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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사람'아니에요 –진짜 배려에 대한 생각

진짜 배려란 무엇인가

by 지나 Jan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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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차가운 사람'이라 부르지 마세요 – 진짜 배려에 대한 생각

우선 나는 MBTI 맹신자는 아니다. 하지만 신기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들이 많이 보여서 (적어도 내가 어릴 때 ABO 식 혈액형으로 성격을 따지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신뢰는 있는 편이다. 내가 T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F 성향은 있고 그게 어릴 때는 F였다가 T로 바뀐 게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오늘 쓰는 이 글의 주제인 '무심함'에 대해 생각하니 T가 맞았나 보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여자들은 만나서도 전화로도 수다를 즐겨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친한 사람들과는 즐겁게 대화를 하는 편이지만 '말하는 것'을 즐기지는 않는다. 성대가 약해서 큰 소리로 그리고 오랜 시간을 말하기 힘들어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뭔가 필요하지도 않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라도 전화를 잘하질 않았다. 그 시절 절친이던 친구가 내게 "너는 손가락이 부러졌냐?"면서 서운함을 표현한 일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는 용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전화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럼 뭐가 쓸데없는 거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지극히 주관적인 답만 할 수 있다.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니까. 그래도 굳이 꼽아본다면, 주기적으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생각이 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를 하는 건 당연한데 왜 일주일에 한 번씩 혹은 어떤 기한을 대충이라도 정해두고 전화를 해야 하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더군다나 크게 궁금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게다가 내 이런 성격은 이 나이에도 '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어져서 전화에 더 관심이 없어진다. 가끔 연락을 하고 싶으면 나는 '폰 포비아 (전화 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카카오톡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문자 대화를 하다가 필요하면 전화를 하면 되니까.



그렇다고 나를 한국인의 '정'도 없는 냉혈한으로 생각하지 마시길. 전화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모든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음은 표현하는 것이라지만 나는 그 관심과 애정을 안부전화로 필요 없는 전화로 표현하지 않는 것뿐이다. 오랜만에 만나거나 카톡 대화를 하더라도 내 애정은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괜히 자주 전화해서 나와 상대방의 사생활까지 침해할 수 있는 그런 대화를 나누기 싫을 뿐이다. 안부를 묻다 보면 요즘 뭐 하고 지내는지 어떤 일이 있는지에 대해서 말하게 될 것이고 자세한 일들이 궁금해질 것이 분명하다. 내 경우엔 상대가 말해주지 않으면 그렇냐고 괜찮다고 넘어가는데 내가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내게 서운해하는 경우가 많다.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데 상대방이 내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자꾸 물어보면 급기야 "대답하고 싶지 않은 건 물어보지 말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게 된다. 그러면 보통은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인식되고 만다.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인 남편이나 딸 사이에도 서로 프라이버시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라고 모든 것을 다 말해야 하고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오랜만에 친척들이나 친구들을 만났을 때 과도하게 나의 프라이버시에 관심을 가지고 꼬치꼬치 캐물어보면 기분이 상할 때가 많고 결국엔 내가 '정도 없는 차가운 사람'으로 낙인찍힐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친척들 사이에서.


그러니까 나는 '정'이 없는 게 아니라 '배려'를 하고 받고 싶은 것뿐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친절이 아니라면 일부러 챙겨주지 않아도 되고 챙김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내 관심과 배려가 상대방에게는 부담과 무례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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