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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문 Nov 27. 2023

6. 다기 소품 이해하기

이 전 글 '5. 다구 장만하기'에서 다기 세트의 기본 구성인 다관과 숙우, 찻잔에 대해 살펴보았다. 본 글에서는 그 외의 다구들을 정리해 본다. 어떤 체계를 가지고 정리하기보다 좀 더 친숙한 명칭을 우선으로 정리하였다.


찻상, 차탁, 다반, 다포

우선 다기 세트를 올려놓을 수 있는 것으로 소반 형태의 찻상이 있고, 그보다 낮은 차탁이 있다. 또 쟁반 형식의 다반茶盤(차쟁반, tray)이 있고 식탁 매트와 같은 다포茶布가 있다.  찻상이나 차탁은 높이가 있어 좌식에 사용된다.

모란꽃 소반, 호족반, 개다리소반

모란꽃소반, 호족반, 개다리소반. 이러한 명칭은 모두 상의 모양을 일컫는다. 상판이 모란꽃 모양이고, 상다리의 밑부분이 나비 발 모양이고, 상다리가 개 다리와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차쟁반(다반, 차반茶盤)

다구를 올려놓는 쟁반을 다반이라 한다. 다관, 숙우, 찻잔을 다반에 올려 다. 찻잔은 각자 앞으로 옮겨 잔받침 위에 놓고 사용한다. 다반에는 다관과 숙우, 다하, 차시 정도 올려놓는다. 차를 마시는 방식에는 건식 다법과 습식 다법이 있다. 건식 다법은 최대한 물을 흘리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차문화는 건식 다법에 해당된다. 습식 다법은 다기 위에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흠뻑 예열하고 물 흘리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주로 중국의 차문화가 그러하다. 건식 다법과 습식 다법은 다반의 형태에서 그 차이가 드러난다. 나무 쟁반은 건식 다법에 사용되고, 습식 다법에는 물받이 통이 있는 다반이 사용된다. 덮개가 있는 퇴수기도 다반으로 사용된다. 이때 퇴수기 덮개에는 물 빠짐 구멍이 있다. 물받이 서랍이 달려 있는 대나무 차탁도 습식에 사용된다.

다반 퇴수기, 습식 다법에 사용된다.
다반, 건식 다법에서 사용된다.

차매트(다포茶布), 차수건(다건茶巾)

찻상, 차탁과 비교할 때, 높이가 거의 없는 다반茶盤과 다포茶布는 식탁이나 테이블에서 차를 즐길 때 편리하다. 나뭇결이 살아 있는 통나무 다반은 운치가 있고, 다포는 직물이 주는 푸근함이 있다. 다포는 테이블 위에 깔거나, 다구를 덮어두는 용도로 사용되고, 다건은 흘린 물을 닦거나 뜨거운 그릇을 감싸 쥘 때 사용한다. 한국 차문화에서는 하얀 면포를 사용한다. 반면 물을 많이 흘리는 습식의 중국 차문화에서는 보이차의 색과 비슷한 갈색의 두툼한 다건을 사용한다.

원목 다반, 건식
다포 위에 자사호 다관, 숙우, 잔받침, 찻잔, 다하, 차합, 화병, 차거름망, 차집게, 차시, 차칼, 다포


찻잔받침

잔받침은 천, 나무, 금속, 유리, 등나무 등 다양한 재질로 된 것이 있다. 매화 모양을 딴 매화문, 나뭇잎을 흉내 낸 나뭇잎문 잔받침이 있다.

금속 잔받침 모양이 섬세하고 다양하다
나무로 된 잔받침


통나무로 된 잔받침, 인사동


차항아리(차호, 차병, 차합), 차통

차를 담아두는 용기는 크기에 따라, 큰 용기를 차통, 조금씩 덜어 두는 작은 용기를 차호茶壺, 차병茶甁이라 한다. 넓적한 것은 차합茶盒이라 부른다. '합'은 뚜껑 있는 그릇을 지칭한다. 앙증맞은 차호(차병)에 차를 담아 찻상 위에 함께 올려놓고 사용하면 더욱 멋스럽다.

다합, 옹기장터에서 손잡이가 이쁜 뚜껑 있는 도자기를 발견해 차합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식합

요즘 '다식'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다식을 찍어내던 다식판은 민속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고, 다식 무늬는 전통 문양 정도로 기억할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차를 마실 때, 찻상에 곁들이 음식으로 다식을 올렸다. 다식은 송홧가루, 깨가루 등 곡식 가루를 꿀로 버무려 다식 틀에 넣고 꾹꾹 눌러 만든 우리나라 전통 후식이다. 다식을 담아내는 뚜껑 있는 그릇을 다식합이라고 하는데, 도자기로 구운 멋진 다식합이 많은 걸 보면 찻상에서 다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거 같다. 예전에 명문가에는 그 집안만 사용하는 다식 문양이 있었다고 한다. 다식 문양을 보면 '아, 어느 대감댁 다식이구나.' 바로 알 수 있도록. 

다식합에 담긴 떡
다식


다식을 찍어내던 다식판. 여기서 다식의 무늬가 만들어진다.


