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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도 감성적이야

T도 슬퍼서 우는 영화와 책

by 지나

T도 사람이다. 그러니 당연히 감정이 있다. 감동도 받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하지만 내 경우엔 다른 사람들과 그 감정의 포인트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웃겨하는 것이 재미없는 경우가 많고, 슬프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다지 슬프지 않을 때도 있다. 이건 내가 T라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오겡끼데스까"로 유명한 일본 영화, 러브레터

슬픈 사랑 이야기로 인기 많았던 홍콩 영화, 천장지구


이 두 영화는 내가 정말 재미없게 그러니까 무감동으로 본 영화이다. 작품성이나 배우의 연기력과는 상관없이 내용이 공감되지도 않아서 감동 포인트가 없었다. <천장지구> 같은 경우에는 너무나 뻔한 스토리를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마지막에 주인공이 죽을 때 사람들은 눈물을 훌쩍였다는데 나는 두 눈 멀뚱 멀뚱이 었다. 그저 등장인물들이 왜 저런 어이없는 선택을 했는지, 저게 진짜 사랑이라는 건지 성인 때 본 영화들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반면, 이상한 포인트에서 감동받거나 슬퍼서 펑펑 우는 경우도 있다. 엘사로 유명한 <겨울왕국 1>를 어린 딸과 극장에서 보면서 두세 번은 울었던 기억이 든다. 딸이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극장에서 여러 번 봤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장면이 나올 때마다 '너무 감동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난다. 바로, 엘사가 얼음 왕국에 와서 'Let It Go'를 부르며 발을 구르는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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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든 책이든 결말을 알고 있는 경우에는 많이 울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일부러 보지 않거나 읽지 않는 작품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플란다스의 개>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착한 소년 네로와 파트라슈가 평화롭게 죽는다고는 하지만 불쌍하게 성당에서 마지막을 맞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기 때문이다.


'웃음'을 예로 들어도 마찬가지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재미가 없어서 보질 않는다. 격이 낮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내용도 예상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정말 '웃기지가 않다.' 잘 생각해 보면 내가 눈물 나게 웃는 경우는 일상적인 대화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주로 '언어유희'이다. 또는 그냥 상황이 자연스럽게 웃길 때이지 일부러 '코미디'라는 장르를 만들어서 각본을 짜서 극을 하는 것에는 흥미가 없는 듯하다. 아마 코미디 극이라도 정말 일상생활과 밀접한 소재를 정말 자연스럽게 한다거나 풍자하는 건 재미있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내가 이런 성향이라는 건 불편하거나 쑥스럽다거나 하진 않지만 재미없긴 하다. 그냥 많은 사람들처럼 비슷한 것에 웃고 울면 나도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사람이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그냥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무리 감성이 메마른 T라도 웃을 줄 알고 울 줄도 아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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