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를 끓이며
배달음식을
너무 자주 시켜 먹었다 싶은 날,
회개하는 마음으로
누룽지를 끓인다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이 날의 식탁을
‘회개의 식탁’이라 부른다.
자극적인 음식으로
거북해진 위장을,
편안하고 순수한 누룽지로
씻어내다니, ‘회개’라는 표현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누룽지와 물을 넣어
불에 올리고
테이블을 닦는다.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고
숟가락과 젓가락도
나란히 둔다.
누룽지가 보글보글 끓는다.
흰 거품이
천천히 생기다가
뻐끔거리며
터진다.
구수한 냄새가
진해진다.
갑자기 거품이 빠르게 솟아오르면
잽싸게 불을 낮추고
원하는 만큼 좀 더 끓인다.
그릇에 담아
조심히 옮긴다.
호호 불어 입 안에 넣으면
자극 없이 따뜻하고
든든하다.
김치와 함께 먹으면
어릴 때로 돌아간 듯
마냥 편안하다.
*(잠깐 쉬었다가)
평범한 날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 나서는.. <평소의 행복>
오늘은.. [누룽지가 생각나는 날씨]잖아요.
+이어지는 음악
브라운 아이즈의 [Brown City]
가끔
아재개그 같은 음악을 붙여주시는
오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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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으로 구수하게 누룽지 끓여드시다가
나를 보고 있었냐며
조촐한 아침 식탁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신 청취자가 많았다.
누룽지 이야기도 평소행에서 다섯 번은 썼던 것 같다.
전기밥솥이 아니라 가스불에 냄비를 올려 밥을 하던 시절에
뜨거운 밥을 한 그릇 한 그릇 퍼담고
바닥에 남은 누룽지를 긁을 때면
두 손을 공손하게 붙이고
얌전히 처분을 기다렸다.
겨우 긁어 동글게 말린 누룽지
손바닥에 따끈하게 닿던 누룽지
한입 먹으면 바삭하고 고소하던 누룽지
엄마는 왜 누룽지를 조금 더 만들지 않나 아쉽던 누룽지
2024년 3월 8일 금요일, 평소의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