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창문>
창문은 참 조심스럽다.
벽에 난 작은 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과 맞닿은 가장 부드러운 길이다.
닫혀 있을 땐 하나의 벽 같지만, 살짝 열어두는 순간 바람이 스치고 빛이 머문다.
창문은 벽이 아니다. 창은 늘, 누군가를 향해 열려 있는 마음이다.
창을 열면 봄밤의 바람이 밀려든다.
뺨을 부드럽게 스치는 바람은 겨우내 얼어 있던 공기를 녹이고,
창가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겨우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닫혀 있던 집 안에도 생기가 돌고,
고여 있던 마음에도 작은 파문이 번진다.
창은 결국 마음이다.
오랫동안 닫아걸어 두었던 마음은 차갑게 굳어간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조심했던 나날들 속에서
기쁨도, 설렘도 함께 닫혀버렸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봄밤의 바람은 말없이 가르쳐 준다.
조금은 서툴러도, 망설여져도,
창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조금쯤 먼지가 들어오더라도, 바람이 어질러놓더라도,
열어놓은 마음 사이로 사랑이, 따스함이 찾아온다는 것을.
한 사람에게서 받은 아픔은
다른 사람의 따뜻한 눈빛으로 녹아내린다.
흘러가는 공기처럼,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치유하며 살아간다.
창을 꼭 닫아야만 밤이 온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스스로를 꼭 감춰야만 지킬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창을 열어야 별이 보이고,
별빛이 마음 깊이 스며든다는 것을.
너를 향해 창문을 연다.
너를 향해 마음을 연다.
그제야 알게 된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 역시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는 것을.
봄비가 내리는 밤에도
가끔은 창문을 열어보자.
촉촉한 비 냄새가 방 안 가득 퍼지고,
살짝 젖은 바람이 마음을 간질인다.
조금 젖으면 어떤가.
조금 흔들리면 어떤가.
이 봄밤을 통과해
나는 또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창을 연다.
별이 쏟아지고,
너를 향한 내 마음도 따라 흘러간다.
이 따스한 봄밤,
창문을 열어 세상과 나를 다시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