차숟가락(차시茶匙), 차침

차병에서 차를 꺼낼 때 차숟가락(차시茶匙)을 사용한다. '시'는 한자로 '숟가락 시'이다. 대나무를 어슷 베어 만든 대나무 차시, 티크나무로 된 차시 등을 볼 수 있고. 보통의 티스푼보다 길쭉한 옻칠 차시도 있다. 차침(茶針)은 끝이 뾰족하여 다관 안쪽 주둥이 연결부가 막혔을 때 뚫는 용도이다. 요즘은 차시와 차침이 결합된 형태를 많이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넓은 부분은 차시이고, 뾰족한 부분은 차침이다.

차시와 차침이 결합된 형태로 넓은 쪽이 차숟가락이고, 뾰족한 부분이 차침이다.

차주걱(차칙)

큰 차통에서 차를 덜어낼 때 사용하는 차주걱이 차칙이다. 차칙에 해당하는 한자를 찾지 못했지만, 아마 주걱이라는 뜻의 한자가 아닐까 싶다. 차칙은 주걱 모양인데, 대나무 토막을 어슷 베어 만든 형태가 다. 금속으로 된 것도 있다. 


다하(차하 茶荷)

다하茶荷라고 불리는 구부러진 백자 접시가 있다. 벌어졌다고 해야 할지, 오므라졌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장의 연꽃잎 모양이어서 한자 '연 하荷'를 사용한다. '다하'는 '차하'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한자'차茶'를 '다'로 읽거나 '차'로 읽는 두 가지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다하茶荷', '차하茶荷' 둘 다 같은 한자이다. 선조들은 차를 다관에 넣기 전 다하에 담아 놓고 차의 상태나 빛을 눈으로 확인했다. 성급한 현대인들에게 그런 시간이 왜 필요한 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조상들은 차를 바라보며 그 맛을 가늠하는 느린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오랜 역사를 지나온 차의 도구를 면면이 살피다 보면 과거로 돌아가 차에 대한 선인의 마음가짐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것 또한 다도가 주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다하가 없다면, 대나무 차주걱(차칙)으로 다하를 대신하기도 한다. 대나무 차칙으로 다하를 대신하기도 하여, '대나무 다하 차칙'이라는 명칭이 붙기도 한다.

다하. 찻잎의 상태를 보고 혹 불순물을 제거하기도 한다.
하얀 백자 다하. 한 장의 연꽃잎 같다.


차집게(차협茶鋏)

뜨겁게 예열된 찻잔을 집거나, 젖은 찻잎을 제거할 때 차집게를 사용한다. 차집게의 한자어 '차협'의 '협鋏'은 '집게'라는 뜻이다. 보이차를 마실 때는 다기를 뜨겁게 예열하는데,  예열된 찻잔은 차집게로 잡는다. 이때 찻잔은 작은 소배 찻잔일 것이다. 큰 찻잔은 차집게로 잡기 어렵다.

차집게로 뜨거운 찻잔을 잡는다.


차칼(차도茶刀)

또 차도, 차칼이 있다. 보이차나 흑자의 경우 차를 덩어리로 말린 것들이 있다. 이를 한자 '떡 병餠'자를 써서 '병차餠茶'라고 한다. 병차는 차칼을 이용하여 조금씩 찻잎을 떼어낸다. 

차칼로 병차에서 차를 떼어내고 있다.


다구통

차시(차숟가락), 차침(차송곳), 차칙(차주걱), 차협(차집게), 차도(차칼)를 꽂아 두는 통을 다구통이라 한다.

차시, 차도, 차협, 차침 등을 꽂아 두는 다구통


차루(깔때기)

간혹 입구가 작은 다관에 차를 넣을 때 찻잎이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모아주는 깔때기 모양의 기구이다.

박미경 작가의 옻칠 차루

차루는 아래로 큰 구멍이 나 있다. 이런 모양 밑에 거름망이 붙어 있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차루(깔때기)가 아니라 거름망이다. 


차거름망

간혹 찻물과 함께 따라 나오는 찻잎을 거르는 거름망으로 숙우나 찻잔에 걸쳐 놓고 사용하는 것이 있고, 찻물을 따를 때 다관 주둥이 앞에 대고 사용하는 것이 있다. 자루가 달린 형태, 또는 나뭇잎 형태 등이 있다.

나뭇잎 모양의 차거름망
걸쳐놓고 사용하는 차거름망

화병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화병이 있다. 우리나라 다기 풀세트를 보면 개반과 함께 화병도 들어가 있다. 홍차 문화에서는 티세트를 담은 은쟁반에 작은 화병이 꼭 놓여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다구에 대해 거의 살펴본 듯하다. 여기저기 다른 용어들을 확인하고 정리하는데 애를 먹었다. 내가 애를 먹고 정리한 만큼 읽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권녕미 작가의 미니화병, 다반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화병이 좋다.


다기 풀 세트

고급 분청 5인 다기 풀세트, 해성 도자기

그동안 공부한 다기를 총정리하기 위해 해성 도자기에서 만든 분청 다기 풀세트를 살펴보자. 그림을 보며 하나씩 짚어보면 좋겠다. 우선 맨 왼쪽 위로부터 퇴수기, 다관, 다식함, 숙우(수구), 찻잔, 차호(차병), 개반(다관의 뚜껑을 올려놓는 받침) 이제 다구에 대한 기본 이해를 마쳤으니 다시 차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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