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달라요
ISTJ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세상의 숨은 기둥” 이라고들 한다. 늘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존재니까 말이다. 철저한 계획과 신뢰감으로 자신과 세상을 안정적으로 만들어가는 ISTJ의 모습이 딱 그런 느낌이다.
세상에나, 세상에 숨은 기둥이라니? 내가? MBTI를 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A, B, O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나눴던 과거보다는 좀 더 세밀하고 과학적이라고 믿었는데 '세상의 숨은 기둥'이라니. 기둥이라는 말도 부담스러운데 드러나지도 않는 숨은 기둥이란다. 물론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MBTI의 16가지로 분류가 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건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살다 보면 MBTI를 알고 있으면 어떤 사람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맞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다도 내향형이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싫고 눈에 띄는 것도 싫다. 모임도 좋아하지 않고 세상에서 집이 가장 편하고 집에 한 달 있으라고 해도 행복하게 잘 있는 편이다. 집에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다른 사람 시선 신경도 쓰지 않고 내 기분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있으니 이런 파라다이스가 또 어디 있다고? 집이 최고지.
그래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사람을 피하고 무서워하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는 약속이 있고 집에 돌아오면 적어도 하루는 집에서 쉬어줘야 에너지가 생성된다. 사람을 만나면 그만큼 진심을 다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다 쏟고 오기에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는 것도 반가워하는 편이다. 이럴 때는 상대방의 입장을 잘 이해해 주는 너그러운 사람도 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이다. 살아가면서 상상은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절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정보에 능통하다. 사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왜 지금 내게 필요 없는 상상을 하지? 시간 낭비니까. 내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면 필요 없는 것들을 하면 안 되니까 오늘 날씨는 어떤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목적지에 가려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갈지 같은 것에 대한 정보를 미리 검색해 놔야지 마음이 편하다. 가까운 미래는 미리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 놓고 대처 방안도 생각해 놓는다. 이런 일들은 여행 같은 이벤트는 당연하고 하루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잠시 오늘 하루에 할 일들을 생각하고 대충이라도 순서를 정한다. 물론 나는 엄청난 계획형은 아니라 시간표를 정해놓고 한다던지 하는 건 압박감 때문에 하지 않고 큰 틀에서 하루의 일과와 할 일들의 순서를 정하는 것으로 족하다.
나는 원칙주의자이고 현실주의자인 것은 맞다. 내 계획이 있는데 누가 갑자기 찾아온다던지 하는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내 일과가 망가지고 나는 그 누군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찾아온 사람은 '서프라이즈~'하고 찾아와도 나에겐 행복한 서프라이즈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사람은 알까? 미안하지만 나는 미리 말하고 찾아온 사람이 더 반갑다.
나와 결정적인 곳의 성향이 반대인 딸은 말하곤 한다. "아니, 엄마는 매일 똑같은 삶은 재미없지 않아?", "엄마는 진짜 상상 안 해? 어떻게 상상을 안 할 수 있어? 나는 누우면 이런저런 상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엄마는 만약 이러면 어떨까 같은 하는 경우도 상상 안 해 봤어? 신가 하네." 딸과 이런 대화를 하면 서로 신기해한다. 동시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상황이 재미있기도 신기하기도 하다. 살다 보면 나 같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유머도 없고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여서 자주 심각한 사람이다. 궁금해하는 것도 별로 없고 일단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하려는 좋게 말하면 책임감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바르게 유지되고 잘 돌아간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재미도 없고 발전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아직도 나뭇가지를 돌에 비벼 불씨를 만들고 하루하루 사냥과 채집을 해서 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나도 재미있고 싶다. 상상도 많이 하고 싶고 웃긴 걸 보면 남들처럼 키득키득 웃어보고 싶은데 잘 안 된다. 내 생각은 자동적으로 현실형이고 논리적이고 실용적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웃긴 내용은 와닿지도 않고 예측가능한 것도 많으니 어쩌겠는가. 그래도 아직 내게는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따뜻한 마음도 있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은이 있으니 이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남들이 감정도 없다고 생각하는 'T'이지만 그렇다고 얼음 심장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점도 꼭 말하고 싶다. 나도 '혼자'있을 때는 감동도 잘 받아서 자주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예쁜 꽃들과 귀여운 굿즈들이나 아이템들을 '선물'받는 것은 좋아한다. 물론 내돈내산 하기에는 아직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