몸이 힘들기도 하지만, 내향형(I)인 나는 상대방에게 집중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해 결국 번아웃을 겪는다. 경험상, 다음 약속이 있는 사람과의 만남에서는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웠다. 상대가 나를 정말 만나고 싶어 한 것인지, 아니면 해야 할 일의 목록을 하나씩 지워가는 느낌인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사람을 친목 목적으로 만난다면, 시계를 자꾸 보거나 곧 가봐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행동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최근 나는 계획적인 삶에 즉흥성을 조금 더 추가하고 싶어졌다. 너무 철저한 계획은 작은 변동에도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아무리 즐겁고 흥미로워도 계획을 방해하는 요소로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인생이 계획대로만 흘러간다면 평탄하긴 해도 재미는 덜하지 않을까? 물론 불행한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성장할 기회도 얻을 것이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니다.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며 잠든다면, 삶이 조금 더 설레지 않을까? 계획이 틀어졌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그 틀어짐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상황 판단력, 임기응변 능력, 창의력까지 함께 키울 수 있으니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다.
즉흥적인(P) 사람이 계획적인(J) 사람이 되는 것은 노력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원래 J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즉흥적인 삶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계획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긴장감을 조금 내려놓고, 때때로 몸에서 힘을 빼면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되, 일정에 여유를 두는 방식을 시도해 보려 한다. 결국, 어떻게든 다 되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